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판의 스타에서 종합격투기 스타로
모래판의 스타에서 종합격투기 스타로
  • 구명석 
  • 입력 2006-09-08 10:43
  • 승인 2006.09.08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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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판 장사 최홍만· 이태현 ‘격투기 시장’ 점령 시나리오

K-1 최고의 블루칩…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26)이 아케보노(37·일본)와의 맞대결에서 또다시 승리하며 우위를 입증했다.
최홍만은 지난 30일 일본 삿포로 마코마니아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K-1 월드그랑프리 삿포로’ 대회 리벤지 매치에서 일본 스모 요코즈나 출신인 아케보노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끝에 2회 57초 만에 KO승을 거뒀다.

지난해 3월 ‘K-1서울대회’에서 아케보노를 1회 TKO승을 거둔 뒤 같은 해 7월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K-1하와이대회’ 슈퍼파이트에서 다시 1라운드에 TKO로 승리했던 최홍만은 같은 상대에게 3연승을 거뒀다. 최홍만은 이날 경기에서 지난 6월 세미 슐트(2-1 판정승)와 대결 때보다 날카로워진 펀치와 세련된 발차기 기술을 앞세워 아케보노를 시종일관 압도하며 아케보노의 ‘복수’를 허락지 않았다.

최홍만은 1라운드에서 오른쪽 라이트와 로킥으로 아케보노를 제압하며 산뜻하게 경기를 시작했다. 이어 최홍만은 2라운드 57초 만에 라이트 펀치로 데미지를 준 뒤 그로기 상태에 빠져 균형을 잡던 아케보노에 왼쪽 펀치를 안기며 쓰러뜨렸다.

오는 9월에 있을 월드 그랑프리 개막전에 출전하는 최홍만은 가볍게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한편 지난 해 K-1 라스베이가스 대회에서 자신에게 패배를 안긴 마이티 모(미국)를 상대로본야스키는 1라운드에서 ‘플라잉 니’ 등 킥으로 공략한 뒤 3라운드 로킥과 하이킥을 적절히 섞어가면서 모를 몰아붙여 3-0 판정승을 따냈다.

“본야스키에 꼭 복수하고 싶다”

최홍만은 이날 자신에게 유일한 패배를 안긴 레미 본야스키(네덜란드)와 재대결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최홍만은 지난 30일 오후 일본 삿포로에서 열리는 ‘K-1 월드 그랑프리 삿포로’대회에 출전하기에 앞서 MBC ESPN과 가진 인터뷰에서 “본야스키는 꼭 복수전을 치러보고 싶은 선수”라고 밝혔다.

지난해 3월 K-1에 데뷔해 통산 9승(5KO)1패를 거둔 최홍만은 지난해 11월 K-1월드GP 파이널 8강전에서 본야스키에 심판 전원일치로 판정패하며 유일한 패배를 안았다.
최홍만의 재대결 의사 표시에 대해 본야스키는 “언제든지 좋다. 오늘이나 내일이나 항상 준비가 돼 있다”며 “나는 최홍만을 이긴 유일한 선수이고 다음에 경기를 하더라도 절대 지지않겠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하지만 “올 시즌 최홍만의 경기를 봤는데 정말 발전했다. 기량이 매우 향상된 점에서 정말 감동받았다”고 최홍만의 발전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홍만은 또 지난해 9월 K-1월드GP 개막전에서 2-0 판정승을 거둔 ‘야수’ 밥샵(미국)과 최근 한국에서 열린 K-1 대회에서 판정승으로 누른 세계 입식 타격의 최강자 세미 슐트(네덜란드)가 재경기를 요청하면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日 종합격투기 진출…
‘발칵 뒤집어진 모래판’


