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션에 ‘살고 죽는다’
현재 박주영은 대표팀에서 윙포워드 즉, 3-4-3 시스템의 오른쪽 혹은 왼쪽 날개 역할로 출전하고 있다. 지난 19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전과 21일 그리스 전에도 역시 박주영은 윙포워드로 출전했다. 그러나 과연 박주영에게 윙포워드가 적합한 포지션인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사실 박주영에게 윙포워드는 낯선 포지션이다. 설기현, 이천수, 정경호 등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하는 선수들이 주로 기용되는 전형적인 윙포워드와도 거리가 멀다. 그는 청소년 대표 시절엔 처진 스트라이커로 맹활약했고, 현 소속구단인 FC 서울에서는 중앙공격수로 활약하며 K-리그 신인왕 타이틀을 거머쥐며 이천수와 MVP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현재 대표팀에서 맡고 있는 윙포워드는 그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
특히 0-1로 패한 아랍에미리트 전에서 보여준 그의 플레이는 박주영 포지션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날 경기에서 박주영은 3-4-3 시스템의 왼쪽 날개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지만 부진한 모습을 보여줬다. 왼쪽을 공격루트로 활용하기 보다는 중앙 돌파를 고집하는 모습이 많이 연출돼 중앙공격수로 나온 이동국과 겹치는 장면이 자주 목격된 것. 그래서 윙포워드보다는 원톱이나 처진 스트라이커로 나서는 것이 박주영이 대표팀에서 제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같은 의견은 그를 가르쳤던 스승들로부터 불거져 나왔다. 그러나 아드보카트 감독은 그를 여전히 윙포워드로 기용할 뜻을 밝히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전이 끝난 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박주영의 포지션에 대한 질문에 대해 “박주영은 UAE전에서 다섯차례 결정적인 찬스 중 3번이나 가담했다”며 “그가 그 포지션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윙포워드 경쟁 치열
하지만 아랍에미리트 전 후반에 아드보카트는 일시적으로 3-5-2 시스템으로 전술을 바꾸며 박주영을 이동국과 함께 투톱을 형성하게 했다. 그 점은 아드보카트 감독도 박주영의 포지션에 대해 관찰하고 있음을 보여준 단면이다. 게다가 윙포워드의 경우 이천수, 정경호 등 국내파뿐만 아니라,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지성과 영국의 2부리그에서 뛰고 있는 설기현, 독일 분데스리가의 차두리까지 해외파와도 경쟁을 해야 한다. 실제 많은 전문가들은 대표팀이 3-4-3 시스템을 유지할 경우 윙포워드는 월드컵 경험과 유럽선수들과의 경기경험이 풍부한 박지성과 설기현이 주전으로 나서게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재와 같은 포지션 적응으로는 박주영이 주전을 꿰차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란 분석이다.
물론 변수는 박지성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멀티플레이어인 박지성을 공격형 미드필더로도 시험하고 있기 때문. 수비와 공격조율 능력을 갖춘 박지성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다면 박주영이 그 빈자리를 대신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은 “박지성은 공격형 미드필더보다는 윙포워드로 나설 때 훨씬 더 공격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고 진단을 내렸다. 따라서 박지성이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게 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게다가 박주영은 골감각에 있어서는 대표팀 내 어떤 선수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지만, 정경호와 이천수의 스피드를 따라잡을 수 있는 선수는 아니다. 결국 그가 윙포워드로 나설 경우 대표팀 내에서 활용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는게 박주영이 윙포워드로 적합하지 않다는 견해를 가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들은 탁월한 골잡이를 벤치에 앉혀 두는 것은 대표팀에 큰 손실이 될 수밖에 없기에 박주영이 대표팀에서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포지션을 찾다보면 스트라이커 자리에서 활약해야 한다는 것.
붙박이 스트라이커 제격
그래야 박주영의 진가가 드러나게 된다는 지적이다. 실제 포항의 김병수 코치는 “박주영에게 가장 잘 맞는 포지션은 스트라이커”라며 “가장 큰 장점은 뭐니뭐니 해도 골을 잡아내는 능력인데 미드필더나 윙포워드는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한다. 박주영이 중앙공격수로 나설 경우, 문제는 대표팀의 원톱으로 계속 선발출장하고 있는 이동국과 최근 분데스리가에 둥지를 튼 안정환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다. 그러나 그를 중앙공격수로 활용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은 호의적인 평가를 내린다. 위치선정이 뛰어난 이동국, 화려한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안정환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박주영은 그들이 갖고 있지 못한 확실한 골 결정력을 지니고 있다는 설명. 그것이 곧 박주영의 매력이라는 설명이다.
K-리그 통합 득점왕에 오른 것은 박주영이 갖고 있는 골사냥 능력을 충분히 보여주는 결과물이라는 것. 그를 중앙공격수로 활용해야 한다는 축구계의 한 원로는 “박주영이 수많은 팬들을 몰고 다니는 이유가 바로 골 결정력이었다”며 “그가 청소년 대표로 활약한 모습과 프로무대에서 뛴 모습을 볼 때 그는 한국축구의 고질병인 골 결정력을 해소할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박주영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능력은 골을 터뜨릴 수 있는 것”이라며 “아드보카트 감독이 그 점을 잘 알고 있는 만큼 박주영에게 가장 적합한 포지션을 찾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그러나 결심은 아드보카트 감독이 한다. 그의 머릿속 구상에는 박주영에 대해 과연 어떤 복안이 담겨져 있을지 궁금하다.
# 김남일 송종국‘아 옛날이여∼’
2002년 월드컵 스타 김남일과 송종국. 그러나 그들이 독일 월드컵에 뛰게 될지 아직 안개속이다. 이호와 조원희 등 강력한 신예들이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송종국은 아드보카트호가 발굴한 신형엔진 조원희에게 다소 밀리는 분위기다. 그동안의 평가전에서 조원희가 맹활약하며 송종국의 자리를 대신할 스타로 급부상했다. 게다가 부상으로 이번 전지훈련 명단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겪었다. 자칫 독일 월드컵 무대에 나서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아드보카트 감독이 송종국에게 아직 기회가 있음을 천명한 사실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김남일은 그래도 송종국보다는 사정이 낫다.
지난해 새끼발가락 부상을 당한 뒤 대표팀은 물론 소속팀 경기도 거의 소화하지 못했던 ‘진공청소기’ 김남일은 그동안 까마득한 후배 이호가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정도로 부쩍 성장하는 것을 벤치에서 바라만 봐야 했다. 그러나 절치부심 기회를 노리던 김남일은 부상에서 회복한 뒤 전지훈련에 동참하며 최고의 컨디션으로 핀란드전에 임해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10달 만에 A매치 경기에 나섰지만, 김남일은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완전한 제 컨디션을 찾았다고는 볼 수 없는 상황. 체력적인 부분도 문제지만, 경기 감각이 많이 떨어져 있다는 점은 그가 빠른 시간 내에 극복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김남일은 ‘이호’라는 제대로 된 경쟁자를 만났다며 오히려 경쟁을 즐기는 눈치다. 과연 최후에 웃는자는 누가 될지 팬들의 관심이 모아진다.
김민수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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