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유는 간단하다. 축구전쟁에서 승리한 자에게만 영광의 월계관을 씌우는 것이 팬들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축구대표팀 감독 자리를 ‘독이 든 성배’라고 말했다. 성공하면 영웅이고, 실패하면 역적인 것이 대표팀 감독 자리다. 아드보카트는 그런 잔을 들이켜게 됐다. 과연 그가 마실 잔은 독배일까, 성배일까. 아드보카트는 올해 58세다. 그의 고향은 히딩크, 본프레레와 같은 네덜란드. 현재 그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다. 이로써 한국 축구대표팀은 데트마르 크라머(독일), 아나톨리 비쇼베츠(러시아), 거스히딩크(네덜란드), 움베르투 코엘류(포르투갈), 요하네스 본프레레(네덜란드) 감독에 이어 역대 6번째로 외국인 사령탑을 영입했다.
아드보카트-베어벡 콤비 이뤄
신임 아드보카트는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이란과의 평가전을 통해 처음 선을 보인다. 그는 한국대표팀을 맡으면서 “독일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한국과 계약을 맺기 이틀전인 지난 10일 UAE 축구협회에 대표팀 감독직 사임 의사를 공식 통보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계약 조건은 내년 6월 독일월드컵 본선 종료 때까지이며 2006년 6월15일까지 양측이 원할 경우 차기 아시안컵 본선이 끝나는 2007년 8월까지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는 옵션이 붙었다.흥미로운 것은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히딩크호에서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끌었던 핌 베어벡 수석코치도 코칭스태프에 합류했다는 점이다. 한국선수를 누구보다 잘 안다는 점에서 아드보카트-베어벡 콤비가 구축됐다. 베어벡 코치는 작년 11월부터 독일 분데스리가 보루시아 뮌헨글라드바흐와 UAE대표팀에서 아드보카트 감독과 호흡을 맞춰왔다.
아드보카트 감독 축구 스타일은?
아드보카트 신임 감독은 요한 크루이프로 대변되는 네덜란드 축구의 대명사 ‘토털사커’의 창시자 리누스 미셸 아래서 코치 수업을 받아 ‘작은 장군’으로 불린다. 그는 1967년부터 80년까지 네덜란드 ADO, FC 덴하그, 로다 JC, VVV, 미국 시카고 스팅에서 선수로 뛴 적도 있지만, 선수로선 그리 탁월하진 못했다. 이 점은 히딩크와 비슷하다. 그 후 그는 지도자로 변신해 92-94년과 2002-2004년 네덜란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으며, 한 때 네덜란드 PSV에인트호벤, 스코틀랜드 레인저스 FC등 클럽팀 감독을 지내는 등 화려한 감독의 경력을 쌓았다. 그는 네덜란드대표팀을 이끌고 94년 미국월드컵에서 8강까지 올랐고, 유로2004 대회에선 네덜란드를 4강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그의 한국행에 대해선 개운찮은 뒷맛이 남아있다. 특히 아드보카트 감독과 베어벡 코치는 UAE 대표팀을 맡은 지 불과 한 달여 밖에 되지 않은 상황. 결국 남의 집에 간 사람을 중간에서 낚아채는 꼴이어서 세계축구시장에서 그리 곱잖은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미 UAE에서는 아드보카트 감독팀의 이동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놓고 있다.
감독영입 놓고 ‘할리우드 액션’?
이런 가운데 감독영입 문제가 불거진 초기부터 일각에서 감독 후보로 ‘아드보카트-베어벡 카드’가 가장 유력하다는 설이 나돌았다. 그런데도 축구협회는 7명의 후보자를 발표하는 등 절차를 밟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결과적으로 이같은 행동이 할리우드액션이었다는 비난을 면할 길 없게 됐다. 이와 함께 이번에 아드보카트의 한국행을 성사시킨 매니지먼트사가 히딩크, 코엘류, 본프레레 감독 등의 한국행을 성사시킨 영국의 캄(KAM)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축구협회 특정인과 이 매니지먼트사의 커넥션스캔들이 불거지는 등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 다시 떠오르는 히딩크 황태자 누구?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가 딕 아드보카트-핌 베어벡 체제로 확정되면서 ‘태극전사’들 간에도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아드보카트 신임감독이 부임하면 가장 먼저 선수들의 조건을 파악한다. 여기서 핵심 키는 ‘지한파’ 수석코치인 베어벡. 그는 이미 히딩크 감독과 손잡고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을 이끌어낸 경험이 있다. 따라서 히딩크-베어벡 라인에서 사랑을 받았던 선수들에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송종국(수원)과 이을용(트라브존스포르) 이천수(울산) 최태욱(시미즈)은 본프레레 감독 때보다는 유리한 입장에서 A대표팀 합류를 기다리게 됐다.
최근 부상에서 회복한 송종국은 A대표팀 복귀에 강한 집념을 보이고 있다. 이을용은 본프레레 감독으로부터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베어벡 코치는 그의 활약상을 뚜렷이 기억하고 있다. 이천수 역시 최근 몸놀림이 상당히 좋아졌고, 베어벡 코치와 개인적인 친분도 두텁다. 최태욱도 이전보다는 훨씬 많은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본프레레의 황태자’ 이동국은 대표팀에서의 역할에 변화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A대표팀 부동의 원톱이었지만 히딩크 체제에서는 그에 대한 평가가 좋지 못했기 때문. 물론 베어벡 코치 역시 현재를 과거에 의존해 선수를 선발하긴 어렵다. 다음달 12일 이란과의 평가전을 시작으로 본격 개막될 대표팀 무한경쟁의 궤도가 어디로 흘러갈지 주목된다.
김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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