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우뚝 선 ‘코리아 우먼파워’
미국에서 우뚝 선 ‘코리아 우먼파워’
  • 구명석 
  • 입력 2006-07-27 09:00
  • 승인 2006.07.2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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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시즌은 유난히 ‘코리안 파워’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지난 6월 12일 ‘LPGA 챔피언십’ 박세리의 우승에 이어 김미현도 지난17일(한국시간) 미 LPGA 투어 ‘제이미 파 오웬스 코닝클래식’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김미현과 박세리는 오늘날 LPGA 투어의 ‘코리안 파워’가 뿌리 내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던 이른바 ‘1세대’의 두 주역이다. 두 선수는 한때 ‘신예’들에 밀려 ‘잊혀진 존재’로 추락하는 아픔도 겪었다. 하지만 정신력과 노련미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부활. 이들의 부활은 예전의 위용을 되찾았고다시 한번 전성기를 구가할 태세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박·김의 재기 ‘1세대 부활 신호탄’

지난 17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 하일랜드메도우스GC(파71·6,408야드)에서 열린 미LPGA투어 제이미 파 오웬스 코닝클래식 최종 라운드. ‘슈퍼 땅콩’ 김미현(29·KTF)이 연장 접전 끝에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개인통산 7승 및 시즌 2승을 거두는 기쁨을 누렸다. ‘한국낭자’로서는 올 시즌 9승째를 올렸다. 박세리는 이날 5타를 줄이며 16언더파로 4위를 기록했다.

김미현(KTF)과 박세리(29·CJ)는 77년생 동갑내기로 LPGA 투어 무대에 진출, 신인왕을 차례로 차지하면서 오늘날 줄잡아 30여명에 이르는 LPGA 투어의 ‘코리안 파워’가 뿌리 내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던 이른바 ‘1세대’의 주역들이다. 김미현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이 LPGA 투어에서 수집한 우승컵은 모두 61개로 늘어났다. 이 가운데 박세리가 9년간 23개, 김미현이 8년에 걸쳐 7개를 모아 전체 승수 가운데 두 선수 몫은 절반에 육박한다. 국가대표 출신인 두 선수는 국내에서 활약할 당시 서로에 대한 라이벌 의식이 대단했다.

국내 대회에서 같은 조로 플레이를 펼칠 경우 ‘너에게만은 질 수 없다’며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을 정도다. 1996년 4월 나란히 프로에 입문한 두 선수는 한국대회에서는 김미현이 다소 앞선 경기력을 보였다. 김미현은 미국에 진출하기까지 9승을 기록, 6승에 머문 박세리를 압도했다. 그러나 미국무대 진출은 박세리가 먼저였다. 박세리는 지난 1997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퀄리파잉(Q)스쿨을 당당히 수석으로 통과한 뒤 이듬해 4승을 거두며 신인왕까지 거머쥐었다.

이에 자극받은 김미현도 98년 Q스쿨을 12위로 통과하며 미국무대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김미현도 이듬해 2승을 올리며 2년 연속 한국인 신인왕에 등극하며 영원한 라이벌 박세리와 함께 LPGA 1세대 양대 산맥을 이루게 된다.이처럼 LPGA 투어에서 ‘선구자’와 ‘개척자’, 그리고 ‘맏언니’ 노릇을 맡아온 두 선수는 그러나 한때 ‘신예’들에 밀려 ‘잊혀진 존재’로 추락하는 아픔도 겪었다.

김미현은 지난 2002년 웬디스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무려 3년9개월 동안 우승 없이 지내야 했고 2003년과 지난해 두 차례나 상금랭킹 20위 밖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2004년 명예의 전당 입회 포인트를 꽉 채운 박세리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슬럼프에 허덕이며 지난해에는 상금랭킹 102위까지 떨어졌다. 때문에 김미현은 계약사 KTF와 재계약 때 ‘성적에 따라 연봉을 받는다’는 ‘굴욕’을 감수해야 했고 박세리는 아예 ‘주말 골퍼 수준’이라는 비난의 소리도 들어야 했다.

박·김, 절치부심 끝 LPGA우승

그러나 2006년 시즌 김미현과 박세리는 거짓말처럼 부활했다. 김미현은 우승 이후 9차례 대회에서 여섯 차례 ‘톱10’에 입상했고 박세리 역시 우승한 다음에 치른 4차례 대회에서 세 차례 ‘톱10’에 들었다. 김미현이 진클럽 앤드 리조트오픈에서 우승했을 때 “내일처럼 기뻤다”고 했던 박세리와 이번 대회 우승 직후 “나와 박세리가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었다”고 강조한 김미현은 이제 ‘코리언 파워’의 확실한 ‘투톱’으로 자리를 잡았다.

또 박세리와 김미현의 부활은 ‘코리안 군단’ 전체에 또 다른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김미현과 박세리가 살아나자 우승의 ‘질적 향상’도 따랐다. 작년에 8승을 올리면서도 2승 이상을 올린 선수가 없었지만 올해 김미현이 2승 고지에 올라서면서 ‘다승 선수’가 탄생했다. 또 박세리의 맥도널드LPGA챔피언십 우승 덕에 ‘한국 군단’은 1998년 박세리의 LPGA 투어 진출 이후 2003년만 빼고 한 시즌도 거르지 않고 ‘메이저 챔피언’을 배출해내기에 이르렀다.

한마디로 박세리와 김미현이 이끌고 박지은, 한희원(28·휠라코리아), 장정(26·기업은행)이 밀면서 신진 세력들이 뒤를 따르는 이상적인 구도가 재현된 셈이다. 박세리, 김미현의 재기로 활력을 얻은 LPGA ‘코리안 파워’가 시즌 종료 때까지 몇개의 우승컵과 얼마나 풍성한 수확을 거둘지 기대된다.

LPGA투어 ‘한국 잔치 시작’

미LPGA투어가 ‘한국 잔치’라는 말은 이제 전혀 낯설지 않다. 지난 17일까지 치른 18개 대회 가운데 9개 대회, 최근 7개 대회 우승자 중 다섯 명이 한국 선수로 2006 시즌은 유난히 코리안 파워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10개 대회를 휩쓸었던 ‘골프 여제’ 애니카 소렌스탐도 한국의 서슬퍼런 기세에 2승에 머물고 있다. 9승은 2003년 이룬 한국 선수들의 LPGA투어 한 시즌 최다승과 타이. 아직도 투어 대회가 13개나 남아있어 신기록 달성은 시간문제다.

한국 골퍼들은 올해 32명이 미LPGA투어에 나섰다. 미국(162명)에 이어 인원수에서 두 번째. 미셸 위, 김초롱 등 미국 국적을 지닌 한국계 선수는 뺀 숫자다. 인해전술 덕분인지 대회마다 톱10에 두세 명은 이름을 올리고, 한국 선수들끼리 우승을 겨루는 것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최근 2~3년간 부진했던 박세리와 김미현이 재기에 성공했고, 한희원, 장정, 이미나 등 후배 선수들이 언제든지 우승을 노릴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한국 선수들의 활약은 앞으로 더 거세질 전망이다. 현재 LPGA 2부 투어인 퓨처스투어에서 4차례 우승한 김송희와 박인비 등이 내년 LPGA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 1978년 처음 8명의 한국여자골퍼가 탄생한 이후 28년 만인 올해 회원수가 1,000명을 넘어선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도 미 LPGA진출에 있어 ‘발판’ 구실을 단단히 하고 있다. <구명석 기자>gms75@ilyoseoul.co.kr

구명석  gms7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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