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대북 정책을 위한 고언, “첫 단추 잘못 끼웠다”

천안함 침몰 사건이 북측의 소행으로 밝혀지면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남북관계 역시 급속히 경색되는 모습이다. 이에 [일요서울]은 5·6공 6년 동안 대통령의 위임을 맡아 대북방 외교를 담당했던 박철언 전 체육청소년부장관을 만나 해법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5월 20일 한국복지통일연구소 사무실에서 100분 동안 진행됐다. 박 전 장관은 ‘천안함 침몰 사건은 분단의 비극이다’며 안타까워하면서도 이명박 정권의 대북 정책이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향후 남북이 평화공존하고 공동 번영을 위해선 ‘중국과의 공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본지는 지면 사정상 상, 하로 인터뷰 내용을 나뉘어 우선 천안함 사건을 중심으로 한 남북 관계에 초점을 맞춘 인터뷰 내용을 게재한다. 이후 하편에서는 ‘박근혜와 이명박’, ‘역대정권 공과’ 그리고 ‘국민대통합’을 위한 박 전 장관의 해법을 싣을 예정이다.
공교롭게도 박철언 전 장관과 인터뷰하는 날은 ‘천안함 침몰 사건’의 원인에 대해서 민군합동조사단이 발표하는 날이었다. 5·6공 군사정권하에서 6년동안 42차례 대북방외교, 공산권 외교에 목숨을 걸고 활동을 한 박 전 장관으로서 소회는 남달랐다. 박 전 장관은 천안함 사건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 “분단의 비극이다”고 안타깝다는 심경을 피력했다. 그는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위기극복을 위한 또 다른 위기조성용인 벼랑 끝 전술’이라고 규정하면서도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에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박 전 장관은 “이명박 당선자 초기의 ‘비핵개방3000구상’(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할 경우 10년내 북한 주민 1인당 소득 3000달러 수준에 이르게 한다) 발표나 대북 쌀 지원 등 인도적 지원도 북한이 요청이 있으면 검토한다는 것, 그리고 올해 4월15일 김일성 주석 생일날 60억 불꽃놀이 하는데 이 대통령이 ‘굶주린 백성을 위해 옥수수를 사 주는 게 맞다’는 발언은 대표적으로 MB 정부가 대북정책에 대해서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MB 정권이 노무현, 김대중 정부와 차별화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국내 선거용이나 국내 보수층 결집용으로 대북정책을 활용하는 모습이다”며 “내가 참모라면 ‘비핵 남북공동번영하자’, ‘비핵 평화공존 및 공동번영을 통한 평화통일의 길을 닦자’는 식으로 얘기하는 게 맞다”고 충고했다. 그는 북측의 자존심을 건든 것으로 ‘비핵개방3000’을 들며 “‘개방하라 말을 잘 들으면 3000불이 되도록 도와주겠다’는 식으로 이는 김정일 정권의 속성상 대단히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발언”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해법으로 박 전 장관은 ‘중국과의 공조’를 내세웠다. 그는 “천안함 사건 해법은 어떻게 보면 간단하다. 북측이 사죄하고 책임자 문책하고 재발방지 강구책을 내놓으면 된다. 그러나 북측이 그렇게 할리 없다. 관건은 국제공조인데 우리로선 중국과 공조를 잘해야 한다”며 “중국은 북한을 통해 미국, 일본, 서방 등을 견제할려는 측면이 있고 또한 자국의 위상을 높이고 실익을 취하려고 한다.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하고 잘 지내는 것보다 남한하고 잘 지내는 게 국익에게 도움이 된다는 믿음을 줘야 북한의 핵문제와 평화통일 문제를 잘 풀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박 전 장관은 ‘6공의 황태자’라는 별칭에 대해 ‘노태우 정권 이후 대통령이 된 YS가 황태자’라며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한 일꾼’으로 불러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대북 포용정책을 위해 유서를 20회 이상 쓰고 군사 분계선을 넘어 북한을 방문하고 체코, 소련, 베트남, 라오스 등 미수교 공산권 국과 외교 수교 활동을 위해서 목숨을 걸고 비밀리에 협상을 다니는 황제가 어딨냐”고 반문했다.
또한 그는 “5·6공 시절 남북비밀접촉 6년간 42차례 비밀 접촉의 내용과 과정을 전부 기록해 국정원에 백서로 남아 있다”며 “500페이지 분량에 전체 3권으로 지금도 40여권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년이 지난 이상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정부가 “이제는 공개돼야 하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박철언 전 장관의 인터뷰 전문 중 대북관련 내용을 발췌한 부분이다.
- 6공의 황태자라는 별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 5·6공때 나라에 큰일을 많이 했다는 측면에서 큰일꾼 뜻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권세와 세도를 누렸다는 의미로 제 2인자로서 황태자 표현은 적절치 않다. 노태우 정권 시절에 제2인자로서 누리다가 양자로 선택 받은 사람은 YS다. 대북 포용정책을 위해서 유서를 20회 이상 쓰고 군사분계선을 넘어서 남북비밀회담 수석대표로서 북한에 방문하고 체코, 소련, 베트남, 라오스 등 미수교 공산권과 외교수교활동을 위해서 목숨을 걸고 수십차례 비밀리에 협상을 다닌 사람이다. 협상을 다니는데 황태자가 한 번도 아니고 수십차례 위험을 무릅쓰고 나라와 민족을 위한 국민을 위한 그런 위험스런 일을 맡아서 했겠느냐.
