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풍(女風)이 한국 축구계를 흔든다
여풍(女風)이 한국 축구계를 흔든다
  • 남장현 
  • 입력 2007-05-10 11:52
  • 승인 2007.05.10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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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Gs(이하 왝스)’란 신조어가 한국 축구계에도 이미 정착된듯 싶다. 이 단어는 ‘Wives And Girl friends(아내와 여자친구들)’의 줄임말. 본래는 프리미어리그 등 영국 축구계를 뒤흔들고 있는 축구 선수들의 부인과 여자 친구들을 가리키는 말로서 현지에서는 당당하게 사전에 올라있을 정도다. 극성맞기로 유명한 영국 언론들은 빼어난 외모를 자랑하며 ‘큰 손’을 방불케 하는 낭비벽과 수만 파운드에 달하는 쇼핑 중독으로 대변되는 이들의 사생활을 취재하기 위해 파파라치까지 동원하며 열을 올리고 있다. 규모는 덜하지만 한국 축구판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지도자부터 선수들에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국판 ‘왝스’들이 화제를 몰고 있다. 물론 조용하게 내조에만 충실하는 경우도 있으나 일부는 ‘남편(혹은 남자 친구)을 조종한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크게 활개를 치고 다니는 경우도 있다. 한국 축구계에 몰아치고 있는 ‘왝스’들의 활약상을 정리해봤다.

◆ 집합걸면 다 모여
“아이구, 말도 마세요. 감독 부인이 스태프 집합을 다 건다니까요.”

영국과는 상황이 좀 다르다. 그곳에서는 유명 선수들과 그들의 ‘왝스’들이 주름잡는데 반해 한국 축구판을 뒤흔들고 있는 ‘왝스’들 상당수가 지도자들의 가족인 경우가 많다.

수도권부터 지방 구단까지 ‘왝스’들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은 게 현실이다. 감독들의 선수 수급과 출전 베스트 멤버 구성까지 관심을 보이고 용병 수급이나 특정 사안 해결에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얘기도 있다.

지난 3월 말, 코칭 스태프간 불미스런 일로 내홍을 겪은 지방 모 프로팀에서는 해당 구단 감독이 자기 휘하의 코칭 스태프들에게 부인들을 대동하고 선수단 숙소로 모일 것을 지시한 바 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 자리에 참석한 감독의 부인이 나머지 스태프들과 이들 부인들에게 사태를 조용히 마무리지을 것을 종용했다는 점이다. 물론 감독의 잘못이 아닌, 코치 잘못으로….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런 사실이 뒤늦게 언론에 알려지는 바람에 한바탕 소동을 빚었으나 감독 부인의 이러한 행위는 외부로 말이 새지 않았다.

하지만 코칭스태프 서로의 잘잘못을 떠나 부인들이 자신들과 직접적인 일도 아닌데, 사태의 뒷수습을 직접 진두지휘했다는 점은 큰 충격을 던져줬다. 더욱 놀라운 것은 예전에도 이런 일이 종종 벌어져 왔다는 한 스태프의 한숨섞인 푸념이었다.

다른 팀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모 구단의 경우, 해당팀 감독이 경기에 나설 출전 선수를 구성할 때 그 곁에서 부인들은 ‘참고할만한(?)’ 내용들을 한마디씩 던져준다고 했다. 물론 전술적인 부분까지는 세세히 관여하지 않겠지만 감독 부인들의 입김으로 출전하지 못한 선수들과 가족들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결국 ‘감독이 돈만 밝힌다’ ‘(감독)부인이 명품을 좋아한다’ 등등 프로팀을 둘러싼 흉흉한 소문들은 진위를 떠나 최악의 조건과 분위기를 만들 공산이 클 수밖에 없다. 성적이 나쁜 팀일수록 이같은 소문은 꼬리를 물기 마련이다. 그러나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라는 옛 말이 있듯이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은 아니라는 게 상당수 축구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선수단과 관련한 팀 관련 기사들을 스크랩하고, 자료를 정리하는 것도 이들 부인들의 몫이다. 해당 구단 프런트들이 정리해서 넘겨주는 경우도 있지만 지도자들 여럿이 자신의 부인으로부터 자료를 전달받고 있다. 심할 경우, 단순한 자료 정리 차원을 넘어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기사가 나올 때 해당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정정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또 가족이나 친지 등 자신과 관계된 사람의 인터뷰를 요청한 적도 있으니, 입김의 강도를 짐작케 한다. 유명 감독 C씨의 부인이 대표적 사례. C씨는 철저한 내조와 외조(?)를 통해 남편을 한국 최고의 스타로 만드는데 일조했었다. 비록 지금은 많이 잠잠해졌으나 한때 대단한 치맛바람을 일으키며 한국 축구계를 뒤흔들었다.

