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女직원‘성희롱’폭로전

A군수는 과연 여직원의 옷을 벗기려 했을까. 전북 모 군청이 ‘누드사진’ 폭로전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해당지역 군수와 군의장이 20대 초반의 여직원에게 ‘누드모델’을 강요했다는 폭로가 터진 탓이다. 여직원 K씨(23)는 피해를 주장하며 지난 6일 전북지방경찰청에서 기자회견까지 여는 등 강공을 퍼부었다. 군수를 상대로 고발장도 제출했다. 이에 A군수는 K씨의 주장이 모두 “사실무근”이며 “상대 후보의 모함”이라고 맞섰다. 같은 날 반박 성명을 발표한 A군수는 K씨와 그 부친을 명예훼손 등으로 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에 맞고소했다. 양측의 진실공방이 고소전으로 비화된 가운데 해당 지역에는 사건을 둘러싼 갖가지 뒷말이 무성하다. 특히 A군수 측은 이번 사건에 군의회 B의장도 연루됐음에도 K씨가 유독 자신만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K씨는 지난 6일 전북지방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군수와 군의회 의장이 함께 있던 자리에 불려가 군수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누드사진을 촬영해 보라’는 집요한 제의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지난해 12월 군의회 의장실 비서로부터 연락을 받고 의장실에 들어서자 A군수가 B의장과 사진첩을 보던 중 “B의장이 사진에 조예가 깊으니 지금 예쁠 때 누드사진을 찍어두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는 것.
K씨는 “이후에도 수시로 A군수와 B의장이 함께 있는 자리에 불려가 집요할 만큼 누드사진 촬영을 제안 받았다”고 폭로했다. 특히 A군수는 “사진 찍기 사흘 전부터는 몸에 자욱이 남으니 속옷도 입지 말라”는 등의 말까지 했다는 것이다.
“K씨, B의장 천거로 입사”
이 같은 폭로에 A군수 측은 “황당하고 억울하다”며 펄쩍 뛰고 있다. A군수 측 김모 사무장은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촬영 제의를 한 인물은 군수가 아니라 B의장”이라고 못 박았다. B의장은 올 초 지역 내에서 개인 전시회를 여는 등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활동 중이다.
김 사무장은 “B의장이 개인 사진집을 보여주며 K씨에게 모델 제의를 한 건 맞다”며 “하지만 누드모델이 아닌 일반적인 촬영모델을 부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B의장의 사진집에 누드사진이 한 컷 실린 것을 본 K씨가 말뜻을 잘못 이해한 것이란 얘기다. 김 사무장은 “문제의 소지가 있는 발언은 대부분 A군수가 아닌 B의장이 한 것인데 선거를 앞두고 억울한 누명을 썼다”고 말했다. 그는 “상황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우리(A군수)쪽은 피해가 막심한데 정작 B의장은 뒤로 빠져 있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K씨가 당초 B의장의 천거로 군청에 들어왔다는 말도 나왔다. 군의회 의사과 소속 공공근로요원으로 일하며 B의장과 안면을 익혔고 이후 군청 기획실로 자리를 옮겼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K씨와 A군수 측의 주장이 약간 어긋난다. K씨는 회견에서 자신을 “군청 기획실 계약직 직원”이라고 소개했지만 A군수 측은 “(K씨가)단순 일용직 아르바이트생”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A군수 측 관계자는 “K씨가 홀어머니를 모시고 어렵게 생활한다는 것을 안 지역 인사들이 직장이라도 잡아주자는 ‘선의’에 군청 일자리를 알아봐준 것”이라며 “K씨는 정식으로 계약을 맺은 직원이 아니라 사무보조 역의 ‘알바생’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B의장은 최근 탈당하는 과정에서 구설수에 휘말린 바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본인 혼자 논란을 피해 숨은 것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본지는 B의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개인 휴대전화와 군의회 측을 통해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민주당 윤리위, 진상조사 착수
A군수 측은 이번 사건을 상대 진영의 음해 작전으로 보고 있다. 다음 달 지방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A군수를 낙마시키기 위해 ‘특정 세력’이 흠집 내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A군수는 이번 지방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확정돼 3선을 노리고 있다. 상대 후보 측의 치졸한 ‘흑색선전(마타도어)’이 판을 치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A군수는 2006년 선거 때도 ‘아들이 음란 사이트를 운영해 수억원을 챙겨 형사처벌을 받았다’는 루머가 퍼져 곤욕을 치렀으나 당선에 성공했다.
김 사무장은 “K씨가 기자회견을 한 곳에 일명 ‘XXX(K씨 실명) 지킴이’라는 단체가 등장했다. 그런데 과거부터 경쟁 후보 선거캠프에 참여했던 인물들 여럿이 이 단체 소속인 듯 보였다”고 말했다. 현재 해당 지역 군수 예비후보로는 A군수를 포함, 4명이 등록돼 있으며 A군수와 또 다른 후보 P씨는 민주당, 나머지 두 후보는 무소속이다.
한편 민주당은 이번 파문에 대해 즉각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6일 여성청년노인국 당직자가 현지에 급파돼 A군수와 K씨 등 당사자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주 민주당 평가감사국 부국장은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어제(6일) 윤리위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첫 회의가 열렸다”며 “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사안이 중대한 만큼 심도 있는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B의장에 대한 조사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 부국장은 “이미 탈당한 인물에 대한 조사는 권한 밖이지만 통화 정도는 했다”며 “그런데 B의장이 당시 상황에 대해 상당부분 확인해 주지 않아 조사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 부국장은 또 “어제 윤리위에서 해당 사건에 대해 2시간 이상 회의를 했는데 흥미로운 발언이 나왔다”며 “B의장이 ‘자신은 사진작가이기 때문에 직업적으로 누드모델을 제의하는 것은 성희롱이 아니다’는 입장을 전해왔다는 게 그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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