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 쾌거를 거둔 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영표(토튼햄 핫스퍼)가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을 거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했듯이 이들에게도 독일 월드컵을 발판으로 유럽 프리미어리그 진출의 꿈이 있다. 특히 모두 뛰고 싶어 하는 프리미어리그에 누가 안착하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설기현“한국인 3번째 프리미어리거 승격”
‘스나이퍼’ 설기현(27·전 울버햄프턴)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토튼햄 핫스퍼)에 이어 한국인 세번째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하게 됐다. 2006-2007년 시즌부터 프리미어리그에 승격한 프리미어리그 레딩의 구단 홈페이지(www.readingfc. premiumtv.co.uk)는 지난 7일(한국시간) “더 로열스(레딩의 애칭)가 100만파운드의 이적료에 울버햄프턴의 설기현을 영입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레딩 구단은 설기현의 몸값이 150만파운드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전했다.
영국 BBC 방송 인터넷판도 레딩이 설기현의 소속 팀인 챔피언십(2부리그) 울버햄프턴과 150만파운드(26억2천만원)의 몸값으로 이적에 관한 협상을 모두 마무리지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에는 100만파운드는 울버햄프턴에 선 지급되고 50만파운드는 설기현의 출전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는 옵션이 붙어있다.레딩의 닉 해몬드 이사는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울브스(울버햄프턴의 애칭)와 합의에 도달해 기쁘다. 조만간 나머지 세부 사항에도 합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설기현은 국제무대에서 인정받은 뛰어난 선수다. 벨기에 안더레흐트에서 뛰던 시절부터 유럽 리그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우리 팀에 큰 보탬이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소속팀 레딩은 지난 6일부터 2006~ 2007시즌 준비를 위한 훈련에 들어갔다. 스티브 코펠 감독이 선수단을 소집해 팀 훈련장인 호그우드 파크에서 발맞추기를 시작했다. 현재 구단이 훈련에 들어간 만큼 설기현도 서둘러 출국해 입단식과 메디컬 체크 등의 수순을 밟은 뒤 팀 훈련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레딩은 오는 14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네덜란드리그의 페예노르트, 챔피언십리그의 밀월 등과 9차례의 평가전을 치를 예정이다. 레딩의 시즌 첫 경기는 8월 19일 홈에서 벌어지는 미들즈브러전이다.
1871년에 창단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레딩은 지난 135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최상위 리그에 오르지 못했지만, 지난 2005~2006 시즌 챔피언십 리그에서 31승 13무 2패의 완벽한 성적과 함께 승점 106점을 얻으며 당당히 프리미어리그 입성의 꿈을 이뤄냈다. 레딩은 챔피언십 무대에서 오랫동안 울버햄프턴과 경쟁해왔고, 그동안 꾸준히 설기현의 플레이를 주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레딩은 지난 2003년과 2004년, 이안 포터필드 감독의 부름을 받아 부산에서 활약했던 잉글랜드 청소년 대표 출신의 공격수 제이미 큐레턴(30·콜체스터)이 활약했던 팀이기도 하다.
튼튼하지 못한 구단의 재정속에 챔피언십 리그에서 승승장구하던 당시에도 두텁지 못한 선수층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레딩은 설기현을 비롯해 이을용, 안정환 등 몸값에 비해 기량이 출중한 한국 선수들에게 큰 관심을 보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시즌, 박지성과 이영표의 활약으로 인해 한국 선수들에 대한 영국 축구인들의 인식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설기현은 2006 독일 월드컵에서 프랑스, 스위스와의 경기에 교체 투입되어 70분 밖에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했다. 하지만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날카로운 측면돌파에 이은 크로스로 조재진의 헤딩패스와 박지성의 동점골을 이끌어내며 순도 높은 활약을 보였다.
벨기에 리그 최고의 명문 안더레흐트에서 3시즌 동안 활약한 설기현은 프리미어 리그 진출의 꿈을 안고 2004~2005 시즌에 울버햄프턴에 입단, 두 시즌 동안 챔피언십 최고의 공격수 중 한명으로 손꼽히며 좋은 활약을 펼쳐왔다.
