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86 김민석, 원희룡 미래 기상도 ‘먹구름’

6·2 지방선거 열기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선거는 속성상 승자와 패자가 분명히 갈린다. 하지만 ‘피지도 못하고 진 후보들’이 있다. 바로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들이다. 오랫동안 준비했던 후보가 있는 반면 갑작스럽게 출마해 도전장을 던진 인사가 있었다. 작금의 경선이 여론조사 위주로 치러지면서 인기투표로 흘러가는 경향이 짙었다. 이로 인해 유탄을 맞은 정치인의 미래는 ‘시계 제로’인 상황이다. ‘아름다운 패배’, ‘절반의 승리’라는 평은 호사꾼의 찬사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무엇보다 인물군이 광역단체장 후보에 도전할 정도로 위상과 실력을 인정 받은 인사들이었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이 젖듯 망가지는 그들의 모습’에서 외로움마저 풍겨난다. 지방선거라는 큰 무대를 맞이해 ‘주연’도 ‘조연’도 아닌 ‘엑스트라’로 사라진 인사들을 짚어봤다.
부산에 연고도 없지만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해 ‘제2의 노무현’을 기대했던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 오랫동안 서울시장을 준비했지만 제대로된 경선을 치르지도 못하고 ‘미모의 후보’에 고배를 마셔야 했던 원희룡 의원은 각각 친노 후보인 김정길 후보와 나경원 후보에 밀려 중도 탈락했다.
두 인사 모두 한때 여야에서 대표적인 젊은 ‘40대 기수론’을 앞세워 승승장구했던 인사들이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엑스트라 역할에만 만족하고 쓸쓸히 남의 잔치에 입맛을 다셔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64년 생인 김 최고위원은 올해 46세로 한창 나이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그는 15, 16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DJ 총재 특보 및 비서실장을 지낼 정도로 전도유망한 정치인이었다. 2000년에는 미 뉴스위크지 선정 ‘21세기 지도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 김 최고위원이 망가지기 시작한 것은 2002년 국회의원직을 던지고 이명박 후보에 맞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면서부터다.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지만 김 최고위원의 정치 인생에 최고조 시절이었다.
이후 2002년 대선에선 정치적 둥지인 새천년 민주당을 탈당해 정몽준 후보가 있던 국민통합 21로 입당하면서 정치 인생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DJ의 명령’이었다지만 이후 ‘후보 단일화 성공’과 ‘번복’으로 인해 김 후보 역시 국민통합 21 탈당과 민주당 재입당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노무현 후보가 극적으로 당선되면서 김 후보는 비주류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17대 총선에선 영등포갑에 출마해 전여옥 의원에게 패하는 등 쇠락의 길을 걸었다. 2007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변화와 쇄신’을 주장해 지도부에 입성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는 듯 보였다.
40대기수론 선봉 김민석, 원희룡 재기할 수 있나
그러나 최근 부산시장 경선에서 패배해 여전히 대법원에 계류된 불법 정치자금 재판, 그리고 최근에는 검찰이 6·2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해 새로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잡고 수사중인 것으로 알려져 곤혹스런 처지에 몰렸다. 김 후보는 ‘부산에서 살고 부산에서 죽겠다’고 밝힌 상황으로 19대 총선에선 자신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준 영등포 지역 출마도 요원하게 됐다.
