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경기장 활용방안 놓고 축구-야구계 설전 치열
월드컵경기장 활용방안 놓고 축구-야구계 설전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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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5-05-04 09:00
  • 승인 2005.05.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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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계 “축구팬 고생해서 만든 건축물…”야구계 “국민 세금으로 지은것 공유하자”월드컵경기장 활용방안을 놓고 축구계와 야구계가 치열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의 양대 인기스포츠인 축구와 야구가 대립각을 세우고 가시 돋친 말을 주고받을 때마다 파장은 커져만 갔다. 특히 축구인들에게 ‘성역’과도 같은 월드컵경기장을 두고 벌인 논쟁이어서 감정싸움으로까지 치닫는 느낌이다. 사건은 지난달 17일 현대 유니콘스 김재박 감독이 “상암월드컵경기장에 가봤는데 조금만 개조하면 야구장으로도 쓸 수 있겠더라”고 말한 데서 비롯됐다. 김감독은 한화 유지훤 수석코치와 야구장 시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편안하게 사견을 드러낸 것이지만, 김감독의 제언이 보도되면서 축구팬들의 ‘봉기’가 일어났다.

김감독은 여론에 부담을 느껴 “종목 이기주의에서 한 말이 아니라 국민여가 향상 차원에서 개인적인 생각을 얘기했을 뿐”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이 때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지난달 21일 “상암경기장을 비롯해 전국에 건설된 10개의 월드컵경기장은 2조원 세금이 투입된 국민 모두의 소유이지, 축구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김감독의 발언이 공론화되어 정부가 월드컵경기장을 야구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토록 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 김감독을 지원사격했다.힘을 받은 김감독은 발언의 강도를 높였다. 김감독은 “얼마 전 상암경기장에서 조기축구회와 경기를 한 적이 있다. 좋은 시설이 그렇게 쓰여서야 되겠느냐. 야구와 축구가 감정싸움을 벌일 것이 아니라 월드컵경기장 활용 방안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김감독이 상암경기장에서 조기축구를 한 에피소드를 털어놓는 동안,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공식적으로 반격을 시작했다.

연맹은 “월드컵경기장은 축구팬들이 고생해서 이룩한 한국축구의 상징적인 건축물”이라며 ”어떠한 황당한 주장이 나오더라도 월드컵경기장은 꼭 지키겠다. 일부 야구인들의 발언은 축구에 대한 부러움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야구선수협이 김감독의 제언을 재생산하고, 축구연맹이 거세게 맞불을 놓자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그렇지 않아도 뿌리깊은 라이벌 관계를 가지고 있던 두 종목의 팬들은 사이버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축구팬들은 “차라리 야구장을 새로 지어라. 월드컵경기장을 개조할 바에는 잠실야구장에서 축구도 하고 핸드볼도 하자”며 목소리를 높였고, 야구팬들은 선수협의 주장을 인용해 “야구 토토복권의 수익금으로 월드컵경기장을 짓느라 진 빚을 갚고 있다. 경기장의 효용을 높여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길고 지루한 평행선을 긋는 두 의견은 당장 접점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중립된 의견을 살펴보면 상암경기장을 개조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상암경기장은 유지비용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고, 2002년 월드컵의 상징적인 의미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서울시의 계획대로 돔형 야구장이 지어진다면 상암경기장에 손을 댈 명분이 약해진다.상암경기장을 제외한 나머지 월드컵경기장은 건설비용은 차치하더라도 매년 유지비로만 수십억원씩 적자를 보는 형편이다. 지방야구장의 열악한 시설을 고려하면 개조를 통해 활용도를 높일 방안을 검토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지방경기장을 야구장으로 활용해 얻어지는 효과가 개조 비용보다 작을 수도 있어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야구인과 축구인 모두는 이 논쟁을 단순히 감정싸움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야구인과 축구인 모두는 이 논쟁을 단순히 감정싸움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야구인들은 돔구장 또는 전용구장이 건설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하고, 축구인들은 월드컵경기장을 지키기 위해 지방구장의 채산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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