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굼벵이’와 ‘꼬맹이’의 사랑 지켜봐주세요
‘굼벵이’와 ‘꼬맹이’의 사랑 지켜봐주세요
  • 이수향 
  • 입력 2005-07-07 09:00
  • 승인 2005.07.0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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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한민국은 스무살의 경상도 청년에게 흠뻑 빠져 있다. 온 국민의 열렬한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는 주인공은 ‘축구천재’ 박주영(20). ‘위기에 빠진 한국축구를 살렸다’는 평을 들으며 연예인을 능가하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는 축구에 무관심하던 사람들까지 경기장으로 끌어모을 정도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그러나 요즘 박주영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안쓰럽다. 아무 잡념없이 운동에만 집중하기에도 빠듯할 그에게 쓸데없이 많은 ‘짐’을 지우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6월 14일 한국팀 회복 훈련이 이뤄진 디지오하 훈련장에서 박주영은 ‘믹스트 존(경기장을 빠져나가면서 기자들과 접촉하는 공간)인터뷰 거절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원재 미디어 담당관에게 “인터뷰 안 하면 안 돼요?”라고 물은 것만 봐도 그가 그동안 얼마나 언론과 매스컴에 시달렸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얼마전 박주영이 여자친구의 존재를 인정함으로써 그는 또다시 매스컴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것은 그의 ‘여친’ 역시 마찬가지다.

“내겐 너무 이쁜 굼벵이”

‘고려대 OOOO학과 3학년 재학중. 170cm의 키에 47~48kg 정도의 호리호리한 체격’, ‘1살 연상’, ‘애교가 많고 말할 때 귀여움’, ‘큰 미인은 아니지만 수수하고 선한 인상’, ‘독특한 말투’…박주영의 여자친구로 알려진 정모(21)씨에 대한 글이다. 최근 네티즌들은 박주영의 ‘굼벵이’를 찾느라 혈안이 되어있다. ‘굼벵이’란 박주영의 여자친구를 일컫는 것으로 박주영이 여자친구인 정씨를 부르는 ‘애칭’에서 나온 말이다.“저에겐 예쁜 굼벵이가 한 마리 있어요. 너무나 사랑하고 아끼는, 제 처음이자 마지막 사람입니다…. 너무나 순수하고 속으로만 아파하는 그런 갸날픈 사람이에요…. 예쁘게 사랑하고 싶습니다. 제 귀염둥이 굼벵이 따뜻하게 아껴주세요.” 박주영이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린 글의 일부다. 박주영은 홈피 게시판을 통해 “굼벵아 너무나 사랑합니다”라며 정씨에 대한 솔직하고 아낌없는 애정을 나타낸 바 있다.

“우리 꼬맹이 사랑해주세요”

한편 박주영의 여친으로 알려진 정씨 역시 자신의 미니홈피에 박주영에 대한 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정씨가 홈피에 올린 글은 그가 외국여행에서 돌아온 후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여행에서 돌아와 지인들에게 안부인사를 전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정씨의 글은 중반부부터는 박주영에 대한 애정 및 자신의 현재 심정에 대해 자세히 써내려가고 있다.박주영과 연관된 부분은 “무엇을 구경하고 싶으신건지… 하루에 수천명씩 방문하시는 주영이 팬 여러분…”이라는 말로 시작한다. 정씨는 박주영을 ‘꼬맹이’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있다. ‘작년 9월 학교축제 때 나타나서 따라다니던 귀여운 꼬맹이’라는 글은 박주영과 정씨의 첫 만남에 대해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정씨의 글에는 박주영과 이쁘고 알콩달통한 사랑을 키워나가고 있음을 짐작케하는 부분이 여럿 보인다.“참 예쁘고… 너무 예쁜 짓만 하는 꼬맹이라서요… 그 꼬맹이가 세상사는 동안 마음다칠 일은 하나도 없길 바랍니다”라는 정씨의 글에서 박주영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배려를 엿볼 수 있다. 또 “팔 다친 건 괜찮아지고 있다는데 아직 몸 피곤한 건 어쩔 수 없나봅니다… 조금씩 쉬면서 몸도 마음도 여유를 되찾을 수 있게 많이 아껴주세요… 그 꼬맹이요…”라는 글에서는 박주영의 건강을 염려하는 한 살 연상으로서 ‘누나(?)다운’ 면모를 내비치기도 했다. 또 박주영이 자신의 컨디션 및 근황에 대해 틈틈이 정씨에게 알리며 풋풋한 사랑을 키워나가고 있음도 짐작할 수 있다.

