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특급 박찬호·이승엽 부상 위기 딛고 부활 ‘날갯짓’
코리안 특급 박찬호·이승엽 부상 위기 딛고 부활 ‘날갯짓’
  • 구명석 
  • 입력 2006-09-12 14:57
  • 승인 2006.09.12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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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통해 스포츠계의 한류열풍을 일으키던 코리안 특급 박찬호, 이승엽이 나란히 부상에 발목이 잡혀 내년 진로가 불투명하다. 박찬호는 소속팀 샌디에이고와의 재계약이 미지수이고, 일본야구를 석권하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던 이승엽도 계획을 수정해야만 할 위기상황이다. 뜻밖의 부상이 이들의 2007년 활동을 어렵게 하고 있다.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부활할 것인가에 야구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샌디에이고, 박찬호 안 잡는다…재계약 명단서 제외
박찬호, 두번째 FA 앞두고 입지 약화

박찬호·이승엽 홈페이지 감동의 글 팬들로부터 화제

승엽 무리한 부상투혼 찬호 전철 밟지 않을까 우려
박찬호·이승엽 부상…팬들 관심


미국과 일본에서 고국 팬들에게 기쁨을 전해주며 활력소 노릇을 톡톡히 했던 박찬호(33·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이승엽(30·요미우리 자이언츠)이 나란히 부상을 입으면서 내년 진로에 대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찬호는 재계약이 불투명해졌고 3년간의 일본 생활을 청산하고 메이저리그행을 노리던 이승엽의 계획에도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박찬호는 올겨울 생애 두 번째로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하지만 샌디에이고 잔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샌디에이고 지역 신문 ‘샌디에이고 유니온 트리뷴’의 칼럼니스트 닉 카네파는 최근 ‘샌디에이고가 올해 말 FA 대상자인 라이언 클레스코, 박찬호, 우디 윌리엄스, 마이크 피아자, 데이브 로버츠 가운데 피아자와 로버츠를 붙잡으려 시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장 지혈 수술을 받은 뒤 재활 중인 박찬호의 이름은 빠졌다. 닉 카네파는 이를 놓고 “굿 아이디어”라고 평했다.

재계약 희망 리스트에서 빠진 예비 FA 가운데 박찬호의 올 시즌 연봉은 1,533만3,679달러. 윌리엄스는 500만 달러, 클레스코는 900만달러다. 3명 합계 3,000만 달러에 육박한다. 이들을 정리하면 샌디에이고는 3,000만 달러의 여유 자금을 내년 시즌을 위해 에이스급 왼손 투수 배리 지토(오클랜드)를 포함한 선발, 불펜진 강화와 중량감 있는 타자 영입에 쓸 수 있게 된다.

올 팀 연봉 합계가 7,000만 달러 남짓한 샌디에이고는 지난 2003년과 비교하면 총액이 3,000만 달러가량 늘었다. 팀 내 최고 몸값인 박찬호를 비롯해 연봉 증가분 3,000만 달러가 비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다는 게 샌디에이고 구단과 지역 언론의 판단이다.

샌디에이고가 올해 말 박찬호를 포기할 것이란 소문은 이미 한 달 전부터 감지됐다. 지난달에는 엉뚱하게도 샌디에이고가 아닌 콜로라도 언론으로부터 ‘샌디에이고가 7월 말 트레이드 마감 시한 때 박찬호 트레이드를 시도했지만 그가 장 출혈로 15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오르는 바람에 무산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샌디에이고는 박찬호가 로테이션을 펑크 내자 보스턴으로부터 마흔세 살의 베테랑 왼손투수 데이비드 웰스를 영입했다. 박찬호는 이래저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본인이 만족하고 있는 샌디에이고에서의 생활도 올해 말로 접어야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승엽도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2003년 해외진출을 노렸던 이승엽은 당시 더 나은 대우를 받고 미국으로 건너가기 위해 징검다리로 일본 프로야구를 선택했다. 그의 계획은 잘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메이저리그 급 실력을 마음껏 뽐낸 데 이어 올 시즌 요미우리 4번 타자로 나서 트레이드 마크인 홈런을 연일 쏘아 올려 일본 열도를 뒤흔들었다. 그 결과 3년 전과 달리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도 눈에 불을 켜고 이승엽 영입을 위해 달려들었다. 일본 진출 3년 만에 목표인 빅리그에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하지만, 시즌 막판 뜻밖의 부상이 이승엽의 장밋빛 희망을 가로막고 있다. 지난 3일 주니치 드래곤즈전에 결장한 이승엽은 이튿날 구단의 지정 병원인 게이오대 부속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았다. 특히 이승엽은 왼쪽 무릎뿐만 아니라 허리와 발목까지 좋지 않다. 이런 고질적인 부상은 이승엽의 진로에 먹구름을 드리울 가능성이 높다.

이승엽, 부상…박찬호 전철 밟나

요미우리 이승엽이 박찬호(샌디에이고)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를 낳고 있다.
박찬호는 미국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대박을 터트렸다. 박찬호는 지난 2001년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간 6,500만 달러(약 620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그는 자신의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해 무리수를 두었고, 결과적으로 부진의 원인이 돼 버렸다는 점. 심지어 선수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먹튀’라는 굴욕까지 감수해야 했다
.
박찬호는 FA을 앞둔 LA 다저스 시절 허리 부상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등판을 강행했다. 대박엔 성공했지만 이후 몇 년간 부상에 시달렸다. FA 마지막 해인 올시즌엔 뜻하지 않은 장 출혈로 선수 생명의 위협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다.

