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볼을 잡기 전부터 다음 동작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게 볼을 다룬다. 볼을 잡은 뒤 슛을 날릴까, 패스를 할까를 고민하는 기존선수들과는 다르다. 유연성도 주목할 부분. 힘과 체격으로 밀어붙이는 것과는 달리 그는 나비처럼 가볍게 움직이고 미꾸라지처럼 잘 빠져나간다. 그가 좀처럼 넘어지지 않는 게 유연하다는 증거. 체격의 열세를 유연성으로 극복한 셈이다. 공이 있는 곳을 어김없이 찾아가는 천부적인 골감각, 믿기 어려울 정도의 문전 침착성, IQ 150의 두뇌플레이까지. 웨이트트레이닝으로 파워만 끌어올린다면 최고 스트라이커로 손색이 없다.박주영 잡기 혈안관중이 적어 고민하던 프로축구에 박주영은 단비 같은 존재. 그가 뛰는 경기마다 구름처럼 관중이 운집하기 때문. 그가 뛴 경기의 경기당 평균관중은 무려 2만6,660명. 경기장마다 관중수가 지난해 평균관중의 3배에서 5배까지 늘었다.
시즌개막전 서울 구단이 예상한 박주영 관중동원 효과는 5,000명.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최대 2만명까지 늘었다. 지난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울산전의 관중은 4만1,000여명. 경기운영 비용을 모두 해결하고도 현금으로 2억원이 남았다는 후문이다.박주영 보러가자 구름관중박주영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방송국도 그의 경기를 중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출전한 10경기 중 공중파와 케이블 TV로 중계된 경기는 무려 9차례. KBS-1TV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단골손님인 프로야구를 밀어내고 프로축구 전북-서울전을 생중계했다. 지난달 27일 광주-서울전 킥오프 시간도 생중계하는 공중파 방송국 사정에 맞춰 오후 7시에서 6시로 당겨지기도 했다. 박주영이 TV까지 주무르고 있는 셈이다.VIP 박주영을 모셔라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그를 모시려는 구애의 손길도 늘어나고 있다.
이미 상품 광고를 3편이나 찍었고 최근에도 이틀에 한번씩 광고출연요청이 쇄도할 정도다. 그는 지난 2일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 주최로 열린 ‘독일축구황제’ 베켄바워 환영만찬에 당일 긴급연락을 받고 참석했고, 3일 오전에는 2005 서울국제여자축구대회 개막 기념 오찬에서 이명박 서울시장을 만난 뒤 개막식 때 여자축구스타 박은선에게 꽃다발을 줬다. 그가 나타나는 곳엔 취재진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은 주최측에 박주영이 확실한 흥행카드인 셈. 모교 고려대 홍보대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명선거 홍보대사, 국정홍보처 광고모델까지. 최근에는 구단, 감독, 에이전트가 과외활동 자제를 다짐하기도 했다.대표팀 소집규정까지 바꿔박주영 때문에 프로구단과 대한축구협회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현재 축구협회의 대표선수 차출 규정에 따르면 세계대회에 출전할 대표팀 소집은 대회 30일 전. 반면 국제축구연맹(FIFA)의 규정은 14일 전이다.
박주영이 속한 청소년대표팀은 6월10일부터 네덜란드에서 열릴 세계청소년대회에 출전한다. 협회는 대회 개막 30일 전 소집을 주장하고 있고 서울 구단은 FIFA 규정에 따르자고 맞섰다. 최근 프로축구연맹이사회가 일단 협회측 주장을 따르기로 결정했지만 조만간 축구협회에 소집규정 개정을 요청하기로 했다.국가대표 발탁 가능성대다수 축구팬들이 원하는 박주영의 국가대표 발탁이 조만간 가시화될 것 같다. 박주영에 대해 “불면 날아갈 것 같다”고 말했던 본프레레 국가대표팀 감독이 그의 대표선수 발탁을 시사했다. 본프레레 감독은 지난 4일 휴가를 마치고 귀국한 자리에서 “박주영의 대표팀 발탁을 신중하게 고려하겠다. 꼭 뽑아야겠다는 확신이 들면 세계청소년대회에 앞서 그를 대표팀에 부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가대표팀은 6월3일(우즈베키스탄)과 9일(쿠웨이트) 잇단 원정경기로 2006년 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치른다. 따라서 박주영이 만일 대표팀에 뽑힐 경우 이 2경기를 뛴 뒤 네덜란드로 이동해 세계청소년대회에 나서게 된다. 국가대표와 청소년대표를 모두 뛰는 게 규정과 일정상엔 문제가 없지만 선수 개인적으로 시차적응, 부상위험성, 체력저하 등을 극복해야하는 부담이 있다.
경향신문 체육부 김세훈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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