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간 ‘핵 잠수함’ ‘아슬아슬’ 침몰위기
미국 간 ‘핵 잠수함’ ‘아슬아슬’ 침몰위기
  • 남장현 
  • 입력 2007-04-05 13:53
  • 승인 2007.04.05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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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현 암울한 시련
설마했다. 현실이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미국 프로야구(MLB) 콜로라도 로키스 구단의 ‘핵 잠수함’ 김병현(28)이 결국 불펜 투수진으로 밀려났다.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제5선발 투수 자리는 지난 시즌 11승을 올린 조시 포그로 결정됐다. 지난 3월25일 콜로라도 구단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김병현이 선발을 원하는 것은 잘 알지만 조시 포그가 더 낫다는 판단을 했다”며 올시즌 투수진 운용과 관련한 최종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김병현은 올 07시즌을 불펜에서 맞이하는 최악의 시간을 보내게 됐다. 스프링 캠프에서의 난조, 느닷없는 구단의 일방적 통보. 암울한 시련을 맞이한 김병현의 이번 시즌 전망에 대해 짚어봤다.


김병현은 자신을 선발진에서 제외한 구단의 결정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코칭 스태프가 스프링 캠프에서 승패는 중요하지 않으니 투심이나 체인지업을 던지라고 주문해 기껏 따랐는데 성적 부진을 이유로 선발 로테이션에서 제외했다는 것.

그는 MLB 공식 홈페이지를 비롯한 여러 현지 매체들과 인터뷰를 통해 “밥 아포데카 투수 코치가 시키는대로 했다. 선발 제외를 이해할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시범경기 성적이 워낙 안좋았다. 등판 때마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 듯 오락가락했다. 구단에서 선발 계투진을 발표하기 직전까지 그가 올린 성적은 13이닝 16피안타 13자책점, 여기에 사사구 9개를 추가하며 방어율이 무려 9.00에 육박했다. 포그도 14.2이닝에 등
판해 13피안타 7자책점을 내주는 등 방어율 4.30에 그쳤지만 적어도 김병현보다는 비교우위를 점했다.

제 의지대로 던지고 이런 결과를 받았다면 덜 억울하겠지만, 결국 김병현은 가장 바라지 않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클린트 허들 감독과 아포데카 코치는 김병현이 과거 구원 투수로 활약한 경험이 있다는 것을 상기한 듯 “훌륭한 마무리 투수였던 만큼 팀을 위해 좋은 활약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이미 팀에는 브라이언 푸엔테스라는 붙박이 소방수가 있어 김병현의 올해 보직은 셋업맨 또는 롱릴리프 등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휴스턴에서 콜로라도로 이적해온 제이슨 허시도 있어 김병현이 팀 내에서 설 자리는 비좁기만 하다.


해법은 트레이드?
구단의 일방적 통보에 불만을 품은 김병현은 불펜행 결정이 떨어지자마자 곧바로 “에이전트를 통해 선발로 나설 수 있는 구단을 찾아보겠다”고 선언했다.

그렇다면 그의 트레이드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아주 불가능하지 않다는 게 현재의 중론이다. MLB 소식에 정통한 야구 전문가들과 현지 소식통들은 김병현의 이적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스프링 캠프가 막 스타트 테이프를 끊었던 지난 3월 초 미국내 저명 스포츠 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드는 김병현을 프랜시스-쿡-로페즈에 이어 4선발로 내다봤다. 이밖에 수많은 현지 언론들은 콜로라도의 시즌 전망을 조명하며 제5선발 자리를 놓고 벌이는 경쟁에서 밀린 한명이 트레이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발 경쟁이 한창 진행되던 3월 내내 수많은 가정들이 오갔다. 상황도 시시각각 변했다. 날짜가 하루씩 지날 때마다 새로운 팀들이 거론됐고, 또 추가됐다. 프리 시즌이 으레 그렇듯이 자의는 아니었지만 여러 구단들이 김병현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휴스턴을 시작으로 애틀랜타, 다저스, 오클랜드, 플로리다를 거쳐 캔자스시티까지 후보군에 올랐다.

여기에는 긍정적 측면도, 부정적 측면도 있다. 일각에선 콜로라도가 마지막 자리에 조시 포그를 넣은 이유로 좀 더 젊은 어깨를 가진 김병현에게 좀 더 많은 구단들이 ‘오퍼’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조심스런 분석을 내렸다. 김병현이 구단의 재정을 충당할 수 있는 매력적인 트레이드 카드라는 것.

후자는 김병현의 실력 자체에 팀이 의문을 가졌을 수도 있다는 가정이다. 지난해 풀타임 선발 투수로 뛰며 김병현이 올린 성적은 8승12패, 방어율 5.57이다. 성적은 결코 좋은 편이 아니었다.

더구나 올해 시범경기 성적도 좋지 않다. 계획된 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벤치로 돌아오는 경우가 잦았다. 몸값도 250만 달러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투수진 외에 화력을 보강하고,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액 연봉자인 김병현을 트레이드한다는 것이다.

한치 앞도 가늠할 수 없고, 예측이 불가능한 김병현의 올시즌 전망. 그가 희망하는 선발 투수가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트레이드뿐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향후 추이와 거취가 주목되고 있다.


# 박찬호도 시련 중…
팀에 잔류해 부활 꿈꾼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이다. 김병현처럼 뉴욕 메츠 박찬호(34)도 마이클 팰리프와 경쟁에 밀려 지난 3월 25일 선발에서 제외돼 중간 계투로 내려가는 아픔을 겪었다.

심적 아픔도 크지만 금전적 손해가 상당하다. 기본급 60만 달러로 만족해야 한다. 129이닝 이상 던질 경우, 보너스 포인트가 쌓이고, 190이닝에 도달하면 계좌에 240만 달러가 추가로 쌓이지만 중간 계투가 되며 보너스 옵션은 불가능해졌다.

그러나 박찬호는 와신상담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지난 13년간 MLB 무대를 누비며 통산 113승을 올린 그였으나 더 큰 꿈을 위해 당장의 자존심을 접기로 했다.

최근 뉴욕 현지 언론과 가진 인터뷰는 박찬호의 심경과 각오를 그대로 엿볼 수 있다.

“기분이 좋지는 않다. 스프링 캠프 성적이 너무 안좋았다. 그러나 구원 투수 역할을 잘하겠다. 시작은 나쁘지만 선발 준비를 계속 하겠다.”

‘겸손한’ 박찬호에게 찬란한 서광이 비출 날은 언제쯤일까.

남장현  yoshike3@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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