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렬 이후 최대어, 신인 20승 달성 초읽기
배우면 바로 응용…‘괴물’의 힘은 진행 중
미니홈피 인기 늘어…하루 200~300명 방문객
한국 프로야구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루키’가 있다. 바로 ‘괴물 신인 투수’ 류현진이다. 야구팬들은 주저 없이 류현진(한화)을 ‘괴물’이라 부른다. 입단 동기생들이 프로의 벽을 실감하고 있을 때 이 19살짜리 신인은 리그를 정복했다. 시즌이 아직 많이 남았지만 이미 신인왕을 예약했고 15년 만의 투수 3관왕까지 바라보고 있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신인 첫 20승에 도전하는 한화의 ‘괴물 루키’ 류현진(19)이 ‘상(賞) 폭탄’을 맞게 생겼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프로야구 사상 첫 신인왕과 MVP를 포함해 골든글러브, 트리플크라운 등 대한민국의 투수에 관련된 상을 모조리 류현진이 차지할 전망이다.
다승·탈삼진 등 3관왕…“나도 이렇게 잘 할 줄 몰랐다”
한화의 신인투수 류현진은 대낮 훈련이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운동장 밖으로 뛰어나갔다. 알고 보니 선배들의 ‘빙과 심부름’이었다. 라커룸 선배들에게 ‘배달’을 마친 류현진은 인터뷰 내내 빙과를 입에 물고 갈증을 달랬다.
“프로 생활이 너무 재미있다. 훈련도, 경기도 모두 고등학교(동산고) 때와 수준이 너무 다르다. 지난 4월12일 LG와의 첫 등판경기에서 삼진 10개를 잡으며 3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날 긴장해서 포수가 던지라는 대로만 열심히 던졌다. 하지만 그 경기에서 이긴 뒤 자신감이 생겼다.”
류현진은 지난 18일까지 15승 4패를 기록 중. 19세 고졸 새내기의 성적이라고 보기엔 너무 화려하다. 내로라하는 선배 투수들을 제치고 다승(15승) 탈삼진(161개) 평균자책점(2.38) 으로 다승 1위, 탈삼진 1위, 평균자책점 2위를 달리고 있다. “나도 이렇게 잘 나갈 줄 예상 못했다. 내가 등판하는 날에는 형들이 희한하게 점수를 많이 내줘 처음부터 편안하게 던질 수 있었다.”
하지만 정말 그래서일까. 현역 중 통산 최다 홈런을 때린 삼성 양준혁 선수는 “왼손투수가 키가 크면서 볼도 빠르고 각이 크다. 공격적인 투구를 한다. 마치 송진우와 이상훈을 합쳐 놓은 것 같다. 지금 류현진의 성적은 재수가 좋아서가 아니라 실력이 뛰어나서다”라고 류현진을 평가했다.
타격부문 2위인 현대 이택근 선수도 “류현진을 상대로 8타수 3안타를 기록했는데 안타 세 개 중 잘 친 것은 하나도 없다. 자기 공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프로야구의 강타자들은 류현진에 대해 “신인답지 않다”며 혀를 내두른다. 류현진의 적응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프로에서 몸무게를 5㎏정도 불리면서 구속이 5㎞ 정도 빨라졌고, 지난 5월에는 구대성으로부터 체인지업을 배운지 5일만에 실전에서 써먹었다. 요샌 슬라이더를 배우는 단계다.
류현진은 “구대성 선배에게 슬라이더와 서클체인지업을, 송진우 선배에게는 제구력과 몸 관리를 배웠다”며 “해외진출보다는 국내에서 선배들의 기록을 차례로 깨고 싶다”고 말했다. 김인식 한화 감독은 “경기를 하면서도 실력이 느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며 “어린 나이에 경기 운영능력이 선배들 뺨친다”고 말했다.
고교시절 ‘털털한 성격’ 덕분에 혹독한 재활훈련 극복
프로야구에 거대한 바람을 몰고 온 한화의 ‘괴물 신인’ 류현진.
대전에서 운동중인 류현진의 모습은 평범한 개구쟁이 같았다. 야구를 좋아하고 그래서 잘할 수밖에 없는 어린아이. 류현진의 가장 큰 무기는 시속 150㎞짜리 강속구가 아니다. 털털한 성격이다. 삼진을 잡든, 홈런을 맞든 돌아서면 잊을 정도다. 이전 상황을 고스란히 까먹은 것처럼 투구를 이어간다. 이는 ‘투수에게 가장 적합한 성격’이다. 또 류현진은 공 던지는 일 외에 특별히 관심 갖는 일도 없다.
