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 사령탑된 대한민국 의 영원한 친구
‘캥거루’ 사령탑된 대한민국 의 영원한 친구
  • 김세훈 경향신문 체육부 
  • 입력 2005-07-30 09:00
  • 승인 2005.07.3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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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과 번민만 거듭하고 떠난 9박10일의 짧은 한국 나들이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의 주역’ 거스 히딩크 감독(59)이 9박10일간의 짧은 한국일정을 마치고 지난 21일 출국했다. 히딩크 감독이 한국을 찾은 첫번째 목표는 물론 2005년 피스컵 코리아 국제축구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히딩크 감독은 한국에 머무는 동안 예상대로 2002년 월드컵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면서 무척 바쁜 생활을 보냈다. 그러나 지난 12일 한국에 입국한 히딩크 감독의 한국생활은 정말 어땠을까. 그리고 그의 마음은 과연 행복했을까. “한국을 2년만에 찾았지만 여전히 기쁘다”는 그의 말처럼 정말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떠났을까. 겉보기에는 참으로 화려한 방한이라고 생각하기 십상.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괴로움과 고민 속에 보낸 나날들 뿐이었다.`2002년 한·일월드컵 4강의 주역’ 거스 히딩크 아인트호벤 감독(58)이 `파트타임 투잡스 감독’이 됐다.

동시에 2개팀을 지휘하는 투잡스 감독은 전세계적으로 전례가 없을 만큼 드문 일이다. 호주축구협회는 22일 협회 인터넷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히딩크 감독에게 2006년 독일월드컵 때 호주대표팀 지휘봉을 맡기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호주는 1973년 서독월드컵 이후 32년간 월드컵 본선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 호주로서는 월드컵 본선진출 고비를 앞두고 `4강 전도사’ 히딩크 감독에게 SOS를 친 꼴이다. 프랭크 로위 호주축구협회장은 히딩크 감독과 계약을 마친 뒤 “호주를 독일월드컵으로 이끌 수 있을 만큼 지도력 있고 명성 높은 감독은 히딩크 감독뿐”이라며 “호주가 독일월드컵에 진출하고 또 본선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는 데 히딩크 감독은 가능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2개팀 지휘할 히딩크 감독

감독이 프로팀이나 대표팀을 새로 맡을 경우 다른 일은 모두 그만두게 마련이다. 그런데 히딩크 감독은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히딩크 감독은 평소에는 아인트호벤 감독으로 있다가 호주대표팀이 소집훈련이나 평가전을 치를 때면 사커루(호주대표팀의 약칭)의 지휘봉을 잡게 된다. 히딩크 감독과 호주축구협회간 계약기간은 2006년 독일월드컵 때까지. 물론 아직까지 독일월드컵 본선진출을 확정짓지 못한 호주가 오는 11월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낸다는 전제하에서다. 만일 호주가 독일행 티켓을 획득하지 못하면 히딩크 감독과 호주축구협회간 계약은 자동으로 소멸된다. 계약기간만 밝혀졌을 뿐 연봉 등 상세한 계약조건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어쨌든 히딩크 감독은 2개팀을 동시에 지휘하면서 주머니만 확실히 불릴 것만은 틀림없다.

0.5장의 월드컵 본선티켓이 달린 오세아니아축구연맹에 속한 호주는 아직까지 월드컵 본선진출을 확정하지 못했다. 호주는 오는 9월 낙승이 예상되는 솔로몬 제도를 꺾은 뒤 오는 11월 남미예선 5위와 홈앤드어웨이로 플레이오프를 치러야한다. 물론 호주는 여기서 승리해야만 월드컵 본선행 자격을 얻는다. 현재 10개팀이 참가하고 있는 독일월드컵 남미지역 예선은 팀당 3경기씩을 남겨놓은 막바지.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이 1,2위를 달리고 있으며 콜롬비아가 현재 5위에 랭크돼 있다. 히딩크 감독은 198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을 잇달아 4강에 올려놨다. 히딩크 감독이 독일월드컵에서 호주마저 4강으로 이끈다면 그는 각각 다른 국가를 3회 연속 월드컵 4강으로 이끄는 전무후무한 진기록을 세우게 된다. 2004~2005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도 아인트호벤을 깜짝 4강에 올려놓은 히딩크 감독이 과연 또다른 4강 신화를 쓸 수 있을까.