“제발 관심갖지 말아주세요”

많은 이들이 자신에 대해 궁금해한다는 사실을 의식한 듯 정씨는 자신에 대한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정씨는 자신을 “아주 평범한, 그리고 일년의 삼백오십오일이상의 날들을 즐겁게 사는 대한민국의 서울의 한 대학생”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여느 또래들과 다름없이 밝고 명랑한 정씨의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는 ‘박주영의 여자친구’라는 것이 알려진 후 세간의 폭발적인 관심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이는 “주영이 많이 예뻐해주세요. 그런데 저는 그 관심에서 내려놓아주시길 부탁드려요”라는 글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하지만 박주영 신드롬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정씨는 선망의 대상인 동시에 궁금증의 대상일 터. 이를 반영하듯 각종 포털 사이트에는 정씨의 신상에 대한 질문은 물론이고 정씨에 대한 크고 작은 뒷 얘기들이 적잖이 나돌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당사자인 정씨는 그동안 자신에 대한 무리한 관심으로 적잖은 마음고생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그리고 외국여행 중 가끔 한국에 전화했을 때마다 좋은 소식과 별로 좋지 않은 자잘한 이야깃거리들을 들었습니다. 제발 이야깃거리로 저한테 관심갖지 말아주세요” 정씨의 간곡한 부탁으로 미뤄볼 때 그가 그간 적잖은 마음고생을 겪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유독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다는 정씨는 그 이유로 ‘자라온 환경과 그 속에서 길들여진 성격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양해를 구하고 있다. 정씨는 “저는 부모님이 채워주시는 것들로 부족함과 어려움 없이 제 멋대로 ‘망아지’처럼 자라서 이유없는 어려움이 닥치면 어떻게 해야 할 줄 모릅니다”라고 고백했다. 정씨가 말하는 요지는 부족함없이 자란 탓에 어려움이 들이닥쳤을 때 씩씩하게 극복할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주위에서 들려오는 사소한 얘기들 하나에도 신경쓰고 있으며 자잘한 이야깃거리에도 상처받을 수 있는 나약한 존재임을 암시했다.

정씨는 ‘박주영의 여자친구’라는 이유만으로 구설에 오르거나 이유없이 표적의 대상이 될 것도 두려워하고 있는 듯 보인다.한편 정씨는 박주영과 ‘욕심없이’ 순수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박주영을 의식한 듯 “나는 세상에서 꼭 ‘내 것’이어야 하는 것 같은 건 없는 사람”이라며 어떤 목적이나 소유욕을 가지고 박주영과 교제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토로했다. 정씨는 “아주 유명한 누군가의 사람으로 그 사람을 평생 가지고 살고 싶기보다는 그냥 대학생으로 지금껏 살아온듯 살고 싶은 정OO입니다”라는 심정을 밝혔다.


# 박주영 좀 내버려두자!


한국축구의 ‘구세주’처럼 등장한 박주영. ‘유명세’를 타고 있는 만큼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스포츠신문의 톱을 장식하는 기사거리며 화제거리다. 얼마전 박주영이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린 여자친구에 대한 글이 순식간에 일파만파 퍼져나간 것만 봐도 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그러나 박주영에 대한 국민과 언론의 지나친 관심이 박주영 선수를 망치고 있다는 주장이 일어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이것은 사생활 침해논란 문제를 떠나 우리나라 축구의 미래가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그는 과거에 뛰어난 역량을 뽐내던 유능한 선수들이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채 좌절한 것을 사례로 들면서 “선수개인의 능력부족보다 협회와 축구계, 언론에 의해 발생한 과오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아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박주영의 지나친 상품화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운동선수는 운동만 하기에도 빠듯한데 언론의 지나친 개입과 ‘스타만들기’ 전략으로 인해 박주영의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 기량을 닦고 운동에 정진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있는 박주영에게 지나친 관심과 기대는 적잖은 심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불보듯 뻔하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악습이 되풀이될 경우 한국축구에도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 한편 일부에서는 박주영 스스로 좀 더 성숙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말도 들린다. 한 네티즌은 “신세대인 박주영이 스타 운동선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지금, 여자친구에 대한 극진한 사랑을 표현한 것에 대해서는 뭐라 할 수 없지만, 앞으로 사생활 문제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하고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홈피에 하루 수천명의 팬들이 들락거린다는 것을 모를리 없는 박주영이 언론에 이슈화될 것이 뻔한 사적인 감정을 털어놓은 것 자체가 성급했다는 것.그는 “세인들의 지나친 관심은 박주영에게나 여자친구에게나 무거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을 미리 고려했어야 했다”며 “박주영은 자신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축구선수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수향  thelotu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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