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가분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홀가분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 구명석 
  • 입력 2006-09-29 11:00
  • 승인 2006.09.29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스터 LG 서용빈-김정민, 정든 그라운드 떠난다

서용빈이 정든 그라운드를 떠난다. 수려한 외모와 조각 같은 몸, 그리고 외모보다 더 아름다운 스윙으로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서용빈은 지난 19일 팀 선배 김정민과 함께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이들은 지난 24일 잠실 두산전을 공식 은퇴경기로 치렀다. 그 뒤에는 팀에서 마련한 코칭스태프 육성 프로그램에 따라 2년간 지도자 수업을 받을 계획이다. “지도자로서 제2의 야구 인생을 멋지게 설계하고 실천해 나가겠다”며 포부를 밝힌 서용빈과 김정민. 이들에게서 깊은 고뇌를 떨궈낸 홀가분함과 아쉬움이 느껴진다. 그 누구보다도 화려하게 프로생활을 시작했지만 힘없이 은퇴를 선언한 이들이 지도자로서 다시 부활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서용빈은 90년 중반 LG의 부흥을 이끈 간판선수다. LG의 ‘신바람 야구’를 이끌었던 서용빈(35)의 13년간 선수생활은 정상과 나락을 오가는 등 말 그대로 파란만장했다.
단국대를 졸업한 뒤 지난 1994년 LG에 입단한 서용빈은 김재현(SK) 유지현(LG코치)과 함께 ‘LG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 신바람나는 야구로 LG의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이끌었다. 20경기 연속 안타와 신인 최초 사이클링히트 등의 진기록은 물론 시즌 타율 0.318, 72타점을 기록해 1루수 부문 골든 글러브도 수상했다.

LG ‘신바람 야구’ 주역
잘 생긴 외모와 깔끔한 매너로 수많은 여성 팬이 그를 따라다녔다. 1999년 미스월드유니버시티 출신 영화배우 유혜정씨와 결혼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1997년 3할 타율(0.316)을 기록하는 등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던 서용빈은 잇따른 부상으로 2년여의 허송세월을 보내야 했다.
그는 2000년 그라운드에 복귀해 재기를 노렸으나 2002년 병역기피 문제로 또다시 ‘시즌 아웃’되며 깊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후 2003년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면서 서용빈은 긴 공백기를 맞아야 했다. 군 복무를 마친 뒤 선수로 복귀한 서용빈은 예전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주전경쟁에서 밀렸다.
서용빈은 올 시즌에 앞서 은퇴권유를 받기도 했지만, 선수생활에 대한 미련을 떨쳐 버리지 못하면서 오전에는 2군에서 선수로, 오후에는 1군에서 주장으로서 역할을 하는 강행군으로 의지를 불태웠다. 지난달 1군에 이름을 올린 서용빈은 초반 결승타를 날리면서 최하위권으로 뒤처진 팀의 분위기 쇄신에 앞장섰지만, 결국 체력저하로 인한 실력차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주전경쟁서 탈락했다.
서용빈은 지난 18일 현재 올 시즌 31경기에 출장해 타율 0.197(71타수 14안타) 1홈런 9타점을 올려 전성기 때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은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현재까지 통산 827경기 2,623타수 760안타 350타점 타율 2할9푼을 기록했다.
서용빈은 은퇴 기자회견에서 ‘선수생활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94년 입단해서 97년까지 성적도 좋았지만 야구가 즐거웠던 시절이었다”고 회상하면서 이후 선수 인생의 험난함을 간접적으로 피력했다.
이어 “앞으로 2년이라는 코치연수 기간동안 지도자상을 정립하겠다”는 서용빈은 “선수와 코칭스태프간에 신의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지도자로 변신하는 각오를 밝혔다.
한편 14년간 LG의 포수 마스크를 써온 김정민(36)도 서용빈과 함께 은퇴를 선언했다.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결심한 서용빈과 김정민은 함께 LG 구단에서 마련한 코치 육성 시스템에 따라 앞으로 2년간(국내 1년/해외 1년) 지도자 수업을 받을 예정이다.
LG구단 관계자는 “서용빈과 김정민은 내년 시즌 자매구단인 일본 주니치 드래곤스에서 코치 연수를 받고 2008년에는 구단 프런트로 일하며 구단 직원으로서의 감각도 익히게 된다”고 밝혔다. 서용빈은 지난 18일 김연중 단장과의 면담에서 최종적으로 은퇴 의사를 밝혔고 김정민은 구단으로부터 코치 연수 제의를 받은 뒤 지난 18일 은퇴 결심을 구단에 전했다.

서용빈 “아내는 나의 힘”
“선수생활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도 은퇴를 결심하게 된 것도 아내 때문이다.”
지난 19일 전격 은퇴를 선언한 LG 서용빈은 탤런트인 아내 유혜정씨에 대한 남다른 심경과 고마움을 나타내 눈길을 끌었다.
서용빈은 함께 은퇴하기로 한 포수 김정민과 함께 잠실구장 내 구단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내에 대해서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다. 99년 나와 결혼하면서 제대로 외식도 못했고 그 이후 개인적으로 계속 안 좋은 일이 생긴 뒤 7∼8년이 지났다”며 시린 마음의 일부를 살짝 공개한 뒤 “어렵고 힘들 때 항상 옆에서 지켜주고 힘이 돼줘서 너무 고맙다. 아내로부터 용기도 많이 얻었다”면서 고마움을 전했다.
서용빈이 은퇴시점을 미루고 올 시즌까지 선수생활에 집념을 보인 이유도 역시 가족이었다. 서용빈은 “아내에게 신인 시절 잘했던 내 모습을 다시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 그 부분 때문에 솔직히 은퇴 결정에 결정에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놓으며 “내 나이 36살이다. 사회에선 젊은 나이지만 이곳에서는 노장이고 퇴물 대우를 받는다. 또 다른 세계에 나가면 할일이 많을 것이다. 더 많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시련의 시기에 버팀목이 돼준 가족에게 남편과 아빠로서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그의 집념이 선수생활을 지속하게 해줬던 것이다.
서용빈은 은퇴에 대해 “공익근무를 마쳤을 때부터 은퇴 얘기가 나왔고 올 시즌 초부터는 구체적인 얘기도 들었다. 그러나 결정하기까지 쉽지 않았다”면서 “나 자신도 그렇지만 가족들이 지켜보는 것도 힘들고 해서 단안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서용빈은 마지막으로 팬들에 대해 “너무 고맙다는 말을 우선 하고 싶다. 내가 어디 가는 것도 아니고 계속 LG에 남아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응원과 격려 질책을 계속해 줬으면 좋겠다. 또 팀이 몇 년간 성적이 좋지 않았다. 내년, 후년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기대한다. 우리가 큰 도움이 못 되더라도 능력 되는 대로 LG가 부활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구명석  gms75@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