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NFC가 탄생할 때부터 5년간 조리장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정지충(41) 조리장과 신현경(33) 영양사가 바로 그들이다. 본격적인 ‘월드컵 체제’에 돌입함에 따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이지만 독일 월드컵을 준비하는 그들의 마음 자세는 선수들과 다를 바가 없다. 이들은 어떠한 요리를 만들어 대표팀 선수들의 건강을 챙기고 있는지 파주NFC의 조리실로 가보도록 하자.
재래시장서 재료 구입
지난 14일부터 파주트레이닝센터(NFC)에서 합숙훈련에 들어간 한국축구대표팀 선수단의 식단은 훈련계획에 따라 철저하게 맞춰져 있다. 대표팀 선수들이 본격적인 ‘월드컵 체제’에 돌입함에 따라 대표팀 선수들의 음식을 담당하는 조리실 또한 바빠졌다.세네갈 평가전을 하루 남겨둔 가운데 파주NFC의 조리실 담당자들이 준비한 식단을 살펴보면 생태매운탕, 갈비찜, 생선찜, 장어구이, 국수전골 등 대부분 한국의 보통 가정에서 먹는 토속음식들로 특별할 것은 없다.
하지만 선수단이 지난 14일 입주하면서 치밀하게 식단을 짠 주방담당자들은 가능한 한 국산과 자연산 재료를 쓰고 통조림 등 장기보관 재료는 절대 쓰지 않으며, 재료들은 최대한 조리시간에 맞춰 배달되도록 하는 등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신현경 영양사는 전했다. 이를테면 자극적인 음식을 피해야 하는 까닭에 김치도 표고버섯을 넣어 덜 맵게 만든 표고김치를 쓰며 올갱이는 반드시 맑은 민물에서 자란 것을 구입하고 느타리버섯은 잎이 피지 않고 단단한 것을 쓰는 등 무척 까다롭다.
또 이를 위해 신 영양사는 일찌감치 재래식 시장과 대형마트를 다니며 어떤 재료가 좋은지 사전 시장조사를 했음은 물론 재료가 파주로 들어오기 전에 반드시 신선도를 재확인하는 등 만전을 기하고 있다.경기를 앞두고는 근육의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기에 백반을 기본으로 국수전골, 스파게티, 감자요리 등이 자주 등장한다는 것도 대표팀 식단의 특징이다.
정지충 조리장은 “경기 당일 메뉴는 정해져 있습니다. 된장찌개, 생선찜, 버섯, 스파게티가 주 메뉴가 됩니다”고 밝혔다. 그리고 경기가 끝나면 맵지 않은 김치찌개 등 가정식으로 준비한다. 경기 당일에는 피해야 하는 음식도 있다. 튀김요리와 떡이다. 기름으로 튀긴 음식은 선수들의 몸을 무겁게 하고 떡은 소화불량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편식하는 선수 없어
인터뷰 중 ‘선수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선호하는 음식이 있느냐’ 는 질문에 잠시 생각을 하던 정 조리장은 “특별히 그런 것은 없고 선수들은 다 잘 먹습니다. 일반인들 보다 많이 먹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일반인들과 별반 차이 없습니다”고 얘기했다. 또 “사실 프로선수들도 자신의 몸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데, 국가대표팀을 상징하는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대표선수들은 더욱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한두 가지 음식에 편중돼 식사하는 선수는 보기 힘듭니다”라고 말했다.그러나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이 있는 선수들은 있다. ‘반지의 제왕’ 안정환 선수와 ‘진공청소기’ 김남일 선수는 게장을 무척 좋아한다. 정 조리사는 “김남일 선수와 안정환 선수가 게장을 유난히 좋아합니다. 경기 전에는 아무래도 영양 관리를 위해 피합니다만, 경기가 끝난 후에는 꼭 준비해주고 있습니다. 김남일 선수는 김치찌개도 같이 부탁하더군요”라고 전했다.
안정환 선수는 게장 하나로도 밥 한 공기는 뚝딱이고 김남일 선수는 김치찌개만 보면 숟가락을 내려놓을 기미도 보이지 않고 김치찌개로만 숟가락이 간다고 한다.
감독 위해 스테이크도 만들어
2002년 히딩크 감독에 이어 2006년도 국가대표팀 감독도 네덜란드 출신의 아드보카트 감독이다. 아무래도 네덜란드 출신 감독이니 음식에 있어서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식사는 어떻게 준비하고 계시는지요.” 라는 질문에 정 조리사는 양식전문이 아닌 한식전문 요리사다 보니 외국인 감독 분들의 입맛을 맞추는 것이 쉽지만은 않단다. “평소에는 제가 만든 음식을 드리고 있습니다만, 가끔은 이탈리아 요리사분을 초청해 스테이크와 생선요리를 만들어 준비합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아드보카트 감독님이 따로 언급하신 음식은 없습니다.
