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판도 지각변동 ‘초읽기’…‘무서운 아이들’이 몰려온다
축구판도 지각변동 ‘초읽기’…‘무서운 아이들’이 몰려온다
  • 구명석 
  • 입력 2006-06-23 09:00
  • 승인 2006.06.2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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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축구인의 축제 ‘2006독일 월드컵’이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각) 축제의 문을 열었다. 32개국이 출전하는 이번 월드컵에서 전 세계의 축구팬을 사로잡을 개인 타이틀의 신예슈퍼스타는 과연 누구일까. 전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년을 기다려 온 팬들이라면 국가를 초월해 이번 월드컵 축제에서 저마다 좋아하고 사랑하는 스타가 뛰어난 활약을 펼치길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대회에서는 세계축구를 호령했던 기존의 축구 스타들인 호나우두(브라질), 호나우딩요(브라질), 지네딘 지단(프랑스), 데이빗 베컴(잉글랜드), 미하엘 발락(독일) 등의 축구 황제에 대한 도전과 떠오르는 신성으로 화려한 등장을 꿈꾸며 이번 무대를 밟는 아르옌 로벤(네덜란드), 토마시 로시츠키(체코), 지냐(멕시코), 팀 케이힐(호주), 카카(브라질), 다비드 비야(스페인) 등 스타들의 경연장으로 그 어느 때 보다 개인 타이틀경쟁이 더욱 치열할 전망이다.

이유는 기존에 주어졌던 월드컵 대회의 최우수 선수상에 해당하는 골든볼, 득점왕에 해당하는 골든슈, 최우수 골키퍼에 주어지는 야신상에 더하여 이번 월드컵 때부터는 최우수 신인상이 추가 되었다. 이번 독일월드컵을 통해 전 세계 축구팬을 사로잡을 신예스타는 과연 누가 될지 벌써부터 축구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네덜란드의 자존심’ 로벤

‘오렌지군단’ 네덜란드가 ‘아르옌 로벤’(첼시)의 원맨쇼 속에 첫 승을 챙기며 16강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네덜란드는 지난11일 밤(이하 한국시간) 라이프치히 월드컵 경기장(첸트랄슈타디온)에서 열린 독일 월드컵 C조 세르비아-몬테네그로(이하 세르비아)와의 첫 경기에서 전반 18분에 골이 터진 로벤의 맹활약에 힙입어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네덜란드는 아르헨티나와 함께 16강 토너먼트에 오르기 위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네덜란드는 공격 삼각편대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빅3’ 클럽인 첼시 맨유 아스날의 공격수들을 모두 포진시켰다. 스리톱에 왼쪽부터 로벤, 루드 반 니스텔루이, 로빈 반 페르시가 출격했다. 이 중 로벤은 네덜란드의 공격을 홀로 진두지휘했다. 로벤의 발에서 공격이 시작돼 로벤의 발에서 공격이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좌우 중앙 가리지 않고 공격 최일선을 누비며 수비진을 농락한 로벤은 기어이 전반 18분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다. 네덜란드 진영 중앙에서 마르크 반 봄멜이 센터서클로 길게 볼을 건넸고 반 페르시는 세르비아 쪽으로 질주를 시작한 로벤을 향해 곧바로 패스를 건넸다. 로벤은 볼을 잡아 20여m 단독 돌파를 했고 골키퍼를 피해 가볍게 골망을 흔들었다. 로벤은 이 골을 비롯해 6개의 슈팅과 수많은 골 찬스를 만들며 풀타임을 뛰었고 경기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체코의 모차르트’ 로시츠키

새 영웅의 화려한 등장이었다. 천재성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체코의 공격형 미드필더 ‘토마시 로시츠키’(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지난13일 오전1시(한국시간) 겔젠키르헨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06독일월드컵 E조리그 체코-미국전을 자신의 독무대로 장식했다. 그에게는 이 경기가 월드컵 데뷔전이었다. 얀 콜러의 선제골로 1-0으로 앞선 전반 36분 아크 정면에서 환상적인 대포알 중거리 슛으로 추가골을 작렬시켜 월드컵 무대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그가 보여준 천재성은 비단 강력한 슛만은 아니었다. 후반 31분에는 질풍노도 같은 돌파력으로 미국호를 완전히 침몰시키는 쐐기골을 만들어냈다. 미드필드에서 파넬 네드베드(유벤투스)에게 패스를 받아 상대 패널티지역 안쪽까지 20m를 드리블해 가 골키퍼까지 제치며 골 네트를 흔들었다. 로시츠키가 유럽의 영웅에서 세계 축구의 영웅으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