이을용프리미어리그행 막바지 협상 중
잉글랜드 프리미어십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투르크 전사’ 이을용(31·트라브존스포르)의 향후 거취가 7월 중순에 결정될 전망이다. 이을용의 에이전트사인 ‘오앤디’는 지난 5일 “축구대표팀의 일정이 끝난 만큼 주말이나 다음주부터 이을용의 이적문제에 대한 재협상을 시작할 것”이라며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앤디의 관계자는 “프리미어리그 몇 개 구단과 막바지 이적 협상을 벌이고 있다.
잉글랜드 구단 측에서 오케이 사인만 떨어지면 성사될 정도로 근접해 있다”고 전했다. 현재 계약기간과 조건, 연봉 등에 대해서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3년 전 프리미어리그로 이적을 추진할 때 한 차례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지난해 겨울부터 이적시장 추이를 꼼꼼히 체크하는 등 차근차근히 준비해왔고 독일 월드컵이 끝나자 급진전되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오앤디의 관계자는 “선수 본인이 프리미어리그행을 강력히 원하고 있다”며 “나이도 있는 만큼 후보 보다는 왼쪽 미드필더 주전으로 뛸 수 있을 가능성이 높은 팀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런 면에서 월드컵 기간 조별리그 3경기에서 풀타임 출전없이 112분 밖에 소화하지 못한 데 아쉬움이 크다.이을용의 에이전트사 오앤디는 당초 독일월드컵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프리미어십 구단과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을용이 이번 월드컵에서 예상외로 부진하면서 곤혹스런 모습이다. 이을용은 조별리그 토고와의 1차전에 68분을 뛰었고 프랑스와의 2차전에선 전반전을 소화했지만 스위스와의 최종전에는 나서지 못했다.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 시절에 외면을 받았던 이을용은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취임한 뒤 김남일(수원)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함께 ‘황금 미드필더조합’으로 인정받아 이번 월드컵 활약이 기대됐다.
하지만 ‘아드보카트의 황태자’ 이호(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에게 주전자리를 내주면서 조별리그 3경기를 합쳐 풀타임 출전없이 112분만 소화했다. 이 때문에 월드컵 성적에 따라 이적협상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하려던 오앤디측은 다소 걱정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오앤디는 “월드컵 성적이 좋지 않아 걱정이다. 최선을 다해 이적협상에 나서겠다”고 설명했다. 언론을 통해선 웨스트햄을 비롯 레딩 왓퍼드 등이 이적 대상으로 오르내리고 있지만 오앤디 측은 어느 구단인지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다. 자칫 그르칠 수도 있으리란 우려 때문이다. 이적에 다양한 변수가 있고 이적 기한이 8월 말까지인 만큼 신중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안정환“하츠의 적극적 러브콜, 이적료 문제 협의”
안정환(30·뒤스부르크)의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하츠행이 임박해 보인다.토고와의 2006 독일 월드컵 G조 첫 경기에서 극적인 역전 결승골을 터뜨린 한국축구대표팀의 안정환. 그가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하츠의 적극적인 러브콜을 받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 인터넷 홈페이지를 비롯한 ‘스카이스포츠’ 등 각종 축구전문사이트들은 지난 3일 일제히 “하츠가 안정환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며 구체적인 영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영국언론들은 하츠의 발다스 아바나우스카스 감독의 말을 인용해 “하츠가 안정환을 데려가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며 “아바나우스카스 감독도 안정환 영입에 관심을 갖고 있음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아바나우스카스 감독은 “안정환은 좋은 선수다. 선수들의 능력뿐 아니라 클럽 및 팀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안정환은 스트라이커 영입 후보 중 한 명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로마노프 구단주와 최종 논의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몇주안에 우리는 새로운 얼굴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이날 또 영국의 인터넷 매체인 스포팅라이프도 안정환의 하츠 이적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스포팅라이프는 안정환의 에이전트 톰 샌더스씨의 말을 인용해 “하츠의 새 사령탑 발다스 아바나우스카스 감독이 한국의 공격수 안정환을 자신이 부임한 뒤 첫 계약 대상자로 결정할 준비를 끝냈다”고 전했다.
