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타자 앞에서 더 위력적인 ‘돌 직구’위력
대학 때 팔 수술…재활 잘해 새로운 팔 얻은 셈
‘아시안게임 꼭 금메달 딸 것이다’자신감 가져
오승환의 변화구 ‘A+학점’ 아니더라도 ‘A학점’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의 ‘돌부처’ 마무리 오승환이 프로 2년 만에 처음으로 시즌 40세이브를 넘어 50세이브 고지를 향하고 있다. 삼성 투수로는 팀 창단 후 처음이고, 8개 구단을 통틀어서도 1994년 정명원(당시 태평양 돌핀스·40세이브), 2000년 진필중(당시 두산·42세이브) 이후 처음이자 통산 세번째이다. 더불어 역대 최연소(24세17개월25일). 앞으로 오승환이 아시아 선수가 한 번도 밟지 못한 한 시즌 50세이브에 도달할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승환(24)은 ‘최강의 직구’를 갖고 있다. 다른 투수들이 던지는 보통 시속 150㎞짜리 직구와는 타자들이 체감하는 것이 완전히 다르다.
묵직한 ‘최강의 직구’ 소유자
프로야구 삼성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 그를 상대하는 타자들은 그의 직구를 ‘돌 직구’라고 부른다. 마치 돌을 때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다. 전광판에 찍힌 최고 시속은 152㎞. 물론 빠르지만 최고 구속만 따지면 그런 투수들은 전에도 많았다. 오승환이 특별한 것은 공의 위력이 남들과 다르기 때문이다.
‘돌 직구’의 위력을 보면 첫째, 오승환은 한 이닝에 평균 1.38개의 삼진을 잡아낸다. 2회를 던지면 세 명은 삼진이다. 둘째, 안타를 적게 맞는 편이라는 것이다. 피안타율이 1할6푼5리로 보통 10명의 타자가 나와 안타 2개 치기도 어렵다는 얘기다. 이 두 가지 위력은 한국 프로야구와 일본, 그리고 메이저리그 세이브 신기록 보유자들의 기록을 능가한다. 지난 12일까지 41세이브를 기록한 오승환은 앞으로 7, 8차례 더 세이브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선동열(삼성)감독은 “공의 위력도 좋지만 무엇보다 코너워크가 좋다. 배짱도 있고. 직구 자체에 힘이 있어서 시속 140㎞대 후반 속도라도 150㎞ 이상의 위력이 있다. 투수의 생명은 밸런스다. 오승환의 위력은 투구 밸런스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삼성과 맞싸우는 나머지 7개 구단에선 오승환에 대한 스카우팅 리포트가 있다. 공통적인 내용은 “초속과 종속의 차이가 적어 타자들이 느끼는 속도감이 다른 투수들에 비해 빠르다”는 것이다. 야구인들이 “볼 끝이 좋다”고 말하는 건 종속이 빠르다는 얘기다. 실제로 오승환은 공을 처음 놓는 순간의 속도와 포수 미트에 들어갈 때 스피드 차이가 10㎞를 넘지 않는다.
서울대 운동역학실의 남기정 연구원은 “오승환의 ‘돌 직구’는 날아오는 동안의 회전수가 다른 선수에 비해 월등히 많다. 이런 현상은 타고난 근력 자체가 뛰어나든가, 아니면 투구 메커니즘이 좋아 공을 뿌리는 임팩트 순간 공에 많은 힘을 실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바로 공을 던지는 순간 꺾였던 손목을 풀어주는 모습이 매우 역동적이라는 것. 또 삼성 스포츠과학지원실의 안병철 실장도 “오승환의 직구는 체격에 비해 훨씬 빠르다. 공에 힘을 실어주는 메커니즘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오승환은 “대학 시절 두 차례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뒤 피나는 재활 훈련을 거치면서 메커니즘이 완성된 것 같다. 약해진 인대를 보강하는 훈련을 받으면서 빠른 볼을 던지는 데 필요한 근육 구조가 이상적으로 형성된 것 같다. 또 프로에 들어오면서 체계적인 관리를 받으면서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오승환은 완전 새로운 팔이 생긴 것이다.
그래도 오승환은 모든 타자들을 두려워한다. 워낙 위급한 상황에서 등판하기 때문에 모든 타자를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장성호(KIA)선수는 “볼을 때려내기가 상당히 힘든 투수다. 정말 까다롭다. 타이밍으로 타격을 하는데 오승환은 투구 모션이 이중이라 타이밍 잡기가 힘들고, 스피드에 비해 볼 끝이 좋다. 구질도 괜찮고, 컨트롤이 좋아서 지금까지 안타를 하나도 못 쳤다”고 말했다.
오승환만의 ‘돌 직구’비법
삼성의 오승환은 ‘불같은 강속구’를 던진다. 흔히 공이 빠른 투수들에게 쓰는 표현이지만 그의 공은 정말 빠르다.
그 비결은 남다른 손가락 힘에 있다. 우선 오승환의 직구 그립을 살펴보면 검지와 중지로 공 윗부분 실밥을 잡고 엄지로는 공 아랫부분을 받친다. 다른 투수들과 특별히 다른 점은 없다. 다만 손바닥과 공 사이에 약간의 공간이 있고, 검지와 중지를 붙인 채 공을 잡는다는 점이 약간 특이하다.