체코의 로시츠키는 체코에서 ‘축구하는 모차르트’로 불린다. 골문 앞에서의 위협적인 움직임, 빠른 발놀림, 탁월한 드리블 등 축구선수로서 필요한 자질을 모두 갖췄다. 미국전에서 드러난 체코의 실력이 만만치 않은 만큼 본선에 올라 더 많은 경기를 치를 경우 또 하나의 강력한 골든슈 후보다. 175㎝ 67㎏의 체격조건을 갖췄고 유럽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는 로시츠키는 겨우 17세 나이에 프로로 데뷔했다.

‘단신의 아즈텍 전사’ 지냐

북중미의 강호 멕시코가 아시아의 이란을 제압하고 16강 진출을 위한 청신호를 밝혔다.멕시코는 지난 12일 새벽(한국시간) 뉘렌베르크의 프랑켄 스타디온에서 벌어진 이란과의 D조예선 첫 경기에서 ‘오마르 브라보’와 ‘지냐’의 연속골로 3-1의 기분 좋은 승리를 챙겼다. 키가 고작 163㎝의 ‘지냐’(톨루카). 그는 76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태어났다. 원래 이름은 안토니오 나에우송 마티아스로 아주 길었다. 지냐는 상파울루 지역에 서식하는 작은 토종새 이름이다.

다른 브라질 선수처럼 그는 그 새이름을 애칭으로 붙였다. 지냐는 브라질서 귀화한 멕시코 선수다. 99년 1부리그 톨루카에 입단하면서 멕시코 시민권도 얻었다. 그렇게 ‘반(半) 멕시코인’이 된 그가 세계의 주목을 받은 건 ‘월드컵 리허설’격인 2005년 독일컨페더레이션스컵 일본과의 B조 첫 경기. 전반 39분 30m가 넘는 중거리 슛을 통렬하게 작렬시켰고, 경기 MVP에 뽑혔다.

지냐는 브라질 출신 귀화선수답게 테크닉이 상당히 우수하고, 상대 수비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창조적인 경기 운영을 한다. 드리블 기술은 월드컵에 출전할 미드필더 중 톱클래스고, 드리블 스피드도 뛰어나다. 중간 거리 드리블이 특기지만 상대 수비가 밀집된 틈을 뚫고 들어가는 짧은 거리 드리블도 발군이다. 상대 수비의 배후를 기습하는 칼날 패스와 좌우로 열어주는 오픈 패스의 성공률도 돋보인다. PA 외곽에서 시도하는 지냐의 중거리 슛 및 프리킥은 강력한 파워를 자랑한다. 작은 체격이지만 아주 정확한 임팩트로 체중을 최대한 볼에 실어 보낸다.

‘호주의 구세주’ 케이힐

2006 독일 월드컵 개막 이후 가장 극적인 경기 결과가 나왔다. 호주가 일본과의 경기에서후반 8분간 3골을 몰아치며 기적 같은 역전승을 연출한 지난 12일(한국시간) 카이저슬라우테른의 프리츠-발터 스타디움. 32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호주가 일본에 선제골을 내줬지만 경기 종료 6분을 남기고 3골을 폭발시키며 일본을 격침시켰다.

이 경기에서 후반전에 교체 투입된 호주의 ‘팀 케이힐’(27, 에버튼)은 동점골과 역전골을 성공시킨 주인공. 32년 만에 월드컵에 출전한 호주로서는 이 경기 직전까지 월드컵에서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었다. 첫 출전한 1974년 서독 월드컵에서 무득점(1무 2패)으로 예선 탈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호주에서는 이번 월드컵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 호주 첫 골의 주인공이 누가 될 것인가에 많은 관심을 보였었다. 일본과의 경기 전 호주의 원톱 공격수 비두카는 “내가 첫 골의 주인공이라면 영광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호주가 승점 3점을 기록한다면 더욱 영광스러울 것이다”라고 말하며 첫 골에 대한 소견을 밝히기도 했다. 케이힐의 동점골은 호주에서 영원히 회자할 월드컵 첫 골의 영광을 안고 있다는 데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 할 수 있다. 호주가 케이힐의 동점골로 기뻐하며 조심스럽게 역전을 바라보고 있던 경기 종료 1분 전, 호주의 월드컵 역사상 첫 골의 주인공인 케이힐은 또 한 번의 역사를 만들었다. 호주에 월드컵 사상 첫 승리를 안기는 결승골을 터트린 것이다. 호주는 케이힐의 역전 결승골에 힘입어 월드컵 도전 40년 만에 첫 승리를 기록한 것이다.