샌더스씨는 “하츠는 독일 뒤스부르크에 이미 75만 유로(약 9억800만원)의 이적료를 지급할 준비가 돼 있다. 지금은 안정환의 연봉을 놓고 협상을 벌이는 단계”라며 “안정환을 터키로는 보내지 않을 것이다. 조만간 안정환의 새 팀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정환이 하츠로 갈지는 아직 미지수. 하츠는 월드컵 직전인 지난 5월 말 대표팀 글래스고 전지훈련 때부터 안정환에게 관심을 보였지만 안정환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이 우선”이라며 월드컵이 끝난 뒤 보자는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안정환이 월드컵 때 토고전에서 맹활약한 뒤 프랑스, 스위스 경기에서는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못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영입 제의가 나오지 않고 있다. 1874년 창단된 하츠는 4차례 리그 우승을 차지했으며 지난 시즌에는 셀틱에 이어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12개 팀 중 2위를 기록한 스코틀랜드의 명문 팀이다.
<구명석 기자>gms75@ilyoseoul.co.kr
# 체력 운동과 펀치 컴비네이션 보강에 주력 K-1 최홍만, “올해 목표 그랑프리 파이널 4강”
지난 6월 3일 ‘K-1 월드 그랑프리’ 서울 대회의 메인이벤트에서 ‘K-1 최강자’ 세미 쉴트(33·정도회관)와의 거인대결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둔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26·스프리스KI).지난해 3월 K-1에 데뷔한 최홍만은 이로써 통산 8승 1패를 기록하고 있다.
최홍만이 7월 30일 개최예정인 K-1 삿포로 대회에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K-1 공식홈페이지에 발표된 출전예정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출격 대기 중이다. 최홍만은 지난 3월 라스베이거스 대회와 6월 서울 대회에 출전해 프레데터와 세미 쉴트를 상대로 판정승을 거두며 순항하고 있다. 올해 목표는 현재의 상승세를 이어가 지난해 레미 본야스키 앞에서 무너진 그랑프리 파이널 4강에 진입하는 것. 최홍만은 4강에 오르기 위해 지역예선 대회의 슈퍼파이트에서 여러 차례 경기 경험을 쌓고 9월 개최되는 K-1 월드 그랑프리 개막전에 나선다는 계획을 실행 중이다.
최홍만에게는 삿포로 대회 역시 경험을 쌓기 위한 좋은 기회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지난 4월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유현 에이전트가 “9월 월드 그랑프리 개막전 출전에 앞서 많은 경험을 쌓기 위해 삿포로 대회와 하와이 대회의 출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어 부상 등 갑작스런 악재가 없을 경우 출전이 유력시된다. 현재 공식홈페이지 출전예정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린 파이터는 총 16명. 그 중 대진이 확정되지 않은 선수는 최홍만을 포함해 어네스트 호스트, 알란 카라예프, 우치다 노보루 등 네 명이다.
“앞으로 최홍만은 K-1의 강자들과 경기하게 될 것”이라는 타니가와 사다하루 프로듀서의 발언에 집중한다면 K-1 월드 그랑프리 4회 우승에 빛나는 어네스토 호스트, 지난해 11월 히어로즈 서울대회에서 최홍만에게 도전장을 던진 바 있는 알란 카라예프의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K-1 A급 선수들과 격전을 치르게 될 최홍만은 현재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트레이너 김태영 사범의 지도 아래 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영 사범에 의하면 “최홍만은 앞으로의 경기와 그랑프리 파이널 4강을 위한 체력관리는 물론 계속해서 체력 운동과 펀치 컴비네이션 보강에 주력하고 있다. 이전 경기에 비하면 눈에 띄게 이 부분들이 보강되었다”고 전했다. <석>
구명석 gms7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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