한편 칼럼까지 대필하는 경우도 있다. 모 프로팀 지도자는 가끔씩 스포츠지 등을 통해 내놓곤 하는 칼럼을 부인을 통해 간접(?) 작성한다. 감독 본인은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부인 곁에서 ‘이런저런 일이 있었고, 사실은 이러하다’는 소스만 던져줄 뿐이다. 평생을 필드에서 지낸 감독의 최측근으로서 그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부인이겠지만 축구계 관련 이야기와 소소한 내막까지 그토록 세세히 알고 있다는 점에서 취재 경력이 상당한 기자들이나 축구인들도 놀라움에 혀를 내두르곤 한다.


◆ 축구 선수들과 미녀들의 관계
‘미인을 얻기 위해서는 스포츠 선수가 되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실제로 운동 선수 부인들은 상당한 미모를 지닌 경우가 많다. 이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 추세다.

종목을 불문하고 스포츠 스타들은 미스코리아, 모델, 탤런트, 가수 등 연예인들과 자주 염문설을 뿌리곤 해 화제를 낳곤 한다. 그 중에서도 현재 흐름에 따라 축구가 대세인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해외 언론들은 월드컵 등 큰 대회를 앞두고 ‘어떤 선수의 부인(여자친구)이 가장 아름답나’ ‘누가 가장 섹시한가’ 등 주로 외모와 관련된 주제를 놓고 설문조사를 벌일 정도로 극성스럽다. 실제로 06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영국의 각종 매체들은 인터넷이나 전화를 통해 축구팬들에게 설문을 한 바 있다. 결과야 제각각이었지만 상위권을 차지한 여성들은 파파라치의 취재 표적이 된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한국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역시 축구팬들의 관심을 끌곤 한다. 수원삼성 차범근 감독의 부인 오은미씨는 고려대의 유명한 퀸카였고, 전남 드래곤즈를 이끌고 있는 허정무 감독의 부인이 왕년의 명 MC 최미나씨란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추세는 근래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98년 한국 축구의 새 바람을 일으키며 ‘프로축구 르네상스’를 가져왔던 최고의 스타 안정환(수원)과 지난 겨울 영국 프리미어리그로 진출한 이동국(미들스브러)의 부인은 각각 미스코리아 출신 이혜원씨와 이수진씨다. 설기현(레딩)과 이영표(토튼햄)도 소위 ‘얼짱’ 부인을 둬 부러움을 산 케이스다.

이혼한 뒤에도 미인을 얻는 경우도 있었다. 국가대표팀 부동의 오른쪽 수비수 송종국(수원)은 얼마전 영화배우 겸 탤런트로 활동한 박잎선씨와 재혼,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렇다면 왜 축구 선수가 연예인들의 일등 남편감으로 각광받게 됐을까. 바로 스타에게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돈’의 힘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훤칠하고 잘 생긴 얼굴에 평균 이상의 재력까지 지닌 축구 스타들은 여성들이 거부하기 어려운 대상이다.

완벽한 신체적 요소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예전에 외국계 한 남성 잡지에서 시도한 한 설문조사가 있다. ‘언제 남성이 가장 섹시하게 보이는가’란 질문에 여성 응답자의 30% 이상이 ‘땀흘리며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있을 때’란 답변을 내놓았다.

땀에 젖은 유니폼을 입고, 필드를 누비는 모습은 최고의 섹스어필 장면이다. 특히 골을 넣거나 승리한 뒤 레플리카를 벗어던지고 구리빛 근육질 몸매를 드러내며 그라운드를 달릴 때, 여성 팬들은 선수들의 성적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다.

잘 생겼고, 몸매 뛰어나고, 네임밸류에 걸맞는 재력까지 지녔는데 누가 싫어할 수 있을까. 미녀들과 축구 선수들의 관계는 ‘불가분의 원칙’에 대입해도 크게 무리없을 듯하다.