원 의원은 김 최고위원과 마찬가지로 64년생으로 제주 출신 국회의원이다. 전국 학력고사 수석, 서울대 법대 수석합격, 사법고시 수석 합격이라는 3개 타이틀을 자랑하는 수재다. 또한 한나라당내 몇 안되는 3선(16, 17, 18대)의원으로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지냈고 2009년에는 한나라당 쇄신특위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과 함께 한나라당 소장파 3인으로 차세대 리더로 불렸다. 그런 원 의원은 지난해부터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정책과 연구를 통해 예비 서울시장감으로 준비된 후보였다. 한때 친이 수도권 의원과 관계가 소원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에 맞서 ‘대항마’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원 의원은 본격적인 서울시장 경선이 시작되기도 전 나경원 후보와 단일화 여론조사 경선에서 패하며 꿈을 접어야 했다. 나 후보의 경우 갑작스럽게 출마한 케이스로 출중한 미모와 화려한 언변, 그리고 극우 보수층을 대변하며 차별화를 둔 점이 승리의 요인이었다. 반면 원 후보는 진보진영에서 주장하는 ‘무상급식 전면 실시’ 공약으로 청와대와 당론에 배치되면서 후보군에서 멀어지게 됐다. 두 인사가 단일화를 해도 지지층이 확연이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를 전혀 볼 수 없었다는 게 중론이다.
나아가 나 후보는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할 당시 ‘원희룡 의원만 이기면 성공한 것이다’, ‘전당대회를 위해 출마했다’는 전망이 나돌 정도로 본선에 뜻이 없었던 후보였다는 점에서 원 의원에게 더 뼈아픈 대목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방선거에서 양천구청장 후보로 원 의원이 공천했던 권택상 후보가 원 의원과 갈등으로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추재엽 후보에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역구내에서 입지마저도 흔들리고 있다. 만약 ‘어부지리’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거나 무소속 추 후보가 당선될 경우 19대 총선에서 당선을 자신할 수 없는 정치적 위기마저 맞이할 수 있는 힘든 상황이다.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에 참여한 이계안 전 의원과 경기도지사 후보였던 김진표 의원의 경우에는 친노 후보의 출현으로 꿈을 접을 수밖에 없게 된 케이스다. 특히 이 전 의원은 지난 2006년 서울시장 경선에서는 강금실 후보에 패배해 고배를 마셨다. 이번 역시 친노 후보인 한명숙 전 총리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렇다할 TV 토론 기회를 갖지도 못한 이 전 의원은 여론조사 경선에 참여해 패배했다. 이 전 의원은 ‘독배를 드는 것’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불리한 경선이었다. 이 전 의원은 작년부터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하며 2000km 넘게 서울시내를 누볐지만 고스란히 그의 공약까지 한 전 총리에게 받쳐야 했다.
민주당내 일각에서 ‘한명숙 회의론’이 고개를 들자 ‘차라리 이계안 후보였으면…’이라는 때늦은 후회는 이 전 의원을 더 아쉽게 만들고 있다. 그는 현대 자동차 사장 출신으로 샐러리맨 신화를 만든 CEO형 정치인이다.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에 영입돼 동작을에서 당선됐다. 현재 동작을은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의 지역구로 19대 총선에서 이 전 의원의 국회 입성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이 전 의원이 민주당 후보에게 패해 본선 기회를 놓쳤다면 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원외 정당인 국민참여당 유시민 의원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배해 ‘야인’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김 의원 역시 경기도지사를 위한 준비된 후보로 볼 수 있다. 경복고-서울대 법대 출신의 김 의원은 재정경제부 차관,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국무총리 국무조정실 실장,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 부총리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지낸 재선 의원이다. 수원 영통이 지역구인 김 의원은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진작부터 민주당내 유력한 경기도 지사 후보로 낙점을 받은 상황이었다.
‘노풍’에 날아간 김진표, 이계안…앞날 험난
하지만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후보가 서울시장 후보군에서 경기도지사로 유턴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야권 단일화 움직임에 따라 두 후보가 여론조사 경선을 거쳐 유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경선에 참여한 이 전 의원과는 달리 김 의원은 당이 다른 유 후보에게 패했다는 점에서 경기도내 민주당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선거에도 막대한 차질을 빚게 만들었다. 당장 민주당 후보들은 자당의 도지사 후보가 없이 자력으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이다. 단순히 김 의원의 패배가 아닌 민주당 수도권 선거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형국이다.