한 가지 예로 프로선수들은 등번호에 애착을 갖지만 류현진에게는 관심 밖이다. 류현진이 동산고 시절 21번을 달았으나 프로에서는 15번을 받았다.
그러나 대선배 구대성이 입단하면서 15번을 내주고 다시 99번을 달았다. 등번호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류현진은 “그냥 주는 대로 받았는데요”라며 심드렁하게 대답할 뿐이다. 이런 성격 덕분에 류현진은 고등학교 시절 혹독한 재활훈련을 이겨냈다. 류현진은 고교 2학년 때 왼팔에 ‘토미존 서저리’라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공 한번 만져보지 못한 채 8개월을 견뎠다. 친구들이 뛰는 경기를 관중석에서 구경만 했고 느긋하게 지켜보면서 한 단계 더 성장했다. 수술전 직구 최고구속이 138㎞에 불과했던 류현진은 재활 후 145~150㎞까지 던진다.
팔꿈치수술은 구속증가뿐 아니라 다른 면에서도 행운이었다. 수술경력 때문에 류현진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순번으로 밀리면서 연고팀인 SK가 아니라 한화의 선택을 받았다. 한화는 현역 최고의 좌완인 구대성과 송진우가 있는 팀. 고교 최고의 좌완투수로 평가받았던 류현진은 2006신인 2차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를 차지한 뛰어난 선수였다. 최고구속 150㎞의 강속구를 뿌리는 장래가 촉망되는 투수지만 타자로서의 능력도 뛰어나다. 동산고 시절 4번타자였던 그는 타석에선 오른쪽 타자로 나서 프로 스카우터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류현진, 야구계 좌투우타 ‘천연기념물’로 불려
한편 우투좌타가 야구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한화의 류현진은 ‘천연기념물’로 통하고 있다. 그 이유는 좀체 보기 드문 좌투우타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류현진의 강점은 건장한 체격(1m89·102㎏)과 최고 151㎞의 직구(평균 구속 147~148㎞)를 뿌리는 좌완 정통파라는 것. 오른손 타자·오른손 투수가 주류인 프로야구에서 왼손 투수는 희소성의 가치를 지닌다. 공의 궤적이 오른손 투수와 정반대인 왼손 투수를 상대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그만큼 때려내기가 쉽지 않다. 왼손 투수의 공이 타자들에겐 실제 구속보다 3~4㎞정도 더 빠른 것으로 느껴진다고 하니 류현진의 볼은 대부분 체감 속도가 150㎞를 넘는 셈이다.
류현진의 이름이 전국 무대에 처음 알려진 것은 2005년 청룡기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 때다. 그는 성남고와의 8강전에서 삼진 17개를 잡아내면서 완봉승을 거뒀고,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신인 1차지명에서 연고구단 SK에 외면당하고, 한화에 2차 지명돼 계약금 2억5,000만원을 받았다. 고교때 왼쪽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병력 때문이다. 한기주(KIA·계약금 10억원) 유원상(한화·계약금 5억5,000만원) 등과 비교해 평가절하돼 당시에는 서운했지만 이젠 한화가 더 좋단다.
“송진우 선배님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 운동할 때 나이가 많다고 게을리 하는 법도 없고, 달리기도 열심히 한다. 볼 컨트롤도 저보다 훨씬 좋다. 내 목표는 진우 선배님 기록을 다 깨는 거다.”
류현진은 야구를 국내에서만 하겠다고 했다. 미국·일본에 가면 연봉도 많이 받고 큰 무대에서 이름도 떨칠 텐데 왜 그러냐고 했더니 “그냥 별로 내키지 않는다”는 싱거운 대답이 돌아왔다.
“올해 목표는 신인왕·다승왕이다. 아시안게임과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도 뛰고 싶다”
자신의 야구 목표를 진지하게 얘기하던 류현진이 취미·팬레터 얘기를 물어보자 갑자기 눈동자를 굴리면서 자기 자랑을 늘어놓았다.
“PC방 가서 컴퓨터 게임하는 거 좋아한다. 요새 나오는 전투게임하고 ‘마구마구’란 야구 온라인 게임을 즐겨한다. 팬레터는 없고 요즘 내 미니홈피의 인기가 높아졌다. 고등학교 땐 홈피에 기껏해야 하루 50명 정도 들어왔는데 요샌 200~300명 정도 들어온다”고 웃으며 말했다.
류현진 미니홈피.(위 사진) 하루 방문객이 200~300명에 이른다. 류현진이 팬들에 둘러싸여 사인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구명석 gms7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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