‘삼바축구의 새 희망’ 카카

‘삼바 군단’ 브라질이 월드컵 6번째 우승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8연승을 거두는 금자탑도 쌓았다.브라질은 지난14일 아침(이하 한국시간) 베를린 올림피아슈타디온에서 벌어진 F조예선 크로아티아와의 경기에서 전반 44분 터진 카카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 1-0으로 승리했다. 승점 3점을 챙긴 브라질은 이로써 지난 12일 일본을 3-1로 격파한 호주에 이어 조 2위에 랭크됐다. 브라질은 호나우딩요, 호나우두, 카카, 아드리아누 등 초호화 멤버를 선발 라인업에 포함시켜 화끈한 공격 축구를 예고했다.

브라질은 전반 시작과 함께 골 사냥에 나섰지만 두터운 수비망을 구축한 크로아티아의 골문을 여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다. 전반 44분 크로아티아 진영 우측에서 노장 수비수 카푸가 문전의 카카를 향해 땅볼 패스를 연결했다. 카카는 침착하게 볼을 잡아 수비수 한 명을 따돌린 후 정확한 왼발슛으로 좌측 골네트를 흔들었다.

지루한 영의 행진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전반을 1-0으로 마친 브라질과 크로아티아는 후반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이어갔다. 하지만 결국 경기는 더이상의 득점없이 1-0 브라질의 승리로 끝났다. 이날 천금같은 결승골을 뽑아낸 브라질의 카카는 독일월드컵 공식홈페이지가 선정한 경기 MVP로 선정됐다.

‘스페인의 떠오르는 별’ 비야

스페인의 젊은 공격수 다비드 비야(25·발렌시아)가 독일 월드컵에서 새로운 별로 떠올랐다. 비야는 조별리그 H조 1차전 우크라이나전에 선발로 나와 프리킥과 페널티킥으로 두 골을 뽑아내 스페인의 4-0 승리를 이끌었다. 비야는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에서 2005~2006시즌에 모두 25골을 터뜨려 스페인 공격수 가운데 가장 많은 골을 기록했다. 그가 그라운드에서 활개를 치면 팬들은 ‘비야 마라비야(Villa Maravilla! 놀라운 비야!)’를 외쳤다.

이날 비야는 수비진을 헤집고 다니면서 수 차례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는 기회를 만들어 우크라이나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스페인 2부 리그 스포르팅 데기혼에서 첫 프로생활을 시작한 비야는 2003년 레알 사라고사로 이적해 첫 두 시즌에 각각 17골, 15골을 넣은 뒤 2005년 발렌시아 유니폼을 입었다.비야는 볼을 발에 정확히 임팩트 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

또한 오른발 슈팅의 파워가 강력하고, 키는 작아도 정확한 위치 선정과 타이밍을 이용해 날카로운 헤딩슛을 시도한다.루이스 아라고네스 스페인 감독은 비야의 비범한 재능을 꿰뚫어 보고 간판 스트라이커인 라울 곤살레스 대신 본선 1차전에 선발 출장시키는 결단을 내려 스타 탄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신예 태극전사도 ‘뜬다’

김두현과 김상식과 백지훈, ‘신예 3인방’ 이들이 이번 독일월드컵에서 큰일 내지 말라는 법은 없다. 김두현은 지난 세네갈과 평가전에서 골을 넣은 주인공. 아드보카트의 기대감도 남다르다. 백지훈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다. 백지훈은 지난해 네덜란드 엠멘 세계청소년대회에서 나이지리아전에서 후반 휘슬이 울릴 무렵 골네트를 갈라 2-1 극적 역전승을 일군 장본인. 전지훈련을 통해 ‘아드보카트의 황태자’ 로 거듭난 백지훈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수비형 미드필더를 오가는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정교한 패스와 송곳처럼 예리하면서도 대포알 같은 중거리포를 자랑한다. 오른쪽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는 김상식도 ‘준비된 선수’. 정확한 중거리슛이 장기로 스위퍼 능력도 뛰어나다. 한국대표팀 새 미드필더진의 화력을 이번 독일월드컵에서 기대해본다.

구명석  gms7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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