하지만 김현철 의무팀장님의 지휘 아래 음식의 영양이나 메뉴를 조절하고 있습니다”고 전했다. 반면 정 조리사는 “2002년 월드컵 때 히딩크 감독님은 사소한 것까지 신경을 쓰는 감독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와 문화가 다른 네덜란드 출신의 감독이다 보니, 몇 가지 음식 문제로 문화적 차이를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들 좋아하는 보쌈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는데요. 어느 날 선수들이 보쌈을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는 히딩크 감독님이 깜짝 놀라시더군요. 보쌈이 삼겹살로 만들어지다 보니 아무래도 비계가 거슬리셨나 봅니다. 외국인들은 고기에 지방이 붙어있으면 싫어하니까요. 다행히 선수들이 워낙 좋아하고 잘 먹고 하니 그 뒤로는 별 얘기가 없으시더군요. 정말 선수들의 음식 하나하나까지도 신경을 써 주시던 감독님으로 기억합니다”고 전했다.
조리장 “사생활은 없다”
서울 성북동에 거주하는 정지충 조리장은 파주 NFC에 오전 6시까지 도착하려면 오전 4시에 일어나서 준비해야 한다. 정 조리장은 “보통 퇴근은 10시가 넘어야 하지만 훈련이나 경기가 있을 때에는 저도 파주에서 합숙을 합니다”라고 말했다. 국가대표팀이 NFC에 머물고 있는 동안에는 정 조리장에겐 사생활이란 없다. 선수들이 대표팀에 소집되면 훈련에 몰두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리고 그는 나름대로의 철칙을 가지고 생활한다.
첫째가 “조리실 사람은 술을 마실 수 없다”라는 것이다. 술을 마시게 되면 미각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고 미각이 달라지면 맛이 달라진다는 게 정 조리장의 생각이다. 그는 맛이 달라지는 것은 음식을 만드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믿는다.또 출근 시간 6시까지 세 번을 늦으면 함께 일할 수 없다고 얘기한다. 정 조리장은 “실수는 용납이 안 된다. 경기에 지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래서 주방 식구들을 뽑을 때도 시간약속과 음주 문제에 대해서는 철석같은 약속을 받는다. 정 조리장은 “2002년 월드컵 때도 그랬지만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선수단은 선수단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말입니다”라고 밝힌다.
영양사 “간은 싱겁게”
축구 국가대표팀의 파주 트레이닝센터 영양사 신현경씨는 ‘스포츠영양학 원리’에 맞춰 식단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 만큼 끼니당 4,000~5,000㎉(일반 성인 권장량은 2,500㎉). 지난 14일 저녁 메뉴는 주꾸미샤브샤브, 감자양념구이, 소등심구이, 생선구이에 각종 봄나물이었다. 스파게티와 공기밥 등 탄수화물류는 기본이다. 신 영양사는 “대표팀 선수들 대부분 이 식성이 좋고 메뉴를 가리지 않지만 김남일, 이영표 같이 유난히 김치찌개나 김치볶음 같은 ‘신토불이’ 메뉴를 좋아하는 선수도 있어 신경을 쓰죠”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훈련중 대표팀의 식단은 일반인들이 궁금해하는 ‘특별함’은 없다고 강조했다. 대표팀 식단의 컨셉트는 ‘싱거운 가정식’. 평상시에는 식단 중 탄수화물의 비율을 60% 정도로 하고 경기 3, 4일 전에는 70%로 올린다. 탄수화물은 근육의 주 에너지원이 되기 때문. 고기도 지방이 많은 삼겹살은 자제하고 편육이나 구이를 내놓는다. 음료수는 평소엔 다양하게 준비하지만 경기 전날과 당일은 이온음료 위주로 마시게 한다. 경기 뒤에 지치고 입맛이 없는 선수들을 위해서는 위에 부담스럽지 않은 ‘가벼운 음식’을 준비한다.