또한 최근에는 ‘김진표 의원직 상실’논란에 빠지면서 김 의원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4월 20일 예비후보 등록을 하면서 국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로 인해 7·28 재보선에서 수원 영통 지역구 출마를 노리는 인사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올해 개정된 공직자선거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에 출마하는 국회의원 등의 경우 사직원이 접수된 때에 그 직을 그만둔 것으로 본다’는 조항으로 인해 예비후보등록만 한 김 의원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김 의원이 이 조항을 들어 의원직을 유지할 경우 ‘비겁하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도지사 후보가 안되니 은근슬쩍 법 조항을 들어 뱃지를 지키려 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본인이 ‘의원직 사퇴 수리를 주장’할 경우 정치적 낭인으로 2년을 보내야하고 19대 총선때에는 자신의 지역구 출마가 선거법상 불가능해졌다는 점에서 ‘딜레마’에 처해 있다.
40대 잠룡, 50대 노룡 정치적 뒤안길로
현역 광역단체장 후보중 처음으로 ‘불출마 선언’을 한 김태호 경남지사 역시 정치적 시련기를 맞이하고 있다. 김 지사는 올해 1월25일 지방선거 불출마 선언을 했다. 나이도 40대 후반으로 한창 일할 나이인데 ‘공부를 더하겠다’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남겼다. 하지만 재선인 김 지사가 3선을 눈앞에 두고 돌연 불출마 선언한 것에 대해 많은 의구심이 남았다. 특히 평소 3선에 대한 도전 의지가 높았고 ‘공천=당선’인 경남에서 불출마 선언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주장이었다. 결과적으로 친이 핵심인 이달곤 전 행안부 장관이 전략공천을 받아 후보자로 확정되면서 ‘음모론’이 나돌았다.
김 전 지사는 작년 내내 박연차 게이트 사건에 연루돼 홍역을 치러야 했다. 검찰은 지난해 연말 ‘무혐의’ 처리를 했다고 1월초에 밝혔고 그 이후 김 지사는 불출마 선언을 해 ‘박연차 게이트’와 연관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밖에도 당권 도전설, 입각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김 지사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당내에선 ‘물 건너갔다’는 분위기가 대세다. 이강두 국회의원 보좌관을 시작으로 도의원에서 민선 도지사 재선까지 갑작스레 출세 가도를 달려 한때 ‘40대 대망론’의 선두에 섰던 김 지사의 향후 정치 운명은 지방선거 열기속에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충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려던 이태복 전 장관의 경우 정치적 상처뿐만 아니라 노동 전문가 이미지, 지인들로부터 외면까지 받으면서 3중고를 받아야만 했다. 국민의 정부 시절 대통령 복지노동수석비서관,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한 이 전 장관은 이회창 대표가 있는 자유선진당에 입당하면서부터 삐걱거리고 시작했다.
노동일보 발행인으로 노동·사회복지 전문가인 그가 자유선진당의 영입케이스로 충남도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자유선진당은 당초 ‘현역의원 배제’라는 원칙을 깨고 충남도당위원장인 박상돈 의원이 경선에 참여하면서 이 전 장관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졌다. 이 전 장관측은 ‘영입을 해놓고 경선을 할 수 있느냐’고 반발했지만 당은 받아들여주지 않았다. 끝내 이 전 장관은 자유선진당을 탈당해 심대평 신당과 출마를 검토하다 끝내 ‘출마 포기’를 했다.
자유선진당측에서는 ‘숟가락만 들고 공짜로 먹으려 한다’며 비판을 받았고 참모들과 지인들은 자유선진당 탈당이후 ‘출마 포기’ 제안에도 심대평 신당 출마 결심으로 인해 갈라서는 등 안팎으로 홍역을 치뤘다. 무엇보다 진보와 보수 양 진영으로부터 모두 외면받는 신세로 전락했다는 점에서 이 전 장관의 정치 인생은 마침표를 찍게 됐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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