최근 들어 국내 격투종목과 씨름계 일부 스타급 선수들이 일본의 종합격투기에 눈길을 돌리면서 진출이 늘고 있다.
최근에도 은퇴를 선언한 ‘모래판의 황태자’ 이태현(30·현대삼호중공업)이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에 이어 씨름 천하장사 출신으로는 두번째로 일본 종합격투기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격투기 전문매체인 ‘싸이뉴스’는 오는 7일 충북 제천에서 열리는 제천장사씨름대회에서 은퇴경기를 갖는 이태현이 이미 프라이드 주최사인 DSE와 비밀리에 출전계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부터 프라이드 측의 영입 제안을 받아온 이태현은 최근 수락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년간 5억원에 각종 수당이 붙는 것으로 계약조건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태현 측은 프라이드 진출을 고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태현이 프라이드에 진출한다면 최홍만의 K-1 진출에 이은 또 하나의 사건이다. 이태현의 데뷔전 상대는 신장이 205cm나 되는 ‘브라질 거인’ 히카르두 모라에스(39)로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모라에스는 프라이드에서 2전2패를 기록 중이지만 엄청난 체격과 힘을 갖춘 선수로 알려져 있다. 이태현의 데뷔무대는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지만 빠르면 오는10월 라스베이가스 대회나 늦어지면 올해 연말 ‘남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1993년부터 민속씨름에서 활약해온 이태현은 196cm 138kg의 뛰어난 체격에 호남형 얼굴, 화려한 기술로 많은 인기를 모았다. 지난 10여년동안 모래판의 황태자로 군림해온 이태현은 1993년 민속씨름판에 데뷔해 천하장사 3회, 백두장사 18회, 지역장사 12회를 차지하며 모래판의 최강자 자리를 지켜왔다.

이태현은 지난 20일 “용인대 씨름팀 코치를 겸하면서 강단에 설 준비를 하겠다. 교수의 꿈을 이루고 싶다”며 은퇴를 선언했고 소속팀 현대삼호중공업도 2012년까지 계약 기간이 남아 있었으나 본인 의사를 존중, 계약을 해지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의 김칠규 감독은 “팀을 설득할 수 없다면 선수로 복귀하든지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지만 김남균 단장은 “이태현과 연락이 안 돼 본인의 정확한 의사를 확인하지 못했다. 새로운 인생을 열겠다는 본인의 뜻을 존중해 은퇴를 허락했는데 이런 일이 생겨 안타깝다. 무엇이 선수에게 가장 좋은 길인지를 판단해 보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프라이드, 한국의 격투종목·씨름계 선수 주목

이태현은 은퇴 선언 이후 곧바로 필리핀으로 여행을 떠나 프라이드 진출과 강단에 서는 것 사이에서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7일 귀국했으나 본인은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있다. 씨름계는 당혹해하고 있다. 지난해 최홍만의 K-1 진출에 이어 김경석, 김동욱, 신현표 등이 뒤를 따랐고, 대형 스타 이태현마저 프라이드에 진출한다면 모래판이 격투기로 가는 길목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오는 7일 제천장사대회 때 이태현의 은퇴식을 열기로 했던 한국씨름연맹측도 허탈해 하고 있다.
민병권 홍보사업국장은 “은퇴식 준비 때문에 며칠 전에도 이태현과 통화했는데 프라이드 얘기는 전혀 없었다. 씨름계의 대스타로 남아 주기를 바랐는데 이런 일이 생겨 황당하고 안타깝다. 오는 7일 제천장사대회 때 구단으로부터 이태현이 은퇴식을 가질 것이라고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이태현과 연락이 되지 않는 지금 상황에서 은퇴식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면서도 “최홍만이 K-1으로 갈 때도 그랬지만, 연맹으로선 제재를 가하거나 결정을 뒤집게 할 제도적인 장치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한편 프라이드 측은 “한국 내 프라이드의 효과적인 홍보를 위해 한국 선수 영입을 고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태현도 그 중 한명이다. 하지만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프라이드 측은 올해 초부터 꾸준하게 격투종목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와 씨름계 일부 선수와 접촉한 바 있다.
최근 잇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민속씨름계는 만약 이태현이 프라이드 진출을 선언할 경우 지난해 최홍만이 K-1에 진출했을 때 이상의 타격을 입을 것으로 걱정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코리아K-1>

구명석  gms7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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