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실력 인정받고 싶다”
“미국서 실력 인정받고 싶다”
  • 배수호 
  • 입력 2006-12-28 10:48
  • 승인 2006.12.28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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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볼 스타 차유람


지난 9월 13일 치러진 ‘트릭샷 매직 챌린지’ 대회에서 언론의 관심은 전세계챔피언 ‘검은 독거미’ 자넷 리에게 쏠려 있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 한 소녀가 언뜻언뜻 카메라에 잡혔다. 빼어난 외모와 더불어 경기에 몰입하는 매서운 눈빛, 나이답지 않은 기량. 그녀의 이름인 ‘차유람’은 순식간에 각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올랐다. 국가대표로 뽑혀 처음 참가한 아시안게임에서 노메달에 그쳤지만 그녀는 의외로 담담했다. “제 실력이 부족한걸요.” 내년 미국으로 진출해서 세계 재패를 이루고 싶다는 꿈 많은 소녀 차유람을 안양평촌의 한 당구장에서 만났다.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어”

차유람. 2006년 스포츠계에서 혜성처럼 떠오른 이름이다. 빼어난 외모로 유명한 그녀 곁에는 늘 ‘얼짱 당구 소녀’, ‘당구계의 보아’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그녀는 순식간에 각 포털사이트의 인기검색어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대회 때는 여자 선수들에게 화장하는 분이 따로 있어요. 모두 그 분 덕이죠. 대회 때 말고는 화장을 거의 안 해요. 그래서 아직 화장 하는 법도 모르죠. 저 길거리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알아보시는 분이 한 분 정도 밖에 없어요. 다 화장발이에요.”
그녀의 미소에선 아직 때 묻지 않은 소녀의 모습이 남아 있었다. 이번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언론의 관심이 성적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냐는 기자의 다소 난감한 질문에도 그녀는 “전혀요. 처음에는 실력보다 외모로 관심을 받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기도 했는데 이젠 마음을 비웠어요. 실력을 키워서 더 인정받아야죠”라며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성적이 안 나와서 다들 걱정하시는데 저는 아무렇지 않아요. 제가 실수를 한 것도 아니고 실력이 모자라서 그런 거라 생각해요. 더 열심히 해야죠.”
지난 ‘트릭샷 매직 첼린지 대회’ 당시 자넷 리와 한판 승부를 벌였을 때 적구를 바라보던 눈빛과 같았다. 솔직하게 자신의 실력부족을 말하는 그녀에게서 앞으로의 성장을 엿볼 수 있었다.
진정한 챔피언은 최고에 선 자가 아니라 최고 자리에 오르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라는 곽경택 감독의 말이 떠올랐다. 그녀는 그랬다. 아직 최고는 아니었지만 최고를 꿈꾸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었다.

미국 진출을 앞둬
이제 이런 그녀를 내년부터는 당분간 한국대회에서는 만나 볼 수 없다. 내년에 미국으로 진출하기 때문이다.
“미국 진출은 사실 몇 년 전부터 생각했던 일이에요. 보다 넓은 무대로 나가고 싶어요. 여러 타이틀 대회도 많고요. 정말 큰 무대에서 인정받고 싶어요.”
다부지게 포부를 전하는 그녀의 눈빛은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충만했다. 현재, 미국진출을 도와줄 프로모터를 구하고 있다는 그녀.
“사실 달리 준비된 것은 없어요. 그러나 확실한 건 내년에는 반드시 미국무대에 서 있을 거라는 거죠. 요새 영어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는걸요.”
어떻게 보면 막연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기자의 걱정이 섞인 질문에 그녀는 웃으며 “주변에서 조용히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리고 저에게는 하느님이 있는걸요. 매일 기도하는 마음입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그녀는 별다른 취미가 없다고 한다. 훈련하는 시간 외에는 교회에서 예배도 드리고 봉사 활동도 한다고 했다. “교회는 저에게 특별한 공간이에요. 제가 운동에 전념하기 위해 중 2때 학교를 그만뒀잖아요. 교회는 저에게 믿음의 공간이자, 인간관계의 장이죠. 거의 교회 사람들 하고 만나는 시간이 많죠.”
그녀는 초등학교 6학년 가을에 아버지의 추천으로 처음 큐를 잡았다. 그리고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여러 대회에 참여하느라 결석일수가 많아지고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결심하게 된다. 교회는 목사인 삼촌의 추천으로 그 시점부터 다니기 시작했다.

