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대서 최강자 될 터”
“세계 무대서 최강자 될 터”
  • 구명석 
  • 입력 2006-09-08 15:56
  • 승인 2006.09.08 15: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단독 인터뷰 천하장사 이태현

93년 민속씨름에 데뷔해 천하장사 3회, 백두장사 18회 등 지난 13년 동안 ‘모래판의 황태자’로 군림했던 이태현 선수. 그를 만나기 위해 대구시 수성구 범물동에 마련한 개인 체육관을 찾았다. 그 동안 이태현은 숱한 갈등과 고민 끝에 공식기자회견을 가지고 프라이드 진출을 선언했다. 일부 언론과 씨름 팬들은 ‘배신감’, ‘충격’을 앞세우며 그의 선택을 질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태현은 아직도 뭔가를 말하고 얘기한다는 것에 대해 어렵고 두렵기만 하다. 하지만 팬들이 궁금해하는 점들을 바탕으로 인터뷰하면서 이태현은 자세하고 솔직한 얘기들을 하나하나 풀어 놓았다. 이제 모래판을 떠나 프라이드 진출을 선언하고 “세계 최고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히며 오늘도 그 꿈을 향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이태현 선수를 만나 그의 솔직한 심정을 들어 보았다.


이태현, 종합격투기 ‘프라이드’ 진출 확정
여행 중 언론에 진출설 터져 ‘당혹’

프라이드 진출 공식 선언


프로 씨름계를 평정했던 이태현이 종합격투기 프라이드 진출을 확정지었다.
프라이드 측은 지난 7일 이태현과 계약을 마무리 짓고 지난 8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이태현의 프라이드 진출 기자회견을 갖고 이를 공식 발표했다. 이태현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씨름에서 은퇴할 당시 가슴이 많이 아팠다”며 “프라이드가 선수로서 나의 투지를 다시 한번 불타오르게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13년 동안 모래판의 황제로 군림해왔던 이태현은 이제 씨름에서 종합격투가로 변신하게 됐다.

종합격투기중 특별히 프라이드를 선택하게 된 동기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태현은 “개인적으로 K-1은 무에타이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프라이드는 씨름과 유도, 복싱, 태권도와 주짓수 등 모든 종목의 복합적인 것이 요구되며 최고의 강자를 가리는 대회라 생각한다. 앞으로 세계무대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프라이드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프라이드 진출을 선택하기까지 많은 고민과 갈등이 있었다고 들었다. 격려보다 비난의 여론이 많아서 힘들었을 텐데 프라이드로 도전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솔직히 고민을 많이 했다. 살도 좀 빠졌다. 프라이드 측에서 처음 제의가 들어왔을 때 선수로서의 열의를 키워줬다. 프라이드의 제의를 거절한다면 도망간다는 느낌을 스스로 받았을 것이다. 당당하게 맞서고 싶었다. 씨름을 은퇴할 때 마음이 많이 아팠다. 하지만 프라이드라는 새로운 도전 목표가 생겼기에 지금은 괜찮다. 나로 인해 씨름이 부흥하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얘기했다.

씨름선수 은퇴 후 프라이드 진출설이 나오면서 이태현 선수가 잠적했다느니 일본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느니 하는 설들이 많았다. 이태현 선수는 “씨름을 은퇴하고 동해안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자세하게 얘기하면 동해 울진에 있는 지인 댁에서 휴식을 취했다.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언론의 보도를 보고 매우 당황스럽고 놀랐다. 그 당시 소속사와 프라이드 진출과 관련해 계속 협상 중이었기에 뭔가 얘기할 입장이 아니었다. 또 명확하게 결정된 게 없어서 내가 뭐라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때가 가장 힘든 시기였다. 그래서 머리도 식히고 조용한 곳에서 고민을 하고 싶어서 여행을 다녀왔다”라며 “프라이드에 진출하기로 확실히 맘을 정하고 결정을 내린 시기는 여행에서 돌아온 날 이었다”고 이제는 속 시원히 얘기했다.

씨름을 안고 격투기로 가다

이태현은 프라이드FC와의 최종 계약에 대해서 세부적인 계약사항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홍만 수준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현의 매니지먼트사인 ‘이지스’ 이재철 대표는 “상세하게 얘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태현의 계약조건은 최홍만보다 좋다. 연간 5억원 이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최홍만은 2년간 10억원의 계약금을 받았다. 최홍만보다 많거나 최소한 비슷한 대우를 받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신인급 선수로서는 파격적인 대우다.