대부분 투수들은 검지와 중지의 둘째 마디까지 공 표면에 붙인 상태에서 볼을 잡는다. 그러나 오승환은 검지와 중지의 첫째 마디의 반쯤만을 실밥 옆에 찍듯이 대고 공을 잡는다. 덕분에 손가락 끝으로 볼을 채는 힘이 세다. 덩달아 뒤로 도는 회전력을 높일 수 있다. 오승환의 직구가 ‘라이징 패스트볼’을 연상시키듯 볼 끝이 좋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오승환은 구질 얘기에 한없이 몸을 낮춘다. ‘피칭 메뉴’는 직구와 커브, 슬라이더뿐. 자신은 구종을 새로 배울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주장을 한다.
“아직 커브나 슬라이더도 제대로 못 던지는데 무슨 공을 새로 배우겠어요. 양일환 코치님과 김현욱 코치님께 꾸준히 배우고 있다. 아직 더 다듬은 다음에 새로운 볼을 생각해 볼 것이다.” 그러나 오승환의 변화구에 대한 코칭스태프의 평가는 다르다. ‘A플러스 학점’은 아니더라도 이미 ‘A학점’은 된다는 평가다.
김현욱 코치는 “커브는 각이 꺾이는 지점에서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것을 위해 손목을 세우고 던지는 것을 강조했는데 오승환이 며칠 새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내는 것을 보고 나도 깜짝 놀랐다”고 말하며 “지금 페이스라면 변화구를 던지는 능력이 갈수록 진화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오승환이 앞으로 변화구까지 완벽히 던진다면 당분간 마운드 위에 적수가 없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오승환, ‘50세이브 투수를 향해’
‘돌부처’ 삼성 오승환이 거침없는 세이브 행진을 벌이며 국내 프로야구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작성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바로 오승환이 아시아 최다 신기록을 가시권에 뒀기 때문이다. 아시아 최다 세이브 신기록은 2005년 일본 주니치의 이와세가 세운 시즌 46세이브.
오승환은 한국 신기록과 아시아 신기록 경신에 대해 “솔직히 욕심이 난다. 최선을 다해 기록 경신을 이루도록 하겠다”고 목표를 명확히 밝혔다. 이제 오승환 그에게 국내는 물론 일본프로야구에서도 이제까지 그 누구도 가 보지 못한 전인미답(前人未踏)의 50세이브 고지 정복이 바로 그의 목표다. 또 올해 말에 있을 아시안게임을 준비하기까지 피곤한 일정인데 어떠냐는 질문에 그는 “아직까지 체력적인 부담은 전혀 없다. 감독님이 컨디션 조절을 잘 해주셨다. 아시안게임에서 최선을 다해 꼭 금메달을 따겠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오승환은 지난 12일까지 41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1차적으로는 지난 1994년 정명원(전 태평양 돌핀스)선수의 40세이브 기록에 이어 2차적으로 지난 2000년 두산 진필중(현 LG)이 작성한 국내 프로야구 시즌 최다 세이브(42) 기록 경신이 눈앞에 있다. 특별한 부상만 없다면 무난히 깨뜨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50세이브는 아무나 도달할 수 없는 기록이어서 그 달성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당연히 한 시즌에 50세이브를 올린 투수가 없다. 70년 역사의 일본프로야구에서도 50세이브는 전인미답의 고지다.
일본 최고기록은 지난해 주니치 마무리투수 이와세 히코키가 올린 46세이브. 메이저리그 무대까지 진출한 바 있는 사사키 가즈히로가 지난 2000년 요코하마 시절 기록한 45세이브를 넘어섰다. 40세이브 이상도 이들 2명뿐이다. 일본 센트럴리그가 한 시즌에 146경기를 치른다는 점에서 126경기에 불과한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사실 50세이브가 힘겨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승환이기 때문에 기대를 해봄직하다.
최동원(한화)코치는 “오승환은 볼 끝이 좋은 데다 투구 폼이 독특하다. 다리를 들었다가 내리면서 한 타임 쉬는데 타자들이 타이밍 맞추기 힘들 것이다. 내 전성기와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타자들을 상대하는 배짱만큼은 내 한창 때보다 좋은 것 같다. 그 배짱이라면 50세이브도 가능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50세이브는 힘든 기록이다. 메이저리그에서 50세이브를 넘긴 투수는 지난 90년 보비 티그펜(당시 시카고 화이트삭스)이 최초로 아직도 깨지지 않는 57세이브를 기록한 바 있다. 뉴욕 양키스의 마리아노 리베라가 2001년 50세이브, 2004년 53세이브 등 2차례 50세이브를 넘겼고 지금까지 9명이 10차례 달성했다. 1이닝짜리 마무리투수가 정착된 90년 이후만 따져도 50세이브 투수를 배출하지 못한 해가 7시즌이나 된다. 지난해에도 없었다. 메이저리그는 162경기나 치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50세이브가 얼마나 어려운 기록인지 알 수 있다.
올시즌 메이저리그에서는 세인트루이스의 제이슨 이스링하우젠이 24세이브(팀 74경기 소화)를 기록하고 있고, 일본에서는 지바 롯데 고바야시 마사히데(팀 73경기 소화)가 24세이브를 기록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60경기에서 24세이브를 올린 오승환의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지난 5일 삼성 오승환이 제일화재 주간 MVP에 선정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구명석 gms7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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