“혼자 훈련하는데 익숙해요”
학교를 그만둔데 대한 아쉬움은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전혀요. (웃으며)공부 재미없잖아요. 또 공부로 최고가 되기 힘들잖아요. 제가 학교 다니면서 공부도 하고 당구도 쳤다면 아마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예요. 그런데 요즘은 대학에 들어가고 싶어요. 스포츠 심리학에 관심이 생겼거든요”라며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
“저에게는 특별한 선생님이 없어요. 늘 혼자 훈련했어요. 다른 사람에게 배운 것은 왠지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당구는 개인종목이라 자신과의 싸움이죠.”
하루도 거르지 않고 혼자 연습하는 그녀를 보면 어떤 일에 대한 소질이나 천재성은 그 일에 대한 열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말이 생각났다.
“당구요, 처음에는 재미없었죠. 그런데 치다보니 점점 재미가 생기더군요. 재미가 생기니 잘 쳐지고 대회 나가서 상도 받고 그러다보니 더 잘치고 싶고. 이제는 당구가 몸에 꼭 맞는 옷 같아요. 제 몸의 일부 같기도 하구요.”
당구연습을 하는 그녀의 모습은 참 진지해보였다. 특히 사람들은 공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매섭다고 말한다. 실제로도 평상시의 모습과 당구 시합 때의 모습이 다른 사람 같았다.
“당구를 시작한 이상 끝을 봐야죠. 저는 시작한 일에는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체질이에요. 열심히 해야죠.”

노력하는 소녀 차유람
그녀는 인터뷰 도중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다. 짧다면 짧을 수 있는 7년 구력으로 국가대표에 선발될 수 있었던 그녀의 비결이 엿보이는 말이었다. 외모로 유명세를 탔지만 그녀의 이런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얼짱 당구 소녀 차유람은 없었을 것이다. ‘당구로 세계를 재패하고 싶다’는 차유람. 자신의 포부를 솔직하게 말하는 그녀의 빛나는 눈은 더 이상 ‘얼짱 소녀’가 아닌 ‘세계 챔피언 차유람’으로 불리는 날이 멀지 않았음을 기대케 했다.



차유람은…
출 생 : 1987년 7월 23일생
신 체 : 키 160cm 몸무게 46Kg
약 력 : 완도초-중2자퇴-검정고시(대입)
2003년 전국여자포켓9볼 1위
2004년 풀사랑 9볼오픈 1위
2005년 한국여자3쿠션대회 1위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대표선수




# 차유람 인터뷰

“화장 안하면 팬들 못 알아봐요”

-미국 진출을 앞두고 어떤 준비를 하는가.
▲내가 따로 준비하는 것은 영어 공부다. 훈련과 병행해서 틈틈이 하고 있다. 현재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시는 분들이 계신다.

-차유람 선수가 생각하는 라이벌은.
▲(웃으며)따로 라이벌은 생각해 보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어린 선수들이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두렵다.

-차유람 선수가 존경하는 선수는.
▲타이거우즈다. 이유는 나이가 들어도 세계최강이라는 자리를 지키고 있다. 챔피언은 오르기보다 지키기가 더 어렵지 않은가.

-자신이 생각하는 외모 콤플렉스는.
▲둥근 얼굴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에 잡티도 있다.

-자신이 살아오면서 고마운 분이 있다면.
▲당연히 부모님이고, 언니(차보람)도 참 고맙다. 언니도 당구를 치는데 잠시 그만뒀다가 얼마 전부터 다시 시작했다. 목사님도 항상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하다.

-열혈 팬으로 인해 사생활이 불편한 적은 없는가.
▲(웃으며)외출할 때 화장을 안 하고 돌아다녀서인지 알아보시는 분들이 거의 없다. 팬들은 항상 고마운 존재이다. 한 번도 그런 불편을 느낀 적은 없었다.

-평소 본인의 성격은.
▲낯선 사람에게 먼저 다가설 만큼 활달하진 않다. 친해지기 전에는 낯가림이 심한 편이다. 하지만 한 번 친해지면 이야기도 잘하고 장난도 치고 그런다.

-미국에 진출한 자넷 리 선수나 김가영 선수와의 친분관계는 어떤가.
▲자넷 리 선수는 지난 9월 트릭샷 매직 첼린지 대회에서 처음 만났다. 언니가 몸이 안 좋은 상태에서도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활동한 후로는 본 적이 없다. 김가영 선수는 어렸을 때부터 대회에서 몇 번 마주쳤다가 이번 도하 아시안게임 때 같이 대표가 되어서 친해졌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예쁘지 않은데도 예쁘게 봐주셔서 고맙다. 이번에 성적을 못 받았는데도 한결같이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성적이 잘 나와서 팬들이 더 기뻐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 미국에 가더라도 많은 성원 부탁드린다. <호>

배수호  4477b@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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