프라이드 진출에 따른 비난여론을 의식한 것이긴 하지만 이태현이 “프라이드 행은 씨름을 저버린 것이 아니다. 씨름을 안고 격투기로 간다”고 말해 최홍만과 차별성을 부각시킨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다카다 노부히코 프라이드 총괄본부장은 이태현의 기자회견 인사말에서 “프라이드가 내년이면 10주년이다. 강한 선수들은 많지만 아시아를 대표할만한 선수가 아직 없다”며 “씨름선수인 이태현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 이상을 발견하고 프라이드에 진출하게 돼 무척 흥분된다”고 말했다. 다카다 총괄본부장은 “이태현 선수가 프라이드를 선택한 것은 본능적인 결정이었다”며 “한국인으로서의 긍지와 투지를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 씨름단’과 ‘한국씨름 연맹측’은 “천하장사 타이틀을 세번이나 거머쥐었던 이태현이 지난 7월 씨름판을 떠나면서 평소 하고 싶었던 대학 강단에 서는 일로 은퇴한다고 밝혔다. 용인대에서 시간 강사를 하다보면 후에 교수자리를 줄 텐데 왜 프라이드에 진출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태현은 “지인께서 대학 강단에 서기 위한 강의능력이 아직 부족하다고 해 씨름에서 은퇴했고, 이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프라이드 측의 제의를 받고 많은 생각과 고민 끝에 프라이드 진출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혀 진로문제가 어지러운 상황에서 새로운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 씨름단은 지난 7월 대학 강단에 서겠다는 조건으로 계약을 해지해줬지만 약속을 어기고 프라이드로 진출하는 이태현에게 법적 조치도 불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이태현 매니지먼트사 이지스 측과 잘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현대 씨름단 측과의 계약 관계, 이 부분을 팬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일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모든 것이 잘 해결되었고 현대 씨름단에서 법정으로 가지 않기로 우리 측에 밝혔다. 20일쯤 현대 씨름단 단장님을 만나서 양측 남은 문제에 대해 마무리 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격투기 스펀지’ 이태현 가능성 높게 평가

우여곡절 끝에 프라이드 FC에 입성한 이태현이 전문가들의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로 빠르게 이종격투기에 적응하고 있다.
타고난 운동신경이 놀랍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깨우치는 신동처럼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게 이태현의 훈련을 지켜본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가르쳐 주는 기술을 곧바로 소화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응용하는 능력까지 갖췄다. 비록 나이 서른에 입문한 이종격투기 세계지만 자신과 코드가 맞는 모양이다. 워낙 기술 습득 속도가 빨라 ‘격투기 스펀지’라는 얘기가 전문가들의 입에서 절로 흘러나올 정도다.

국내 브라질리안주짓수 보급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남상웅 그래플러팩토리 관장은 이태현 같은 씨름선수들이 오히려 종합격투기에서 유도나 레슬링 선수보다 더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알게 모르게 종합격투기 진출을 준비하는 씨름 선수들에게 주짓수를 가르쳤고 현재도 가르치고 있는 남 관장은 “씨름이라는 운동은 레슬링 유도와 달리 무릎 이하가 땅에 닿으면 지는 경기다. 때문에 선수들의 서있을 때 밸런스가 대단히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특히 남 관장은 “씨름 선수들은 체력적인 부분이 대단히 뛰어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그라운드의 기술적 격차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이태현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 점쳤다.

또 케이블채널 XTM에서 프라이드 및 UFC 중계해설을 맡고 있는 김대환 해설위원은 “윤동식 같은 경우와 달리 이태현은 중간에 공백이 없이 씨름선수 시절 몸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김 해설위원은 “당장 효도르나 노게이라와 비교하는 것은 어렵지만 준비를 잘 해나간다면 정상급 밑의 선수들과는 충분히 해볼 만하다”며 “운동에 대한 노하우가 분명히 있는 만큼 기술습득 속도도 일반 선수들보다 훨씬 빠를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타격기와 그래플링의 적응이 현재 전무한 이태현이 몇 개월의 연습으로 당장 성공적인 경기를 펼치기에는 무리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한 국내격투기 관계자는 “앞서 진출한 종합격투기 선수들 경우처럼 타격기에 대한 확실한 이해와 대비가 없다면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다소 어두운 전망을 내리기도 했다. 이처럼 긍정과 부정적인 전망이 뒤섞인 가운데 이태현은 대구에 자신의 ‘팀이지스’라는 격투팀을 구성해서 본격적인 격투가 변신에 돌입했다.
이태현은 “방승환, 김훈, 이정호, 김직용, 조영성, 김진오 등 6명의 선수들을 한 식구로 맞이해 ‘팀 이지스’라는 이종격투기 팀을 꾸렸다”라고 말했다. 이태현은 하루 12시간의 강훈으로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다. 대구시 범물동에 마련한 개인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그는 “권투, 주짓수, 태권도 웨이트트레이닝 등 4개 부문의 전문트레이너를 두고 기본기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특히 이태현은 국내에서 기본체력훈련에 주력한 뒤 곧 미국으로 건너가 본격적인 격투기술 습득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좋은 남편, 좋은 아빠 되지 못해 미안”