- 두 정권에서 6년간 중차대한 역할을 맡았던 비결은.
▶ 서울대 법과대학을 나와 사시에 합격해 검사로 지내던 시절에 80년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1980년 6월5일자로 법무부장관의 명에 따라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파견으로 명을 받았다. 6공화국이 성립되자 노태우 대통령이 ‘자네가 한 남북 비밀 접촉이나 북방외교를 했으니 사람을 바꿀 수 없지 않느냐’며 ‘계속 맡아 달라’고 했다. 그래서 1988년 3월에 검사 사표를 내고 정식으로 청와대 정책보좌관, 국회의원, 장관 등 국가운영과 정치에 깊숙한 곳에 들어가게 된다.
- 김대중 정부의 2인자였던 박지원 전 장관과 정치 역정이 유사한데….
▶ 보좌하게 된 배경이나 민족 문제 담당한 역할은 많이 다르다. 민족 문제를 담당하게 된 것은 나는 학력과 경력에 의해서 전 대통령 인정을 받은 것이고 남북비밀접촉을 전두환·노태우 정권 동안 6년간 42차례 비밀 접촉의 내용과 과정을 전부 기록에 남겼다. 안기부에 백서로서 500페이지 3권 분량으로 수행했던 참모들 강재섭, 강근택, 김용환 부장 함께 다녔던 소상한 내용, 주고받은 선물, 준비된 식단, 요인들과 대화내용 모두를 기록해서 안기부에 백서로 만들어줬다. 지금도 40여권은 보관중으로 알고 있다.
- 안기부 백서를 가지고 있지 않는지.
▶ 나는 그만둘 때 국가기밀이라 반납을 했다. 박지원 장관과 달리 나는 정식으로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위임을 받은 위임장을 받아서 일을 했다. 그래서 그 결과를 기록에 남겼다. 김일성 주석의 위임을 받은 한시해 수석대표나 허담 비서의 위임장을 서로 교환하면서 나라의 정식 최고 통치권자의 위임을 받아 당당하고 깨끗하게 회담을 했다. 한번도 일방적인 퍼주기나 당시 대통령의 영달, 장기집권을 위해 그리고 명예를 위해 활용을 하지 않았다.
- 국민의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비밀스럽게 하고 공개가 부족했다는 말인가.
▶ 과연 국민의 정부시절 그런 역사적 증언이 기록으로 남아있는 것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것은 박 장관에게 물어봐야 한다. 이제 대북방 외교 역할을 그만 둔지 20년 됐다. 안기부 국정원에 자료를 갖고 있을 텐데,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이제는 공개돼야 한다고 본다.
-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MB 정권 대북관계가 경색되고 있다. MB 대북정책에 대해 한 말씀을 해달라.
▶ 천안함 사건은 분단의 비극이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시절도 그렇고 당선자 취임초기 비핵개방3000구상이라는 발표나 대북 쌀지원 등 인도적 지원도 북한의 요청이 있으면 검토하겠다고 했다. 최근엔 김일성 주석 생일을 맞아 60억 원을 들여 불꽃놀이 했는데 굶주린 주민들을 위해 옥수수를 사주는 게 맞는 일이 아니냐는 이런 얘기들은 나는 대북 포용정책, 대북 정책에 있어서 맏형과 같은 대승적인 자세가 아니다라고 본다. MB 정부가 대북정책에 한해서는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끼웠다. 노무현, 김대중 정부와 차별화에 치중한 나머지 국내 선거용이나 국내 보수층 결집용으로 활용할려는 측면이 있다.
비핵개방3000의 경우, 북한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개방하라 말을 잘 들으면 3000불이 되도록 도와주겠다는 식은 김정일 정권의 속성이나 자존심을 엄청나게 손상하는 것이다. 내가 참모라면 ‘비핵 남북공동번영하자’ ‘비핵 상호협력 활성화 평화공존 공동 번영해서 평화통일 길을 닦자’ 이렇게 대북정책을 얘기하는 게 맞다.
- 왜 북한이 천안함 사건을 일으켰다고.
▶ 이른바 위기극복을 위한 위기조성으로 벼랑끝 전술이다. 북한으로서 궁지에 몰려 지금까지 취해온 전략의 일환으로 이해를 해야 한다.
- 북한의 소행으로 판명 난 이상 우리의 향후 대책은.
▶ 북한이 사죄하고 책임자 문책하고 재발방지 강구책을 내놓으면 간단하다. 그런데 북한이 할리 없다. 국제 공조를 통해 북한에 대한 압박과 설득을 어떻게해 가느냐에 따라 결과가 나온다. 중국도 국가이익이 있다. 중국 역시 북한이 핵을 가지지 않길 바라지만 북한을 핸들링해서 미국이나 일본 서방을 견제하는 측면이 있다. 중국으로서 우려는 북한이 만약에 붕괴하거나 너무 멀리해 친미정권내지 중립성 정권이 들어서길 바라지 않는다. 또한 중국은 북한을 통해서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실익을 취하려는 측면이 있다. 우리로선 중국과 공조를 잘해야 한다. 우리는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하고 잘 지내는 것보다 남한하고 잘 지내는게 국익에게 도움이 된다는 믿음을 줘야 북한의 핵문제, 평화통일 문제도 풀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사진·맹철영 기자] photo@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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