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삼성의 이상한 운영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삼성의 이상한 운영
  • 남장현 
  • 입력 2007-06-21 17:30
  • 승인 2007.06.21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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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4’ 프로 스포츠의 큰 손 삼성

국내 인기 4대 프로 스포츠 구단을 모두 운영하는 유일한 대기업인 삼성의 독특한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선수 운용에 특히 관심이 집중된다. 야구단 삼성 라이온즈는 부진한 팀 성적과 관계없이 올시즌이 끝난 뒤에도 FA시장에 발을 들이지 않겠다는 분위기이고, 배구단 삼성 화재와 농구단 서울 삼성은 신진식과 이상민 등 30대에 들어선 노장 처리에 각기 다른 모습을 보였다. 또 축구단 수원 삼성은 폭넓은 선수층에도 불구, 정작 경기 출전은 스타들에게만 한정해 의문을 낳곤 한다.
본지는 종목별 삼성 프로 구단들의 선수단 운영 실태와 더불어 각각의 특색을 정리했다.



◆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잔인한 선택?

예전의 삼성 라이온즈가 아니다. 삼성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시즌 FA시장에도 자금줄을 풀지 않겠다는 복안이다.

6월 중순 현재, 5할대 승률을 기록하며 4~5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삼성은 최고 선수들의 집합소와는 어울리지 않는 저조한 성적을 이어가며 적잖은 실망을 안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물론, 상당수 팬들은 완성된 선수를 비싼 돈을 들여 영입하는 대신 젊은 피를 활용하겠다는 선동렬 감독의 의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구단의 입장은 확고하다. 시즌이 한창인만큼,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으나 김재하 단장이나 선 감독은 이번 07시즌이 종료된 뒤 열릴 스토브리그에서 FA 선수를 영입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사실상 확정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 내부 실정에 능통한 한 관계자는 “거액을 투자해 단기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수뇌부가 회의적이다. 현 선수들의 조직력을 끌어올리고, 부족한 부분은 젊은 선수의 기량을 발전시켜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세대교체. 삼성이 오래전부터 안고 있던 딜레마다. 최고참 양준혁(38)을 비롯해 김한수(36) 심정수(32) 박종호(34) 진갑용(33) 박진만(31) 김종훈(35) 김대익(34) 김재걸(35) 전병호(35) 등 굵직한 스타들을 끌어모아 ‘돈성’이란 달갑잖은 닉네임까지 얻었다. 그러나 양준혁 등 일부를 제외하고 나머지 선수들의 기량이 급락, 난감한 상황에 몰려있다.

이들 중 거의 대부분의 선수가 2년 이내로 계약이 만료된다. 그러나 삼성은 최근 2000안타를 달성한 양준혁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와 재계약에 대해서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친다.

구단의 한 프런트는 “올해 계약이 끝나는 양준혁은 다시 잡는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면서 “나머지 선수들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약을 하지 못한 선수들이 자의로 은퇴를 하지 않을 경우 ‘선수를 또 버렸다’는 오명을 뒤집어 쓸 수도 있어 곤혹스러운 상황임은 분명하다.


◆ 농구·배구
노장들에 대한 다른 대접

‘겨울 스포츠의 꽃’ 프로 농구와 프로 배구, 삼성 선수단의 전혀 다른 선택이 눈길을 끌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두 노장 스타의 대조적인 행보와 관련한 얘기다.

최근 프로농구 스토브리그의 핫이슈로 떠올랐던 이상민(35)의 서울 삼성 이적은 프로배구 신진식(32·삼성화재)의 은퇴와 맞물려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KCC 한 팀에서만 10여년간 활약하며 소속팀의 정규리그 3연패를 일궈낸 이상민은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지난 5월31일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이번 이적으로 KBL이 규정한‘보호 선수’제도나 프랜차이즈 선수에 대한 푸대접 등 각종 문제가 화두를 이뤘으나 삼성 입장에서 보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서장훈을 KCC에 내준 삼성은 이에 걸맞는 네임밸류를 가진 스타를 영입할 수밖에 없었고, 여기에 이상민이 뽑힌 것이다.

이상민을 영입한 삼성은 아주 만족해하는 분위기다. 시즌 티켓 구입문의가 빗발치고, 유니폼 등 상품 판매율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 지난 6월11일 서울 서초동 KCC 본사 앞에서 항의성 집회를 했던 이상민 팬클럽 회원 대부분이 삼성으로 마음을 돌렸다는 후문도 있다.

반면 프로배구 삼성화재는 전혀 다른 결정으로 관심을 끌었다. ‘갈색 폭격기’로 명성을 떨친 노장 신진식과의 재계약을 끝내 포기한 것.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06~07 프로배구 시즌에서 현대캐피탈에 정상을 내준 삼성화재는 세대교체를 위해 노장부터 정리해야 했고, 신진식이 대상이 됐다. 삼성화재의 겨울리그 9연패 신화와 77연승을 달릴 때 현장에 있던 신진식이었지만 세월의 무게는 감당키 어려웠다. 부상 병동으로까지 불린 신진식은 1년 더 현역
으로 뛰길 희망했으나 신치용 감독이나 구단에서는 은퇴후 지도자로 나설 것을 권유했고, 결국 마음을 정리했다.

6월7일 윤형모 단장 및 신 감독과 면담을 마친 신진식은 ‘어학연수 및 지도자 수업’을 확약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쩔 수 없이 각기 다른 선택을 했던 서울 삼성과 삼성화재. 과연 누가 옳은 선택일까?


◆ 축구
수원 삼성 스타만 고집


유독 스타들을 중용한다는 특징을 지닌 프로축구 수원 삼성이다. 총 엔트리 45명의 선수를 보유한 수원이지만 정작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는 많아야 20명 정도로 한정돼 있다.

K리그 양대 라이벌 FC서울과 마찬가지로 젊은 선수들을 대거 키우고 있으나 주로 스타 플레이어를 기용한다는 점에서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안정환, 김남일, 이운재, 백지훈, 이관우 등 현존 최고의 선수들이 수원의 멤버.

이처럼 선수진이 두텁고 쟁쟁한 까닭에 ‘레알 수원’이란 애칭을 얻은 수원이 올시즌 초반,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주변에서 엄청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차범근 감독이나 구단 관계자들은 “모두가 수원이 지길 바라는 분위기”라며 언론과 축구팬들에 대한 서운함을 표출할 정도였다.

사실 혹독한 리그 일정과 주변에서의 견제속에 선수들이 아무리 피로를 호소해도 스타들에 대한 차 감독의 사랑은 조금도 식지 않는다. 심지어 내셔널리그 최약체 서산 오메가FC와 격돌한 6월12일 FA컵 26강 경기에 스타들을 총동원할 정도였다.

사정이 이러니 축구계에선 호평만큼이나 각종 악평들도 존재한다. 모기업 삼성전자의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좋은 선수들을 싹쓸이해 프로축구 전반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게 주된 요지다.

또 유망주들 사이에서는 “수원으로 가면 뛸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져 있다. 실제로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 내년도 프로팀 입단이 유력한 몇몇 선수들은 “단기적인 안목에서 볼 때 수원이 좋지만 잔디를 밟기 위해서라면 아무래도 다른 팀이 좋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모든 일에는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다. 더구나 ‘프로=돈’이란 등식에 공감한다면 수원 삼성에 무조건적인 비난을 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이런 악평들이 아주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향후 수원의 행보가 주목될 수 밖에 없다.


남장현  yoshike3@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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