이태현은 프라이드에 진출하는데 가장 마음에 걸리고 미안했던 사람들은 역시 그의 가족이었다. 항상 이태현을 생각하시고 걱정하시는 부모님과 남동생, 스튜어디스 일을 하고 있는 아내, 이제 13개월 된 아들 승준이가 그에게 가장 소중한 만큼 프라이드에 진출하는데 가족들을 생각하자면 결정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처음부터 프라이드 진출을 반대했던 가족을 설득하기까지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그 만큼 가족들이 운동으로 살아온 이태현을 아끼고 걱정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고민 끝에 가족들을 설득한 이태현은 “사나이 한번 정한 뜻, 가는 길을 막지 말라”고 가족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아내와 아들 승준이를 매일 같이 곁에서 보지 못하고 떨어져 운동에 전념고 이태현은 좋은 남편으로 좋은 아빠로 자신의 역할을 잘 못하고 있는 점에서 항상 아내와 승준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가족들이 아플 때 곁에 있어주지 못하고 함께 병원에 가주지 못할 때가 가장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다”고 떨어져 있는 가족을 잠시나마 떠올리며 고백했다.

이재철 이지스 대표가 말하는 이태현 선수
“타고난 체구와 적응력 강한 노력파”


최근 은퇴를 선언한 ‘모래판의 황태자’ 이태현이 결국 일본 이종격투기 무대 프라이드에 진출한다고 공식의사를 밝힘에 따라 칭찬과 격려보다는 비난의 여론이 많았다.
씨름을 포기하고 프라이드를 선택하기 까지 많은 고민과 갈등 속에 있었던 이태현이 이 자리에 서기까지 항상 옆에서 12년 우정을 함께 해오며 버팀목이 되어 주었던 사람이 있다. 바로 ‘이지스’ 이재철 대표다.

“이태현 선수는 종합 격투기를 하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우선 씨름 선수로서 이태현 선수의 몸은 격투기 하기에도 타고난 몸이다. 그리고 운동을 가르쳐 주면 응용하는 능력과 적응력이 정말 빠른 선수다” 또 “무엇보다 중요한건 이태현 선수를 오랫동안 곁에서 지켜보면서 알게 된 것이지만 정말 노력하는 선수고 운동에 대한 열정이 강한 친구다”라고 이 대표는 이태현 선수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이 대표는 이태현 선수가 씨름판에 데뷔한 후 지금까지 인연을 맺어 오고 있다. 이 대표도 초등학교 때부터 중·고·대학을 거쳐 군입대해서 26사단 태권도 훈련조교를 할 만큼 어릴적부터 운동을 해온 태권도 유단자이다.

“저도 어릴적부터 오랫동안 운동을 해온 사람이라 운동선수들을 많이 만나지만 이태현 선수를 보면 정말 신기한 것이 씨름 선수답지 않게 성격은 온순하고 성실하면서도 예의바른 선수”라며 애정어린 말투로 얘기했다.

이 대표는 “며칠 전 K-1 선수로 변신한 씨름출신의 김동욱 선수가 도장에 들렀는데 이태현이 운동하는 모습을 보고 감탄사를 연발했다”며 이태현의 빠른 적응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첫 경기는 언제쯤 할 것이고 어떤 선수와 대결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이 대표는 “이태현이 훈련을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기량이 어느 정도인지도 정확히 모른다. 따라서 누구와 맞붙는지를 말하는 것은 성급한 것 같다. 훈련을 어느 정도 진행한 후 프라이드 측과 상의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 대표와의 인터뷰 중 이제 종합격투기에 첫발을 내딛는 이태현이 걱정스러웠는지 “프라이드 경기 시간은 10분이다. 그 10분 안에 상대를 쓰러트려야지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쓰러진다. 그러기 위해 파워나 스피드, 타격기, 방어기술 모든 면에서 뛰어나야 한다. 하지만 지금으로서 이태현 자신도 모든 면에서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복싱, 주짓수, 태권도, 기초체력훈련 등 12시간 연습에 임하고 있다. 그 큰 덩치로 하루 12시간 연습을 하고 나면 많이 힘들어 하는 그를 본다. 또 취재진들의 카메라 앞에서 웃고 있지만 목표를 향해 힘든 길을 걸어가는 이태현을 볼 때마다 마음이 많이 아프고 안쓰럽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기운내고 열심히 해주길 바란다. 이 힘든 과정을 잘 이겨내고 견뎌내서 좋은 결과를 보여 주리라 믿는다” 라며 이태현에 대한 이 대표의 격려와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석>

구명석  gms75@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