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여왕’ 박근혜 “왜 지방 유세 안 나서나?”
‘선거의 여왕’ 박근혜 “왜 지방 유세 안 나서나?”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0-05-17 11:54
  • 승인 2010.05.17 11:54
  • 호수 838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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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병기 그녀?’ 위기 때 구원투수 ‘등판설’
6·2 지방선거가 본격화됐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선거지원 유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선거는 당지도부 중심으로’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힌 뒤 요지부동이다. 박의 측근들도 “당 지도부에서 요청이 왔지만 ‘선거는 당 지도부가 책임을 지고 치르는 것’이라는 분명한 입장을 전달했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자신이 세운 원칙이나 소신을 강하게 밀고 나가는 스타일인데 공식석상에서 한 발언을 한 만큼 바꾸는 일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왜 지방선거 유세에 나서지 않으려고 하는지 그 속사정을 알아본다.

선거철을 맞이해 한나라당 지도부와 친이 주류측에서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한나라당 주류측에서는 ‘선거의 여왕’인 박 전 대표가 나설 경우 지방선거 분위기가 여당에게 유리하게 흘러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친이 주류측에서는 박 전 대표를 겨냥해 ‘회유와 압박’을 통해 박 전 대표가 지방선거에 나서야 한다고 줄기차게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당지도부 중심으로 치러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4월 말 국회 출입 기자들과 가진 식사 자리에서도 지방선거 지원여부를 묻는 질문에 박 전 대표는 “이미 다 얘기하지 않았느냐”고 지원유세는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박 전 대표는 자신이 세운 원칙에 충실하다. 그 동안 ‘선거는 지도부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선거라는 것은 국민들에게 성적표를 받는 것이고 ‘우리가 지금까지 이렇게 해왔고 앞으로 이렇게 하겠으니 평가해 주십시오’하고 시험을 보는 거다. 그러니 당연히 당을 이끌고 있는 지도부가 책임을 지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박 전 대표가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이명박 정부가 성공하고, 대통령이 소신 갖고 국정운영 하려면 자신이 비켜 서 있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자신이 움직이면 대권설이 나올 것이고 결국은 대통령에게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자신이 움직이는 것은 오히려 당이나 정부에 부담을 주게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방선거와 관련 “박 전 대표는 자신이 할 역할은 다했다는 입장을 가지고 계신 것 같다. 선거전에 이미 미래희망연대와 합당을 결정했다. 또 ‘친박연합’이 친박이라는 이름을 써서 선거에 혼선을 주려고 하자 명칭사용금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또한 대구나 경남, 부산 등에서 출마하고자 하는 친박계 인사들을 만류해서 선거에 나오지 않도록 했다. 이것은 이미 지방선거를 도운 것”이라고 했다.

지금 상황이라면 ‘선거의 여왕’ 박근혜 전 대표가 선거전에 뛰어드는 상황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가 선거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당 주류 측과 캠프후보자들 사이에선 광역단체장 선거전에서 박 전 대표에게 그럴듯한 명분을 줄 경우 나설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직접 선거 현장에 나서지 않더라도 ‘한마디 말’로 측면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박빙의 지역구였던 대전 선거에서 병상에 누워 ‘대전은요’라는 말 한마디로 박성효 현 대전시장을 당선시킨 케이스를 들었다.


서울, 경기, 인천, 충북, 경남 ‘박빙 대결’

현재 한나라당과 민주당 후보간 박빙의 지역구로 분류되는 곳은 빅3 지역인 수도권을 비롯해 경남지사, 충북지사 등 5곳 정도라고 꼽고 있다.

전통적으로 박빙의 대결을 벌여왔던 수도권인 서울, 경기도 광역단체장선거는 한나라당 후보가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의 경우만 한나라당 안상수 현 시장에 맞서 민주당 송영길 후보가 바짝 추격하고 있다.


오세훈 측, 박 전 대표의 측면지원 약속 주장

지방선거의 ‘꽃’으로 여기는 서울시장 선거는 오세훈 현 서울시장이 두 자릿수 차이로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검찰 수사까지 겹쳐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은 한 전 총리의 지지율이 반등의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다. 당장은 오 시장 캠프에선 박 전 대표의 지원이 필요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오 시장측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민주당과 후보단일화를 통해 경기도 지사 후보가 된 ‘유시민 효과’가 역으로 서울을 포위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감 때문이다. 또한 막판 ‘노풍’이 불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 그 카드가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이다.

오 시장 캠프에서 일하는 한 인사는 “선거는 막판까지 알 수 없다”며 “특히 서울은 전통적으로 박빙의 구도로 치러져 안심할 수 없다”고 경계의 빛을 내비쳤다.

이에 그는 “오 시장이 박근혜 전 대표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3회에 걸쳐 비밀 회동을 한 이유가 있다”며 “막판 대혼전이 벌어질 경우 박 전 대표가 나서서 우리를 지원할 것”이다고 전했다. 즉, 오 시장의 재선 가도에 빨간등이 켜질 경우 ‘최후의 보루’로 박근혜 카드를 쓸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광역단체장 선거전에서 경기도지사 김문수 후보는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와, 인천시 안상수 후보는 민주당 송영길 후보와, 충북지사 정우택 후보는 민주당 이수종 후보와 박빙 승부를 벌이고 있다. 이들 후보캠프마다 박 전 대표의 지지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친이계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박 전 대표가 지방선거에 움직이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민주당 후보와 초박빙으로 치러지는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손놓고 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오차범위내 패배한 후보자들의 경우 배신감은 오래갈 수밖에 없어 박 전 대표가 간접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지방선거를 관망하는 박 측의 고민도 있다. ‘선거의 여왕’이라 부추기며 박 전 대표가 선거전에 뛰어들기를 고대하다가도, 선거가 끝나면 등 뒤에서 칼을 꼽는 ‘면종복배(面從腹背)’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한나라당 내에는 낮에는 친이, 밤에는 친박, 이른바 ‘주이월박(晝李月朴)’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상황이 박 전 대표의 행동을 제약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넘어 대권으로 가야하는 박 전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정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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