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트리오…양경민 신기성 김주성
TG의 저력은 국내 선수들이 탄탄한 저변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서장훈을 압도하는 국보급 센터로 성장한 김주성(26·205cm)과 정규시즌 MVP를 차지한 가드 신기성(30·180cm), 공수를 두루 갖춘 포워드 양경민(33·193cm)이 전력의 핵을 이루고 있다.TG는 빼어난 토종 트리오 덕분에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다른 팀에 비해 낮다. 용병 농사에 따라 성적이 좌지우지되지 않고 안정적인 전력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이들이 건재한 이상 TG는 항상 우승후보라는 얘기다.토종 센터로는 경이적인 체격조건을 갖춘 김주성은 TG의 상징이 됐다. 그와 호흡을 맞출 용병 센터만 구하면 TG의 제공권을 넘볼 팀은 없다.김주성은 특급 용병들과 골밑에서 겨룬 탓에 정규시즌에서 15.8득점, 5.8리바운드로 다소 부진했다. 그러나 챔피언결정전에서 최고 용병 민렌드와 싸워 16.7득점, 7.0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 MVP에 올랐다.
포인트가드 신기성은 폭발적인 스피드를 자랑하는 TG의 보배다. TG가 높이에 비해 스피드가 떨어지는 팀이라 신기성의 질주는 더욱 빛난다. 게다가 다른 팀과 달리 TG에는 마땅한 백업 가드가 없어 신기성의 비중은 절대적이다.정규시즌 MVP를 차지한 신기성은 극심한 피로에 감기몸살에 걸려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병원신세를 졌다.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악전고투 끝에 챔피언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TG는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신기성을 어떻게 해서든 잡겠다는 입장이다.전창진 감독은 항상 양경민을 “내 마음속의 MVP”로 꼽는다. 뛰어난 3점포를 장착하고도 결코 개인적인 욕심을 내지 않는, 성숙한 선수다. 스포트라이트를 즐기기보다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팀 내부 결속력을 다지는 데 앞장 서는 스타일. 물론 고비마다 터뜨리는 3점슛은 천금같다.양경민의 진가는 수비에서 나타난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도 한창 물이 오르던 조성원을 5·6차전에서 꽁꽁 묶으며 KCC의 반란을 잠재웠다.
명장으로 우뚝선 전창진 감독
TG 전창진 감독은 챔피언결정전에서 ‘신산’ KCC 신선우 감독을 누르면서 당당히 명장 반열에 섰다. 사령탑에 데뷔하자마자 2002~2003 시즌에서 대구 동양을 꺾고 챔피언에 올랐고, 지난 시즌 KCC에 진 원한을 이번 시즌에 갚아줬으니 ‘최고 감독 전창진’이라는 타이틀에 토를 달 사람은 없다.전감독은 지난 시즌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고도 챔피언결정전에서 KCC에 덜미를 잡힌 뒤 절치부심했다. 두번 다시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며 1년을 별러왔다. 전감독은 진작부터 챔피언결정전에서 KCC와 맞붙을 계산을 해놓고 지난 1월 고독한 승부수를 던졌다.
전감독은 개인기가 뛰어난 외국인 슈팅가드 그레이를 퇴출하고, 키와 탄력이 뛰어난 스토리를 영입했다. 속공 스피드가 떨어지고, 신기성의 체력적 부담이 커지는 조치였지만 김주성과 왓킨스가 이루는 ‘트윈타워’에 스토리를 더하면서 높이와 파워를 더욱 보강했다. 다른 팀은 안중에도 없는, KCC를 꺾기 위한 도박이었다.전감독의 계산이 맞아 떨어지면서 TG는 KCC를 맞아 높이의 우위를 과시하면서 챔피언결정전 1·2차전을 쉽게 이겼다. TG는 3차전도 2쿼터까지 27점차 리드를 지키며 질주했지만 거짓말 같은 역전패를 당했고, 4차전에서도 65-84로 대패했다.전감독은 챔피언결정전을 4~5차전에서 끝나는 단기전으로 예상했다. 때문에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신기성을 계속 뛰게 하는 등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점점 체력이 바닥나는 상황에서 3·4차전 패배는 치명적이었다.이때 전감독이 건곤일척의 승부수를 띄웠다.
전감독은 4차전 패배 후 TG의 라커룸으로 들어가 듣기 민망할 만큼의 호통을 쳤다. 입담 좋기로 유명한 전감독은 걸걸한 목소리로 육두문자까지 써가며 선수들을 닥달했고, 선수들의 낯빛은 하얗게 질렸다. 선수들의 떨어진 체력을 군기로 보충하려는 전감독의 전략이었다.냉랭한 분위기는 하루 만에 반전됐다. 전감독은 다음날 선수들을 불러모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전날 살벌했던 공기와는 전혀 달랐다. 선수들은 편안하게 3·4차전 패인을 분석했고, 전감독은 선수들의 의견을 꼼꼼히 메모했다.전감독이 엄한 아버지로, 또 자상한 어머니의 모습으로 다가가자 선수들은 정신을 번쩍 차렸다. TG는 KCC의 맹렬한 기세가 이어진 5·6차전에서 한순간도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으며 승리를 지켜냈다. 물론 우승의 영광은 전감독과 선수들이 공평하게 나눠 가졌다.
김식 스포츠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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