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돌아온다면 받아 주겠다”
“박태환, 돌아온다면 받아 주겠다”
  • 배수호 
  • 입력 2007-01-25 11:49
  • 승인 2007.01.25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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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민상 감독 심정고백

도하아시안게임에서 3개의 금메달로 대회 MVP에 오르며 일약 국민남동생으로 떠오른 한국수영의 희망 박태환. 1,500m결승에서 박태환이 15분의 벽을 깨고 아시안게임신기록을 세울 때 뒤에서 소리죽여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있었다. 11년을 한결같이 박태환을 자식처럼 기르고 가르쳐온 노민상 감독이 그 주인공. 언론은 연일 노감독과 박태환의 깊고 진한 사제관계를 기사화했다. 그러나 도하아시안게임 이후로 정작 박태환을 비롯한 그의 가족에게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지난 1월 2일 박태환의 아버지 박인호씨는 노감독에게 일방적인 결별 통보를 보냈다. 노감독은 “정신적인 충격이 너무 커서 다시는 제자를 기르지 않으려했다”고 말하며 쓴 소줏잔을 들이켰다.



지난 1월 16일 노민상 감독(수영총감독)을 태릉근처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기자가 처음 봤을 때(도하 아시안게임 직후)보다 수척해졌다고 말하자 노 감독은 “몸무게가 11kg정도 빠졌어. 태환이가 그렇게 떠나고 마음고생이 심했어. 감독직도 사퇴하려고 했는데 주변에서 만류했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예전 경기고에 다녔던 제자 두 명이 ROTC제복을 입고 찾아왔어. 두 녀석 다 머리가 좋던 친구들이라 수영 말고 다른 길도 찾아보라고 했거든. 한참 정신적 충격에다 여러 일들이 겹쳐 지도자 일을 그만 둘 생각을 했는데 그 녀석들이 그러더군, ‘박태환을 잃으면 하나를 잃는 거지만, 감독님이 지도자 생활을 그만 두면 선수 수 십 명을 잃는 거다’고. 녀석들을 껴안고 한참을 울었어.”

계속해서 노 감독은 말을 이어갔다.

“선수와 감독의 관계는 묘해. 선수가 뜨고 나면(좋은 성적을 내면)감독이 약자가 되어버려. 선수가 한 말은 전부 옳은 말이 되고 내가 한 말은 다 잘못된 것이 되는 것 같아. 말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워 지더군.”
이날은 박태환 선수가 스피도와 30억원 상당의 후원계약을 체결한 날이었다.


“태환이 상처받을까봐 말 못해”
“박태환과 나는 인간 대 인간으로 아무런 조건 없이 만난 관계지만 그쪽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나는 박태환이가 다시 돌아온다면 언제든지 받아들이겠다.”

한편으로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대한수영연맹에서도 연맹차원에서 지원을 약속했는데 이런 식으로 결별하게 되니 참 답답하더군. 제3자가 있어서 박태환 가족을 흔들어 놓았나본데 누군지 알지만 태환이가 상처받을까 말을 못하겠어. 이왕 이렇게 된 것 태환이가 성공하길 그저 바라야지. 별 수 있겠어.”

노감독은 박태환 선수가 이런 일로 흔들리지 않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제 기량을 발휘해서 성공하길 바란다고 했다.

또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을 위해서 떠난다는 박 선수 부모 측과 결별에 대해 “우리나라에서도 (과학적이고 체계적 훈련을)이제는 충분히 할 수 있다. 스포츠 과학연구소 측도 이미 협의가 된 상황이었다. 수중테스트 및 근력테스트를 데이터화해 개인 프로그램을 짜는 기초체력연구 등 체계적인 훈련을 실시하려 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대체 누가 장난을 쳤는지 모르지만, (허탈한 웃음)장난 친 사람만 알겠지. 이런 상황이 너무 화가 나. 태환이가 어떻게 해서 큰 애인데. 일곱 살 때부터 성장과정을 쭉 지켜봤어. 나보다 집사람이 이번 일(결별)로 더 힘들어하고 배신감을 느끼더군. 태환이네가 한창 힘들 때 우리 집에서 밥 먹여가며 키우다시피 한 적도 있었는데 이건 아니라며 몸져누웠어.”

수영계 일각에서도 노감독이 지금의 박태환 선수를 만든 1등 공로자라는데 의심하지 않는다.

“내 힘으로 키워서 도하아시안게임을 통해 세계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보여주었는데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이런 일이 생겨서 너무 안타깝다. 태환이만을 위한 전담 트레이너, 마사지사 등이 있어서 이런 좋은 기록이 나온 게 아니잖아. 태환이 본인의 꾸준한 노력, 기초체력 훈련과 경기운영 능력계발 등을 통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지.”

노감독은 다시금 3자에 대한 서운함을 털어놓았다. “자그마치 11년이야. 그 세월 자식처럼 키운 애가 이런 일로 멀어진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야. 어른들의 욕심으로 태환이의 좋은 인성에 혹여나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 될 뿐이야.”

노감독은 인터뷰 내내 허탈한 웃음을 보였다. 그만큼 정신적인 충격이 컸던 것이다. 심지어 이번 사태로 인해 자살까지 생각했다는 노감독. “정말 사람이 왜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을까 이해하게 되었다. 그 배신감이란 참 이루 말할 수 없지.” 속이 쓰린지 노감독은 물을 연신 들이켰다.


“성공하는 모습 보고 싶어”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박태환 선수가 잘되길 진심으로 바란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좋은 성적 얻을 수 있게 열심히 개인훈련 하길 바란다”며 제자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보였다. 또한 “나에게 다시 돌아온다면 나는 제자로서 언제든 다시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 고 말했다.

배수호  4477b@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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