호주감독 맡아도 손해볼것 없다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의 기적같은 4강으로 유명해진 히딩크 감독. 계산이 빠르고 이리에 밝기로 유명한 그가 왜 월드컵 본선행을 결정하지도 못한 호주대표팀 감독을 맡았을까. 그 이유는 결과가 어떻게 되든지 히딩크 감독으로서는 손해날 게 없기 때문이다. 호주가 월드컵에 진출하지 못한다고 해도 히딩크 감독은 잃을 게 별로 없다. 호주 사령탑에 부임한 지 불과 5개월밖에 안됐다는 점에서 히딩크 감독은 `훈련부족의 자연스런 결과’라는 넉넉한 면죄부를 받을 수 있기 때문. 게다가 히딩크 감독은 `친정’ 아인트호벤에 한쪽 다리까지 걸쳐놓은 상태. 히딩크 감독에게 아인트호벤은 언제나 자신을 뜨겁게 환영해줄 `철밥통’인 셈이다. 바둑으로 말한다면 실패해도 잃을 게 별로 없는 꽃놀이패.

그러나 반대로 성공할 경우에는 히딩크 감독은 대박을 터뜨리게 된다. 호주가 월드컵 본선에 나간 것은 1974년 서독월드컵이 마지막. 그 후 32년간 호주는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했다. 그런 호주에 히딩크 감독이 독일행 비행기표를 안겨준다면…. `몸값 비싼 족집게 속성강사’로서의 명예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드높아질 게 뻔하다. 호주축구협회도 경험많고 능력있는 히딩크 감독 만한 최상의 카드를 찾기 어렵다. 일단, 마크 비두카(미들스브로), 해리 키웰(리버풀), 킴 카힐(에버튼) 등 호주의 주전 선수 대다수가 잉글랜드 등 유럽리그에서 뛰고 있다. 따라서 유럽축구를 잘 아는 히딩크 감독으로서는 각국리그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호주 선수들의 몸상태를 수시로 점검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또 호주가 유럽파 선수들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소집훈련을 할 때도 히딩크 감독이 쉽게 지휘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호주축구협회는 “히딩크 감독은 다음달 네덜란드 전지훈련에서 호주대표팀을 지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호주는 당초 다음달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을 치를 예정이었으나 전력노출을 꺼리는 히딩크 감독의 반대로 취소시킨 바 있다. 호주에는 유럽파 못지 않게 쓸만한 국내파 선수들도 많다. 따라서 호주축구협회는 히딩크 감독에게 유럽파 관리를 맡기는 한편, 론 스미스 기술분석관과 그래함 아놀드 코치에게는 국내 선수를 집중적으로 관리케 할 방침이다. 아놀드 코치는 히딩크 감독과 수시로 연락하면서 국내선수들의 컨디션을 보고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게 된다. 히딩크 감독이 국내파들을 원격관리하는 꼴이다. 호주가 놓칠 수 없는 히딩크 감독의 또다른 메리트는 아인트호벤의 뛰어난 스카우트 능력에 기인한다. 아인트호벤은 남미에서 유망주를 영입해 세계적인 스타로 길러 빅리그’로 이적시켜 뭉칫돈을 벌어왔다. 호마리우, 호나우두가 그 대표적인 예. 지금 현재 아인트호벤의 주전 공격수로 뛰고 있는 파르판(페루) 또한 아인트호벤 스카우트팀이 발견한 숨은 진주다. 그만큼 남미선수에 대한 아인트호벤의 노하우가 풍부하며 믿을만하다는 뜻이다. 호주가 만일 솔로몬제도를 꺾는다면 남미 예선 5위와 플레이오프를 치러야한다. 호주로서는 남미에 대해 훤하게 꿰뚫고 있는 아인트호벤의 스카우트 시스템이 절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호주와 평가전 가능성 커져

