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월드컵, 국내파 ‘뜨고’ 유럽파 ‘진다’
독일월드컵, 국내파 ‘뜨고’ 유럽파 ‘진다’
  • 구명석 
  • 입력 2006-02-21 09:00
  • 승인 2006.02.2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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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전 승리로 대미를 장식한 국가대표팀의 북미원정훈련이 끝나면서 최종엔트리명단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특히 이번 원정훈련기간중 국내파 선수들이 뛰어난 활약을 펼쳐 해외파 특히 유럽파 선수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벌써 축구계 일각에서는 “유럽파중 2명 정도를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최종엔트리에 드는 것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한마디로 국내파의 급부상으로 유럽파 선수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예 ‘국내파는 살고 유럽파는 죽는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이다.

지난 달 16일(이하 한국시간) 자정을 막 넘긴 시간 ‘인천공항 심야소집’으로 닻을 올린 축구 국가대표팀의 41일간의 대장정이 어느덧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유럽파를 제외한 국내파와 J리거 출신들이 참가한 가운데 6주간 5개국을 돌며 9차례의 평가전을 가졌다. 그리고 16일 최종 평가전이었던 북중미 전통의 강호 멕시코전을 1-0 승리로 장식하면서 미국에서의 전지훈련 대장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젊은 태극전사들의 자신감은 더욱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선수들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체력부담이 아닌 주전경쟁이다.

한마디로 뼈를 깎고 살을 발라내는 긴장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선수들이 전력투구하는 이유는 희망의 2006 독일월드컵이 바로 그것. 23명의 최종 엔트리 명단에 들기만 하면 꿈의 무대인 월드컵 본선에서 뛸 수 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그동안 9차례 공식. 비공식 평가전에서 실험에 실험을 거듭했다.지난달 21일 그리스, 25일 핀란드전에서 5명씩 교체해 가장 많은 변화를 줬고 핀란드전 후반 38분 이후에는 포백(4-back)에서 스리백(3-back)으로 경기 도중 포메이션을 바꾸기도 했다.

단 한 번도 같은 선발 라인업이 나온 적은 없다. 단 박주영(서울)-이동국(포항)-이천수(울산)가 UAE전(1월18일)과 그리스전에 연속 스리톱(3-top)으로 나왔고 백지훈(서울)은 그리스전부터 덴마크전(2월1일)까지 4경기 연속 공격형 미드필더로 고정됐다. 포백은 4번 시도했는데 선수 구성이 제각각 달랐다. 5경기 연속 골문을 지키던 이운재(수원)마저도 미국전에서는 조준호(부천)로 바꿨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구체적인 언급은 회피하고 있지만 그 동안의 평가전을 통해 대략적인 23명의 최종 엔트리 명단을 예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국내파 압박 돋보여

공격수 중에는 박주영이 가장 많은 시간을 뛰었다. 이천수, 이동국, 정경호와 함께 7경기에 선발 또는 교체 멤버로 출전했다. 500분간 좌우 측면은 물론 중앙 공격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코칭스태프가 가장 적합한 자리를 찾지 못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4개국대회에서 2경기 연속골을 기록한 뒤 공격 포인트도 없다. 이천수는 경기 시간은 박주영보다 적지만 7경기에서 2골2도움을 기록했다. 전훈 초반부터 12일 코스타리카전까지 줄곧 돋보이는 활약을 하고 있다. 코스타리카전 후반에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자격 시험’을 치렀다. 이동국은 중앙 공격수 경쟁에서 조재진에 다소 앞선 양상이지만, 독일 분데스리가의 안정환을 제칠 정도의 신임까지는 얻지 못한 상태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백지훈은 7경기 509분을, 이호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6경기 438분을 뛰었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확인할 수 있는 수치다. 김남일도 덴마크전 이후 3경기 연속 수비형 미드필더로 안정된 경기력을 보였다. 김남일과 이호는 LA갤럭시전과 코스타리카전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멋진 경기를 보였고, 포백(4 back)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카드’로 합격점을 받았다.조원희는 수비수 중 유일하게 7경기를 모두 뛰었다. 그중 6차례를 포백의 오른쪽 측면을 맡았다. 공격에 가담한 뒤 수비 복귀가 늦어 수비 허점을 자초한다는 비판도 듣고 있지만, 송종국이 부상으로 훈련에 불참한 상황에서 조원희를 대체할 카드는 없는 상태다. 원래 왼쪽 미드필더였던 김동진은 이번 전훈을 통해 수비수 역할을 맡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핀란드전을 제외한 7경기를 모두 풀타임 소화했다. 경기를 치를수록 포백에 대한 이해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중앙수비수 중에서는 최진철의 파트너 찾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느낌이다.

유럽파 ‘전전긍긍’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한국축구의 에이스. 전훈에 불참했지만 지난 5일 풀햄을 상대로 리그 데뷔골을 터뜨렸다. 맨체스터가 최근 4-4-2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어 당분간 적지않은 출전기회를 보장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포츠머스전에서는 포지션 경쟁자로 인식됐던 크리스티아노 호나우두, 라이언 긱스와 함께 선발출전을 했다. 이영표(토튼햄 핫스퍼)도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 1월 부친상으로 급거 귀국했던 이영표는 현재 소속팀에 합류, 선더랜드와의 복귀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도우미로 평가되는 대니 머피의 영입으로 왼쪽 공간에서 새로운 조합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마땅한 팀내 경쟁자가 없어 월드컵 준비에도 걸림돌이 없다. 반면 설기현(울버햄튼)은 겨울 이적시장에서 영입된 프란코프스키의 역풍을 맞았다. 울버햄튼이 기존 투톱에서 스리톱으로 전술변화를 꾀하면서 설기현의 입지가 좁아진 것. 최근 3경기 출장시간이 40분을 채 넘지 못했다.

이을용(트라브존스포르) 역시 겨울 이적시장에서 영입된 오메르 리자, 아르디안 조카이의 영향으로 출전기회가 급격히 줄었다. 이을용은 지난해 12월 18일 베식타스전 출전이후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고 있다.차두리(프랑크푸르트)또한 들쭉날쭉한 출전시간과 역할 변경으로 애를 먹고 있다. 한때 수비수로 변경했다가 최근 공격수로 복귀했지만 여전히 출전기회는 많지 않다. 안정환(뒤스부르크)은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분데스리가에 정착했다. 최근 감기로 결장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뒤스부르크 콜러 감독의 확실한 눈도장을 받아내는 것이 급선무다. 결국 프리미어리거 박지성과 이영표를 제외하면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는 유럽파가 보이지 않는다. 해외전훈에 참가하지 않은 해외파의 경우, 소속 리그에서의 활약상이 2006년 독일월드컵 구상에 여념이 없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판단 기준. 리그에 출전할 기회가 없다면 월드컵 출전 가능성도 그만큼 줄어들게 될 전망이다.

구명석  gms7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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