올시즌 요미우리 중심타자로 자리 잡은 이승엽 역시 주가를 높이기 위해 부상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3일 주니치전에서 왼쪽 무릎 통증으로 경기서 빠졌고, 다음날 병원 검사 결과 왼쪽 무릎 관절염으로 판명됐다.

그러나 주사를 맞고 한신전에 나섰던 이승엽은 예전 같지 않았다. ‘거포 본색’은 완전히 실종됐고, ‘똑딱이’로 전락한 모습이었다.
“왼쪽 무릎에 힘을 실을 수 없다.” 이승엽이 타격의 중심축인 왼다리에 체중을 싣지 못해 상체로만 공을 때린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일본 스포츠신문 〈스포츠닛폰〉인터넷판은 이승엽이 지난 5일 한신전에서 2타점을 올린 뒤 인터뷰에서 “무릎이 아프진 않지만 무거운 느낌이 들며, 힘을 전달할 수 없어 상체로만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한신전 타격내용이 바로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4회 1사 3루에서 선취타점을 올린 우익수 희생뜬공은 무릎이 펴지지 못한 상황에서 스윙이 이뤄져 타구가 더 뻗어나가지 못한 것이었다. 반면, 상체로만 타격하다 보니, 한신 우완 선발 후쿠하라 시노부의 커브에 힘없이 돌아서는 모습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승엽은 현재 요미우리와 메이저리그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몸값도 30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남은 경기서 멋진 피날레를 장식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 여기에 중심타자로서의 책임감과 사명감까지 보태져 이승엽 스스로 벤치 지키기를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신의 시즌 목표 40홈런에 3개만을 남겨놓은 이승엽에게 지금 당장의 상황보다 좀 더 멀리 내다보는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기다.

찬호·승엽, 홈페이지속의 ‘감동’

갑작스런 장출혈 수술로 사실상 시즌을 접은 박찬호가 지난 26일 자신의 홈페이지(www.chanhopark61.com)에 ‘시련이 아닌 행운’이라는 글을 통해 자신의 수술 경과와 함께 팬들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가족과 여러분들. 저와 사랑이라는 마음을 주고받는 모든 분들에게 미안하다’면서 ‘오늘 병원에서 퇴원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도 몸을 움직이기가 좀 힘들지만 집에서 잘 지내고 있다. 집에 돌아와 여러분들의 마음을 읽고 나니 더욱 용기와 힘이 난다’며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밝혔다.

그리고 또 박찬호의 부인 박리혜(30)씨가 지난달 31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의 한 병원에서 건강한 딸을 낳았다.
박찬호는 지난 1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아기 사진을 공개했다. ‘아기가 인사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틀 동안 아내를 위해 병원에서 함께 지내다 이제야 집에 돌아왔다. 아내도 무사하고 아기도 건강하다”며 “인생의 깊이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됐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더욱 깊어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아기가 나오는 동안 아내 옆에서 같이 있었다. 아기가 주는 엄청난 감동과 더불어 아기를 낳은 아내를 통해 어머니에 대한 감사함이 더욱 깊어짐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아기 이름은 언덕 애(厓)자와 옥빛 린(璘)자를 써 언덕의 빛이란 의미의 애린으로 지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 구단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승엽의 투혼이 팀에 또 한번의 감동을 주었다는 글을 소개해 팬들로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요미우리 공식 홈페이지(http://www.giants.jp/top.html)는 지난 6일 ‘자이언츠 일기’에서 이승엽의 소식을 전했다. ‘자이언츠 일기’는 팀내 소식이나 주축선수의 일상을 일기 형식으로 꾸며가는 코너다.

홈페이지는 “오늘도 졌지만 자이언츠의 모든 타점(2타점)을 올린 이승엽 선수의 노력에 감동했다”며 이승엽의 ‘진통제 투혼’에 박수를 보냈다.
이어 “이승엽은 주니치와 나고야 원정 2차전을 끝내고 도쿄 게이오대학 병원에서 왼쪽 무릎의 검진을 받은 뒤 소염 진통제 주사를 맞고 경기에 나섰다”며 “그러나 오늘(5일)경기서 희생플라이와 내야 적시 안타로 2타점을 올렸다. 무릎이 좋지 않은 이승엽이 전력 질주로 2타점째를 뽑는 모습에서 집념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와함께 홈페이지 메인 화면도 이승엽의 사진으로 장식해 두었다. 온전치 않은 몸 상태에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승엽의 플레이가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직 팀에 합류한지 만 1년도 되지 않은 이방인. 그것도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외국인 선수임에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승엽의 노력이 팀은 물론 팬들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승엽의 투혼은 개인 성적에는 적지 않은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승엽은 올시즌 왼발로 타이밍을 잡는 새로운 방식으로 좋은 결과를 얻어냈다. 역할 모델로 삼았던 다카하시를 가까이서 지켜보며 느낀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냈던 것이다.

하지만 무릎 통증이 심해지면서 바뀐 폼이 흔들리고 있다. 어떻게든 무릎에 부담이 덜 가는 방법을 찾고는 있지만 가장 좋았던 때의 타이밍과 템포를 살리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구명석  gms7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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