신 영양사는 “평소 먹던 대로 해야지 갑자기 메뉴를 바꾸면 긴장이 풀린 몸에 탈이 난다”고 말했다. 물론 보양식도 있다. 시합이 많이 남았을 때는 이틀에 한 번 꼴로 장어나 메기매운탕 오골계 토종오리구이 등의 스태미나식을 준비한다. 운동선수가 아닌 일반인은 탄수화물의 비율을 70%까지 할 필요는 없다. 축구선수들은 짧은 순간에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기 위해 고탄수화물 식사가 필요하지만 일반인은 갑자기 많은 힘을 써야 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탄수화물을 많이 먹으면 살이 찌기 쉽다. 적절한 비율은 60% 정도. 탄수화물의 비율을 조절하되 지방을 줄이고 맵고 짠 자극적인 맛을 줄이는 조리법과 식단구성은 일반인에게도 좋다.
# 포지션별 대표팀 장단점 진단 1:FW(공격수)원톱 안정환 또는 조재진…이천수·정경호 ‘좌우 날개’
독일월드컵 최종엔트리 23명중 안정환(MSV 뒤스부르크), 설기현(울버함튼 원더러스), 조재진(시미즈 S-펄스), 이천수(울산),정경호(광주), 박주영(FC 서울) 6명의 자랑스런 태극전사는 FW(공격수)로 선발되었다. 얼마 남지 않은 월드컵에서 태극전사들을 통해 우리의 목표달성을 꼭 이뤄내길 기원한다.
안정환(MSV 뒤스부르크)-
세리에-A(페루자), J-리그(요코하마F, 마리노스)를 거쳐 분데스리가로 건너가 경기에 나설 기회가 적어 마음고생도 많았지만 무엇보다도 그는 정통 공격수로서 유럽 축구를 경험했다는 자신감이 큰 강점. 또 슈팅의 테크닉에 있어서 대표팀 선수 중 단연 최고다. 문전에서 위치를 잘 잡고, 오른발과 왼발을 고루 사용. 체격 조건이 좋은 그쪽 수비수들이 달라붙어도 간결한 볼 터치로 특유의 폭발력 넘치는 슛을 터뜨린다.
설기현(울버함튼 원더러스)-
크로스나 드리블의 질을 따질 때 우리 대표팀에서 첫 손가락에 꼽아야 할 인물이다. 키에 비해 몸의 중심이 낮다는 것이 유럽 선수들과 맞붙었을 때 장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많다. 힘 있는 유럽 수비수들을 상대로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큰키를 이용한 헤딩슛에도 능하다. 미드필더와의 유기적 관계를 배제하고 혼자서 공격을 해결하려는 점을 단점이라고 지적할 수 있겠지만 벨기에 리그, 잉글리시 챔피언십리그를 거치면서 경험한 모든 것들이 독일 땅에 만개할 씨앗이라고 본다.
조재진(시미즈 S-펄스)-
파워 슈팅과 타깃맨(target man)으로서의 조재진은 방향을 순간적으로 바꾸는 드리블 능력이 조금 모자라 아쉬움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높은 공 처리를 잘한다는 점이 강점이다. 특히 그의 이마를 떠난 공은 방향을 예측하기도 힘들 뿐더러 웬만한 사람들이 발로 찬 공보다 빠르게 네트를 가른다. 자신에게 오는 공에 대한 첫 번째 터치도 비교적 매끄러워 벼락같은 돌려차기로 골을 노린다.
이천수(울산)-
수비수나 문지기가 가장 막기 어려운 공격 중 하나가 끝줄까지 치고 들어와 날카로운 각도로 꺾어주는 공이다. 이천수는 우리의 날개 공격수 중 이 장면을 가장 많이 만들어낼 줄 안다. 이천수는 몸이 유연하고 밸런스가 좋기 때문에 연속 동작에서 다양한 슈팅을 구사. 오른발과 왼발을 고루 사용하는 것도 강점. 그러나 골 결정력을 얼마나 더 높이느냐에 따라 독일에서의 성패가 갈릴 것이다.
정경호(광주)-
흔히 날개공격수에서 볼 수 있는 종적인 움직임 말고도 횡적인 움직임에도 능하다. 크로스의 정확성이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것과 전진 패스의 강약 조절에서 아쉬움이 남지만 가운데 공격수와 눈을 맞춰 유기적인 움직임을 이끌어내기만 한다면 가장 넓은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날개공격수로 떠오를 것이다.
박주영(FC 서울)-
박주영의 골 결정력은 천부적으로 타고난 것이다. 문전에서 기회를 잡으면 상대수비수가 미처 대비할 틈도 없이 번개처럼 슛을 하며, 무섭도록 침착하게 마무리를 한다. 발리킥이나 터닝슛 등 고난도 슛을 할 수 있는 기술을 지녔다. 전진 패스의 타이밍을 잘 맞추고, 슛 동작이 반 박자 빨라 상대 수비수들이나 골키퍼가 손을 쓰지 못할 정도다.
구명석 gms7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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