◆ 잘되면 ‘본전’, 안되면 ‘망신’
미녀 연예인과의 염문도 연애도 모두 좋지만 자칫 잘못될 경우, 망신살이 뻗치는 경우를 피할 수 없다. 대중들의 관심을 먹고사는 공인들의 만남이기 때문에 철저한 입단속이 이어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일단 외부로 정보가 샐 경우는 솔직히 인정하고 공식 커플로 인정받지만, 헤어지거나 어느 한쪽이 바람을 피우고 이미지를 버리는 사태가 나올 경우를 대비해 관련 소속팀과 에이전트, 연예인 소속사에서는 애초부터 루머를 무마시키려고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국가대표로 활약중인 L 선수는 결혼전 자유분방한 연애로 유명했다. 늘씬한 몸매와 시원스런 외모를 가진 인기 여가수 K양는 이 선수와 자주 만남을 즐겼다. 심지어 지방의 한 고급 호텔에서 밀회를 벌인 뒤 둘이 다정스레 팔장을 끼고 나오는 모습을 봤다는 신빙성있는 제보도 자주 전해졌다. 이 선수가 결혼한 후에도 꾸준한 만남이 이어지는 바람에 한동안 팀과 소속사에서는 정보 노출을 막기 위해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헤어지지 않고 일정 연애 기간을 거쳐 결혼에 성공했다고 해도 모두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다. 서로의 모습에 호감만 갖고 결혼했을 경우, 자그마한 트러블에도 소원해지곤 한다. 배우자 여성의 낭비벽에 어려운 살림을 꾸리는 경우도 있다.

어머니가 진 도박 빚을 모두 갚을 정도로 효자인 모 프로팀의 A 선수는 부인의 잦은 쇼핑과 낭비벽과 관련한 언론 보도로 크게 곤욕을 치러야 했다. 물론 지금도 꾸준한 ‘부부의 정’을 과시하고 있지만 심심찮게 도마 위에 오르곤 한다.

평범한 연인 관계라도 구설수는 끊이지 않는다. 역시 국가대표와 프로팀을 오가며 활약하는 몇몇 선수들은 지금도 가수, 탤런트와 교제를 지속하고 있다. 위와는 또다른 L 선수는 운동에 전념하겠다고 선언하며 전연인과 헤어지자마자 곧바로 새로운 애인으로 갈아치워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고, K 선수의 경우 어려운 시절 함께 했던 지고지순한 옛 애인을 버리고 연예인과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주변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측근들이 모두 유명인들이다보니 좋은 소문이 나오지 않는 게 사실이다.

용병조차 여기에 자유로울 수 없다. 이웃나라 일본에서 ‘외국인 애인을 갖는 것’이 하나의 유행 트렌드가 돼왔던 것처럼 한국 여성들도 외국인 남성과 스스럼없이 사귀곤 한다. 이같은 흐름탓인지 외국 선수와 한국 연예인들이 개인적 만남을 즐기는 사례가 여럿 있었다.

한가지 예로 유럽 용병 S 선수를 들 수 있다. 한때 귀화설까지 나돌 정도로 한국 문화에 완전히 적응한 S 선수는 섹시 탤런트 H양과 염문을 뿌려
각종 언론들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재 고국으로 돌아간 S 선수는 축구 관련 에이전트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멋진 축구 스타와 미녀 연예인들의 만남. 선남선녀의 조합이라는 얘기처럼 부족함없이 모든 게 완벽해 보이는 매치지만 앞선 여러 가지 사례에서 살펴볼 수 있듯, 또 매사 ‘일장일단’이 있는 것을 감안할 때 반드시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프리미어리그 주름잡는 WAGs
축구계에 지대한 영향


한국 축구판도 ‘왝스(WAGs)’의 입김이 점차 커지고 있지만 영국을 능가하려면 한참 멀었다. 아주 쉽게 매주 1~2억원씩을 벌어들이는 축구 스타들의 ‘왝스’들은 화려한 외모만큼이나 화끈한 소비로 축구팬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선글라스나 옷 등 이들이 한번 사용했던 유명 브랜드의 상품들은 금세 영국의 패션과 소비 트렌드를 주도한다. 또 미디어는 이들의 화려한 삶을 다룬 드라마와 버라이어티쇼를 유치해 자본을 끌어들인다. 팬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설문조사도 폭발적인 인기몰이에 한몫한다. 치열한 생존 경쟁으로 엄청난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는 선수들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찾은 고급 나이트 클럽이나 술집에서 빼어난 미모의 여성을 만나 쉽게 사랑에 빠지고 교제한다.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일각의 비난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들의 자연스런 문화일 뿐이다.

그렇다고 ‘왝스’라고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미국 MLS 이적으로 할리우드 진출이 유력한 데이비드 베컴의 부인 빅토리아처럼 본래부터 유명했던 연예인이 있는 반면, 웨인 루니의 애인 맥플러린같이 남자 친구의 유명세를 등에 업고 평범한 시골 소녀에서 신분 상승을 한 경우도 있다. 그녀는 광고 모델 겸 패션 에디터로 활약하며 빅토리아 부럽지 않은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다.

물론 이 정도의 작은 노력마저 하지 않고 남자 친구나 남편의 돈을 마음껏 쓰는 몰염치한(?) ‘왝스’들도 있어 실망을 안기곤 한다. 하지만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모든 것을 떠나 ‘왝스’가 축구계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남장현  yoshike3@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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