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 ‘북풍’vs‘노풍’ 민주당은 없다
6·2지방선거 ‘북풍’vs‘노풍’ 민주당은 없다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0-05-17 11:57
  • 승인 2010.05.17 11:57
  • 호수 838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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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유시민·이광재·안희정 9곳서 ‘노풍’ 만든다

6·2 지방선거가 본격적으로 점화됐다. 16명의 광역단체장을 비롯해 기초단체장 228명, 광역의원 761명, 기초의원 2888명과 교육감 16명을 비롯해 교육위원 82명을 선출한다. 특히 16개 광역단체장 선거가 하부단위 선거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바로미터다. 호남을 제외한 현역 광역단체장 중심으로 공천한 한나라당에 비해 민주당은 당명이 무색할 정도로 ‘친노 인사’가 전면에 나섰다. 야권의 ‘현정권 심판론’에 맞서 여당이 ‘구정권 심판론’이라고 역공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후보 중 참여정부 인사가 과반수를 넘는 9명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민주당내 고질적인 ‘인물부재론’이 재차 문제되고 있다. 당내 비주류 연합군측에서는 ‘선거의 성패를 떠나 지방선거이후 재창당 수준이상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서울 한명숙(민주당), 경기 유시민(국민참여당), 충남 안희정(민주당), 강원 이광재(민주당), 부산 김정길(국민참여당), 경남 김두관(무소속), 광주 정찬용(국민참여당), 대구 김충환(국민참여당), 경북 유성찬(국민참여당) 등 9곳이 모두 친노 핵심 인사들이다. 민주당 출신이 3명, 국참당이 5명, 무소속이 1명으로 포진됐다. 이에 정치전문가들은 ‘죽은 노무현과 산 이명박의 대결’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민주당이 주요 광역단체장 후보에 다수의 친노 인사들을 배치한 것은 외형상 선거 일주일을 앞두고 치러지는 노무현 서거 1주년을 최대한 선거에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민주당내 ‘한명숙 회의론’이 확산됨에도 불구하고 한 전 총리가 당내 경선 없이 전략공천을 받은 배경이기도 하다.

실제로 ‘천안함 사건’이 터지지 않았다면 ‘노풍’은 현재 국면과는 달리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무엇보다 부산사업가 정모씨의 ‘스폰서 검사 명단’ 폭로로 인해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노 전 대통령과 한 전 총리로 인해 친노 후보군으로서는 호재로 작용할 공산이 높았다. 진보 진영의 결집과 검찰에 대한 심판론이 정권 심판론으로 이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천안함 사태 없었으면…” 검찰·MB심판

하지만 노무현 서거 1주년의 파괴력은 ‘천안함 사건’으로 인해 태어난 ‘북풍’으로 난초에 부딪쳤다. 청와대와 국방부는 노무현 서거 1주년인 5월 20일을 전후로 중간 조사 발표를 하겠다고 ‘맞불작전’을 놓고 있다. 이와 관련 오 시장측의 한 인사는 “합동조사반의 발표일에 북측이 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할 것이라는 말을 관계자로부터 전해 들었다”며 “미군측이 보유하고 있는 당시 통신 및 교전 상황이 밝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해줬다. 이어 그는 “당시 군이 ‘새떼를 쐈다’는 것은 거짓말이고 북측 잠수정이나 함선을 향해 사격을 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북풍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뿐만이 아니다. 노무현 서거 1주년 기념행사가 절정을 달하는 5월말 시점에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도 예견돼 있다. 이 대통령이 북측 소행으로 발표가 날 경우 어떠한 조치를 북측에 취하느냐에 따라 국민 여론이 출렁거릴 수밖에 없다. 노풍에 맞선 북풍의 영향력은 촉박한 선거기간에 보수진영의 결집을 가져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선거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성패는 여당과 야권 어느 지지계층의 결집도가 높게 나타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지방선거 구도 역시 야권에게 유리하지 않은 형국이다. 현재 야권은 ‘MB 정권 심판론’을, 여권은 ‘좌파 대 보수’ 혹은 ‘과거 정권 심판론 대 미래 권력 심판론’을 주장하고 있어 선거구도가 어떻게 짜여지느냐에 따라 여야 후보자들의 운명이 엇갈릴 전망이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반노 성향의 유권자가 친노 성향의 유권자보다 다소 높다는 점에서 민주당내 후보들조차 선거 전략에 혼선을 빚고 있다. 서울시내 한 민주당 기초단체장 후보 관계자는 “우리 지역은 아파트가 많이 들어섰고 젊은 30~40대 부부들이 대다수 거주하고 있다”며 “성향은 보수지역인데 한명숙 카드를 내세우자니 역풍이 불 것 같아 조심스럽다”고 우려감을 표출했다. 이 인사는 “차라리 손학규 전 지사가 지원을 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수도권 참패시, ‘당지도부, 지도체제’ 대개편

경기도를 비롯한 접전 지역인 경남, 충북, 인천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조직의 김진표 후보를 인기로 누른 유시민 후보지만 그 만큼 안티 세력이 많다는 점에서 지역별로 유시민 카드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무현 서거 1주년 기념으로 인한 ‘노풍’이 ‘찻잔속의 태풍’으로 머무를 것인지 ‘태풍’으로 돌변할 것인지 확신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동영 의원실의 한 인사는 “이번 공천을 보면 한 마디로 정세균 대표와 친노 386의 합작품 성격이 다분하다”며 “수도권에서 참패할 경우에는 민주당은 대혼란에 빠질 공산이 높고 곳곳에서 재창당 수준 이상의 변화의 요구가 거세게 불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세균 대표의 한 측근 역시 “광역단체장 공천이 친노 인사로 채워진 것이 민주당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며 “민주당내 유력한 대선주자가 없고 인기가 없다보니 외부에서 찾게 됐고 게다가 당내 계파 다툼으로 인해 이런 현상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방선거 성패를 떠나서 이후에 손학규, 정동영, 정세균 등 잠룡군들이 치열하게 당권 경쟁에 나서야 한다”며 “필요하면 외부의 명망가를 비롯해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테크노크라트 인사들을 적극 영입해 수혈해야 한다. 특히 당 지도부 체제를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야권 연대가 선거이후에 통합으로 이뤄지는 것에는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인사는 “각 정파의 시선은 지방선거가 아닌 2년 후에 있을 19대 총선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지방선거 이후 야권 통합은 현실화되기 힘들 것”이라며 “오히려 2012년 대선과정에 ‘후보단일화’를 통해 야권이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민주당 한 관계자 또한 “민주당이 당명을 바꾸거나 하지는 못하겠지만 당 지도부 체제 변화를 통해 변신을 추구할 것”이라며 “그러나 마땅한 대안과 인물이 없다는 점에서 유야무야 될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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