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서거 1주기 전국 달궜다

지난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았다. 전국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여권에서는 6·2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노풍’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천안함 사건으로 촉발된 ‘북풍’으로 ‘노풍’을 막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추모정국이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경우 현 정권에 대한 정권심판 기류와 맞물려 상당한 파괴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 입장에서도 ‘노풍’이 두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 지방선거 최대 변수로 떠오른 노무현 서거 1주기 추모 열기에 대해 알아봤다.
‘노풍’이 전국을 달구고 있다.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한나라당의 천안함 ‘북풍’에 맞서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 필승 카드로 활용한다는 복안을 세우고 있다. 지난 5월 20일 천안함 조사결과가 발표된 이후 여야의 신경전이 최고조로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북풍’과 맞바람 격인 노 전 대통령 각종 추모행사가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도식과 시민추모모임 행사가 5월 22·23일 서울과 경남 김해 등에서 열렸다.
노사모, 시민주권, 시민광장,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노사모카페 등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시민추모모임은 지난 5월 19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추모행사 계획을 발표했다.
시민모임 ‘민주올레’ 행사 추진
시민모임은 지난 5월 22일 낮 12시부터 23일 오후 11시까지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노 전 대통령 사진전을 열었다. 또 이날 오후 7시~9시30분 서울시청광장과 부산대에서 동시에 시민추모 문화제도 개최됐다. 당초 서울시는 리틀엔젤스 예술단 공연을 이유로 시청광장 추모제를 허가하지 않았지만, 일정을 조정해 허가를 결정한바 있다.
도심 추모 행진도 열렸다. 시민모임은 지난 5월 22일 노 전 대통령이 당선 이전에 거주했던 서울 명륜동 사저에서 안국동, 조계사, 대학로, 시청광장에 이르는 A코스와 동교동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에서 충정로, 정동길, 대한문으로 연결되는 B코스를 걷는 ‘민주올레’ 행사를 진행했다.
23일 오후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는 시민들이 기부해 조성한 박석묘역 완공식과 서거 1주기 추도식도 마련됐다.
추도식에는 부인 권양숙 여사와 아들 건호씨 등 유족과 민주당 정세균 대표,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를 비롯한 참여정부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추도식에서는 추모연주, 추모영상 상영, 추모 퍼포먼스가 펼쳐졌고 도종환 시인 등이 추도사를 담당했다. 행사 참석자들은 노 전 대통령의 모교인 진영읍 대창초등학교에서 봉하마을 묘역까지 걸어가는 ‘민주올레’ 행사도 열었다. 노 전 대통령의 49재를 올렸던 봉화산 정토원에서는 서거 1주기 추모법회가 열렸다.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콘서트도 열렸다. 지난 5월 8일 서울을 시작으로 광주, 대구, 대전에 이어 5월 창원을 마지막 행사로 지난 5월 23일 오후 부산대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추모 콘서트에는 YB(윤도현밴드), 강산에, 안치환과 자유, 두 번째 달, 이한철밴드, 우리나라 등이 출현하며, ‘명사 프로젝트 밴드’를 준비 부산시민들에게 선사했다. 이들 밴드는 평소와 전혀 다른 모습의 밴드 멤버로 변신해 그동안 갈고 닦은 연주와 노래로 시민들과 어울렸다.
한명숙 후보 올라 보컬로 무대
주요 명사 밴드로는 보컬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이치범 전 환경부 장관, 카바사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 기타 정연주 전 KBS 사장, 건반 겸 보컬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건반 정은숙 전 국립오페라 단장, 드럼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 색소폰 여균동 영화감독 등이 참여했다. 대구에서도 추모 행사가 이어졌다. 대구시민광장은 지난 5월 22일 2·28 공원 분수대 주변에서 ‘故 노무현 대통령 1주기 대구 시민추모제'를 개최했다. 행사에서는 오전 10시부터 고 노무현 대통령 생애 기록전이 열렸고, 오후 7시30분부터는 영상전 및 추도식이 진행됐다.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노무현 추모제 장소 놓고 이념 갈등 ‘충돌’
보수-진보 간 충돌 우려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제 장소가 바뀌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고 노무현 대통령 1주기 시민추모위원회는 5월 22일 오후 7시부터 시민 분향소가 마려됐던 청주상당공원에서 1주기 추모문화행사를 계획하고 지난 5월 12일 청주시에 상당공원 사용허가 신청서를 냈다. 하지만 상당공원은 이미 보수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이 시로부터 공원사용 허가를 받은 상태라 사용을 할 수 없게 됐다.
시민위원회는 1년 전 수만 명의 참배객들과의 약속을 지킬 뜻을 밝히며 계획대로 청주상당공원에서 추모문화행사 진행을 추진했다.
하지만 같은날 같은 장소에서 보수-진보 단체가 행사를 개최할 경우 물리적 충돌이 예상됨에 따라 시민추모위원회는 장소변경을 결정했다. 시민추모위원회는 지난 5월 20일 “순수한 추모제가 불필요한 이념 갈등으로 표출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무효운동의 중심지였던 철당간 광장 추모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시민추모위원회는 22일 오후 1시부터 철당간 광장에서 분향소, 판화찍기, 사진전, 1년 전 시민 추모글 전시, 풍선나눠주기, 페이스페인팅 등의 문화행사를 열었다.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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