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과 ‘바비 매직’의 지략대결 가장 큰 볼거리
대회는 참가 4팀이 한차례씩 격돌한 후 성적이 좋은 두 팀이 최종적으로 결승전을 벌이는 경기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결승에 오를 두 팀으로 한국의 삼성과 일본의 롯데를 꼽는다. 프로리그 수준을 고려할 때 대만과 중국이 다소 뒤처져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두 팀의 대결은 코나미컵의 최대 관심사이자 팬들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할 빅 카드다. 그래서인지 두 팀은 벌써부터 서로 승리를 장담하며 코나미컵 원년 챔피언에 오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무엇보다 두 팀의 승부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건 감독들의 지략대결이다.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불세출의 스타출신인 선동렬(42) 감독은 감독 데뷔 첫해 팀을 우승으로 일구며 감독으로서도 선수시절 못지않은 능력을 발휘했다. 바비 발렌타인(55) 감독 역시 메이저리그 뉴욕메츠를 월드시리즈에 진출시킨 명장답게 하위권이던 롯데 지바 마린스를 부임 2년 만에 일본시리즈 챔피언으로 만들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31년만에 롯데를 우승시키며 한국축구를 월드컵 4강으로 이끌며 국민적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는 거스 히딩크 감독 못지 않은 인기를 일본에서 누리고 있다. 그러나 두 감독의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선 감독은 국보급 투수출신답게 지키는 야구를 선호하는 스타일. 하지만 발렌타인 감독은 화끈한 공격야구를 선호한다. 양 감독의 이런 스타일은 한국시리즈와 일본시리즈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삼성이 한국시리즈 동안 두산 베어스에 내준 점수는 단 5점(1차전 5:2, 2차전 3:2, 3차전 6:0, 4차전 10:1)에 불과하다. 공격력을 자랑하던 두산을 투수력으로 확실하게 누른 것이 우승으로 이어진 셈이다. 1위를 차지한 시즌 결과를 지켜보더라도 마찬가지다. 올 시즌 삼성은 3할타자가 단 한명도 없었다. 그러나 탄탄한 마운드와 철벽수비를 통해 그 약점을 극복했다. 그동안 FA 시장에서 거물급 타자들을 잇따라 영입하며 공격야구를 지향했던 삼성이 초보감독 선 감독의 부임이후 팀 컬러가 확 바뀐 것. 강팀이 되기 위해선 1점차 승부에서 이를 지켜내야 한다는 선 감독의 지론이 우승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롯데는 4차전동안 33점(1차전 10:1, 2차전 10:0, 3차전 10:1, 4차전 3:2)을 뽑아내는 불방망이를 선보였다. 특히 3차전까지 10점씩을 뽑아내는 공격력으로 한신 타이거즈의 마운드를 초토화시켰다. 발렌타인 감독은 공격야구 못지않게 데이터 야구의 신봉자다. 그는 메이저리그 출신답지 않게 섬세한 야구를 선호해 풍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올 시즌 136경기에서 120여 차례나 다른 스타팅 라인업을 내는 변화무쌍한 용병술을 선보였다. 일본 언론은 발렌타인 감독의 이런 용병술을 ‘바비 매직’, 상·하위 타선 구분 없이 막강 화력을 뿜어내는 타선을 ‘마린건’이라고 일컫는다.
주축선수 부상 변수, 오승환-이승엽이 승부의 ‘키’
일본 프로야구에서 두 팀 간의 승부는 창과 방패의 대결인 셈. 물론 삼성이 객관적인 전력 면에서 뒤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선 감독은 30대 후반의 나이에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뛰며 일본야구계에서도 그 실력을 인정받았을 정도로 일본야구 스타일을 잘 알고 있어 한국야구에서 낯선 발렌타인 감독보다 다소 유리한 측면도 있어 섣불리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것. 감독의 지략 대결과 함께 부상으로 팀의 전열에서 이탈한 선수들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주포인 한국 프로야구 최고 몸값의 심정수가 어깨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됐다. 내야 수비의 핵 박종호도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불참한다.
게다가 양준혁과 김대익마저 FA 선언으로 자칫 엔트리에서 빠질 가능성도 없지 않아 가뜩이나 타격이 부진한 가운데 베스트 멤버를 꾸리기 힘든 상황에 처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강점인 투수진의 누수가 없다는 것. 그러나 일본의 롯데를 들여다보면 전력누수가 삼성보다 훨씬 커 보인다. 팀의 주축 선수 4명이 부상 등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것. 우선 롯데 마린스는 공·수의 핵 후쿠우라의 공백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3번타자 겸 1루수로 활약해온 후쿠우라는 지난 1일 탈장수술을 받아 출전하지 못한다. 이에 따라 그동안 후쿠우라에 밀려 주로 지명타자로 나섰던 이승엽의 1루수 선발 출전이 확실시 된다. 선발 투수 중 유일한 좌완인 댄 세라피니 또한 전력에서 이탈할 것으로 보인다. 피로누적으로 왼쪽 발목 상태가 안 좋았던 세라피니는 정밀 진단을 받기 위해 지난달 29일 미국으로 떠났다.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 2루수 호리, 유격수 고사카도 출전이 어려운 상태. 호리는 허리 통증이 심각하고, 고사카는 오른쪽 허벅지가 안 좋다. 퍼시픽리그 플레이오프와 일본시리즈 때부터 부상에 시달리며 정상적으로 출전하지 못했던 둘은 지난 달 31일 아시아시리즈에 대비한 첫 훈련에서도 빠졌다. 하지만 발렌타인 감독은 “우리팀에는 백업요원이 넘치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자신만만하다. 반면 선 감독은 “일본은 한국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선수층이 두터워 긴장의 끈을 놓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따라서 삼성은 막강 소방수이자 한국시리즈 MVP 오승환이, 롯데는 일본시리즈에서 홈런 3방 등 절정의 기량을 과시한 이승엽이 양 팀의 키를 쥐고 있는 셈.
두 팀 모두 전력분석을 통해 양 선수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 둔 상황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팀이 마지막까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최고의 전력으로 경기를 펼치느냐다. 그래서 두 팀 모두 시리즈 우승의 기쁨도 잠시, 이번 대회 우승을 위해 경기장에 모여 다시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코나미컵 초대 챔피언, 한·일 양국의 자존심이 걸린 대결에 과연 승리의 여신은 어느 팀에 미소를 띠게 될까? 그 결과가 주목된다.
김민수 프리랜서 km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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