히딩크 감독이 이끌 호주와 한국간 맞대결이 이뤄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지리적인 여건, 선수차출 문제 등 현실적인 문제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당장 양팀간 평가전을 치르기는 무리다. 그럼 언제쯤 호주와 한국간 대결이 성사될까. 가장 유력한 시기는 독일월드컵 직전이다. 독일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오면 월드컵 본선진출국은 독일 또는 독일 인근에서 마지막 적응훈련을 하게 마련. 이 때가 한국과 호주가 최종평가전을 치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한국은 유럽식 축구를 하는 호주를 상대로 유럽국가에 대한 적응력을 높일 수 있고, 호주 또한 만일 아시아권 국가와 같은조에 속한다면 한국과의 일전을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다.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과 호주가 맞붙을 수도 있다. 독일월드컵 본선 조추첨은 오는 12월. 조추첨을 할 때 같은 대륙국가는 같은조에 포함되지 않는 게 최대원칙. 14개국이 출전하는 유럽을 제외한 다른 대륙의 국가들은 조별예선에서 같은 조에 배정될 수 없는 게 이런 이유다. 한국은 아시아축구연맹, 호주는 오세아니아축구연맹에 각각 속한 상태. 따라서 한국과 호주는 조추첨에 따라 같은 조에 편성될 수도 있다. 그리고 설사 같은조에 편성되지 않아도 양팀 모두 조별예선을 통과한다면 16강전부터 맞붙을 수도 있다. 만일 히딩크 감독이 2006년 월드컵 이후에도 호주대표팀을 계속 맡는다면 한국은 호주와 더욱 자주 만나게 된다. 호주는 2006년 월드컵 이후부터는 오세아니아축구연맹이 아닌, 아시아축구연맹에 속한다. 따라서 한국과 호주는 빠르면 2007년 아시안컵 지역예선부터 아시아국가로 맞대결을 벌일 지 모른다.


# 장하다! LPGA의 한국 신예들
- 선배님들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올시즌 LPGA투어가 시작되면서 한국 낭자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박세리, 김미현, 박지은 등 주축 선수들이 동반 슬럼프에 빠지며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것.풀 시드권자만 26명에 이를 만큼 한국은 LPGA에서 가장 비중있는 국가 중에 하나지만, 올 시즌 선수들의 집단 부진으로 한국은 골프강국의 체면을 구겼다. 한국은 지난 5월 코닝클래식에서 강지민(25·CJ)이 우승하기 전 11개 대회에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한 채 미국의 들러리로 전락했었다.

그러나 여름에 접어들면서 신예들이 선전하면서 한국여자골프는 다시 부활했다. LPGA에 입문한지 1∼2년차 안팎의 신예들이 코스와 그린적응을 마치며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5월 강지민의 코닝클래식 우승을 신호탄으로 6월에는 김주연(24·KTF)이 US오픈 우승의 대어를 낚았고 지난 18일에는 이미나(24)가 BMO캐나다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한국 낭자들은 두 달여 사이 3개 대회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이를 기점으로 LPGA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여자 골퍼들의 세대교체도 서서히 일 것으로 보인다. LPGA 1세대인 박세리, 김미현 등이 주춤하는 사이 김주연, 이미나, 강지민, 미셸위 등 2세대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적응을 마친데다 ‘밑져야 본전이니 한번 해보자’ 는 젊음의 패기로 경기에 임해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낼 전망이다.더욱 고무적인 것은 우승 경험이 있는 위의 4명 말고도 무서운 신예들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 우승 소식은 없지만 김주미(21· 하이마트), 김초롱(21) 조령아(21), 임성아(21) 등 젊은 피들이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이들은 장타력 등 하드웨어는 갖춰져 있는 상태라 세기만 다듬으면 언제든 한 방을 터뜨릴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기대주에서 한국여자골프의 미래로 성장한 젊은 선수들로 인해 한국 낭자들의 LPGA 우승 승전보는 계속될 전망이다.

김세훈 경향신문 체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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