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월드컵 입성 시나리오
독일 월드컵 입성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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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5-04-04 09:00
  • 승인 2005.04.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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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가대표팀이 모래 사막에 주저앉았다. 독일월드컵 대표팀은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담맘스타디움에서 열린 2006년 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2차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0-2로 졌다. 이날 패배로 대표팀은 6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무기력한 경기였다. 한국은 전반 28분 미드필더 카리리에 선제골을 허용한 뒤, 사우디아라비아의 포백 수비망을 뚫기 위해 애를 썼다. 이천수 설기현 이동국이 꽁꽁 묶여 별 소득을 보지 못하던 중 후반 28분 공격수 알 카타니에게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팀을 철저히 연구한 듯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한발 앞서 태극전사의 공을 차단했다.

한국 대표팀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한 채 사우디아라비아의 질긴 수비와 빠른 패스에 농락당했다.사우디 1위, 한국 2위 A·B조 ‘안개국면’ 한국 대표팀은 지난 2월9일 최종예선 1차전에서 쿠웨이트를 꺾어 A조에서 유일하게 1승을 거뒀다. 승점 3점으로 단독 1위였다. 한국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에 지면서 1승1패를 기록하며 A조 2위로 떨어졌다. 반면 1차전에서 1무를 기록했던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을 꺾고 1승1무, 승점 4점을 기록하며 A조 단독 1위로 뛰쳐나갔다. 쿠웨이트도 이날 우즈베키스탄을 꺾고 한국과 동률을 이뤘지만 골득실에서 뒤져 3위에 랭크됐다.이에 따라 독일월드컵 초대장은 안개속으로 사라졌다.

한국 대표팀은 30일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예선 3차전에서 승리해야 월드컵 본선 티켓을 얻을 가능성이 생긴다. A조에서는 우즈베키스탄만이 1무1패로 밀려 있을 뿐, 1~3위가 승점 1점 차이로 묶여 있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일본이 속한 B조 역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만큼 치열하다. 이날 일본이 이란에 1-2로 지면서 순위싸움은 한층 복잡해졌다. 일본은 비교적 손쉽게 독일행 티켓을 따낼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일본이 이란에 무릎꿇는 사이 바레인이 북한을 2-1로 이기고 1승1무를 기록, 승점 4점으로 이란과 함께 B조 공동 1위로 나섰다. 해외파까지 총출동시키며 요란을 떨었던 일본은 3위로 밀렸다.무기력한 대표팀 그러나 희망은 있다축구팬들의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최종예선전이 끝날 때까지 4개월 이상이 남았지만, 벌써부터 다른 팀 전적을 살펴가며 승점을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대표팀은 3월30일 우즈베키스탄과의 홈경기, 6월3일 우즈베키스탄과의 원정경기, 6월8일 쿠웨이트와의 원정경기, 8월17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홈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A조 2위 안에 들어 본선직행 티켓을 얻는 방법이 가장 빠르고 안전하다. 본프레레 감독은 최종예선 6차전까지 치르며 사우디아라비아와 A조 선두 다툼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본선 직행은 지난 2002년 월드컵 4강에 진출했던 한국 대표팀의 마지막 자존심과도 같기 때문이다. 대표팀이 A조 3위로 떨어진다 해도 독일로 가는 길이 아예 막히는 것은 아니다. 북중미를 거치는 ‘완행열차’가 있다. 각 조 3위는 다른 조 3위와 플레이오프를 치러 승리하면 북중미카리브해 지역 4위와 맞붙는다. 여기서도 이기면 월드컵 본선에 나설 수 있다. 이 경우 두 경기를 모두 이겨야 하기 때문에 월드컵 진출 확률은 25%다. 그렇다고 여유를 부릴 상황은 절대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는 A조 선두를 내준다고 해도 한국 대표팀은 조 2위 만큼은 무조건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대부분 2002년 월드컵부터 지난해 지역 예선전에 뛰었고, 올해 최종예선 대표팀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그만큼 상대팀에 많이 노출됐다. 지난 26일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보여준 대표팀의 무기력증은 기량이 밀려서라기 보다는 전력 노출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해서였다. 게다가 A조 3ㆍ4위 팀인 우즈베키스탄과 쿠웨이트가 호락호락하지 않다. 또 만약 한국 대표팀이 3위로 떨어진다면 B조 3위와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데 일본 이란 바레인 등 만만한 팀이 없다.차두리·박주영 히든카드축구팬들은 26일 사우디아라비아전을 보면서 어딘가 허전한 구석을 느꼈다. 차두리의 공백이다. 차두리는 지난해 9월 베트남과 치른 2차 예선전에서 퇴장당해 4경기 출전 정지처분을 받았다.

차두리는 사우디아라비아전을 끝으로 징계가 풀려 남은 예선전에서 뛸 수 있게 됐다. 전문가들은 차두리의 합류가 대표팀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부쩍 자신감과 노련미가 붙어 그의 폭발적인 힘과 스피드가 더욱 돋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이회택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차두리가 느슨해진 대표팀에 뜨거운 숨을 불어넣을 것으로 자신하기도 했다.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박주영의 합류도 점칠 수 있다. ‘축구신동’ 박주영은 FC 서울에 입단해 이미 K-리그에 성공적으로 데뷔, 성인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본프레레 감독은 박주영이 아직 국가대표감은 아니라며 최종예선 2ㆍ3차전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상대팀에 모든 수를 읽힌 본프레레 감독이 마음을 돌릴 수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절감했듯, 대표팀에는 감각적인 움직임으로 스스로 찬스를 만드는 골게터가 필요하다. 박주영이 합류 가능한 시점은 6월3일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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