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인들 단합해야 발전 가능”
“축구인들 단합해야 발전 가능”
  • 남장현 
  • 입력 2007-05-16 13:46
  • 승인 2007.05.16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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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택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인터뷰

“분열된 축구인들을 하나로 단합시키는 게 마지막 목표입니다.”
한국 축구계에 큰 족적을 남긴 ‘풍운아’ 이회택 대한축구협회 부회장(61)이 밝힌 솔직한 마음이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대표팀을 지냈고, 프로팀 전남드래곤즈 감독과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을 거쳐 부회장으로 변모, 여전한 활동력을 과시하고 있는 이 부회장은 분열된 축구인들을 단합시킨 뒤 물러나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몽준 축구협회장의 잘못한 점은 지적하되, 공로만큼은 인정해야 한다”고 무조건적인 비판을 경계한 이 부회장은 성적 위주로 진행되는 학원 축구 현실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다시 태어나도 축구인으로 살고 싶다는 이 부회장에게 한국 축구가 처한 전반적인 현실과 해결책에 대해 들어봤다.



축구인들의 단합과 발전
이회택 부회장은 자신의 축구 인생 마지막 소망으로 축구인들의 단합과 단결을 꼽았다. 요즘 한국 축구계는 친협회파와 반협회파의 갈등으로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이들의 갈등은 언론에 노출되며 소위, 주류와 비주류간의 대립으로 묘사되곤 한다.

이 부회장은 “주류, 비주류라는 용어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명백한 사실이다. 축구인들의 대립을 야기한 대표적인 화두는 바로 십수년째 축구협회 수장직을 맡고 있는 정몽준 회장을 둘러싼 문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정 회장을 지켜본 이 부회장은 “(정 회장이)한국 축구에 기여한 공로는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02 한일월드컵 4강 기적은 그냥 이뤄진 것이 아니다”라고 전제한 이 부회장은 “잔디구장과 대표팀 훈련시설, 유소년 등 모든 인프라 분야에 걸쳐 정 회장과 협회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매주 3회 이상 협회로 출근할 정도로 축구에 열정적인 정 회장의 투자와 노력
이 아니었다면 그나마 이 정도의 발전도 이뤄내기 힘들었을 것이란 사견을 덧붙인다.

물론 이 부회장이 어느 한쪽의 입장에만 치우친 것은 아니다. 본인도 평생 축구인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반협회 축구인들의 의견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정 회장이 상대적으로 길게 임기를 이어온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한 이 부회장은 “언젠가는 재계 인사가 아닌, 축구인들이 중심이 돼 협회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협회의 한해 예산이 무려 500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자금을 투명하게 집행하고, 잡음없이 축구계를 리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사가 협회장에 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축구인 단합을 위해 이 부회장이 생각한 계획은 무엇일까. 그는 무엇보다 의견을 조율하고 이해를 도모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자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여긴다.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무작정 헐뜯는 것은 축구 발전은커녕 오히려 악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서로간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축구인들은 저마다 개성이 강해 어렵겠지만 자주 만나고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다보면 절충이 이뤄지겠죠. 서로 한발짝씩 양보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순리대로 풀어가야죠.”

지속적인 대화를 나누고 양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협의안을 도출하는 것. 얼핏 쉬울 것 같으면서도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축구계의 고질병이다.


대표팀에 외국인 감독이 필요
이회택 부회장은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는 것에 대해 찬성표를 던졌다. 한국 축구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열린 사고가 필요합니다. 외국인 감독 체제는 자연스런 트렌드입니다.”

사실 한국 축구가 외국 감독을 받아들였던 것은 꽤 오래전 일이다. 92 바르셀로나올림픽 당시 크라머 감독이 부임한 뒤 여러 명의 외국인 사령탑이 대표팀을 지도했다. 성공 사례는 02 한일월드컵의 거스 히딩크 감독이 유일하나 외국 감독들이 한국 대표팀의 수준을 끌어올린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 부회장은 외국인 감독이 적임자일 수밖에 없는 이유로 ▲국제 경험 ▲통솔력 ▲열린 언론관 등을 꼽았다.

여러 선수가 해외 무대를 누비는 현시점에서 세계 축구의 흐름을 명쾌히 짚고, 반발이나 잡음없이 이끌어가야 존경받을 수 있다는 것. 또 언론의 비판을 수용하며 흔들리지 않고 목표를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이 아직 국내 감독들에게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외국인 감독 체제가 적합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내 감독들의 능력이 아주 부족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몇몇 조건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당장은 시기상조라고 판단됩니다. 적극적인 연수나 교육을 통해 내실을 꾀한다면 달라지겠죠.”

이 부회장은 학원 축구에도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경기도 포천에 축구학교를 세워 운영중인 그는 당장의 성적만을 바라보는 근시안적인 시스템이 아닌, 체계적인 마스터플랜을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여긴다.

“진학을 위한 성적을 강조하는 현실에서 지도자들에게만 이런저런 요구를 강요하기는 어렵지만 어릴 때 교육이 필수적인 것처럼 체계적이고 연령에 맞는 교육이 시급합니다.”

자신이 축구를 처음 접했을 때 ‘축구는 기초에서 기초로 끝난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는 이 부회장은 현재 대표팀에도 기본기가 부족한 선수들이 여럿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성장중인 선수들에게 기본을 가르치고, 차후에 체력을 보강하는 것이 미래를 내다본 프로그램이라는 것.

수십년 노하우가 담긴 이 부회장의 제안에 따라 축구협회 기획실에서도 특별한 시스템을 준비했다. ‘주말리그’와 ‘출전 횟수를 기준으로 한 선발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도 바뀌어야죠. 모두가 즐기는 축구를 할 수 있을 때, 또 훌륭한 제자를 길러냈을 때 보람을 느끼는 지도자들이 많이 생기길 바랍니다.”

성적에 모든 것을 올인해야하는 서글픈 현실에서 한국 축구가 나아가야 할 나름의 방향을 모색한 이 부회장의 바람이 이뤄질 수 있을지, 축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남장현  yoshike3@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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