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선수들 ‘돈’대신 ‘꿈’을 달라
일본 선수들 ‘돈’대신 ‘꿈’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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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5-03-18 09:00
  • 승인 2005.03.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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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프로야구 선수들이 메이저리그로 러시를 이루고 있다. 일본에서 받았던 연봉의 90%를 손해보면서 떠난 선수도 있고, 입단 때 받았던 계약금을 반환하고 떠나겠다는 선수까지 있다.일본은 야구선수에게 천국으로 통한다. 스타급 선수들은 메이저리거 못잖은 연봉을 받고, 사회적으로도 존경의 대상이 된다. 이승엽(지바 롯데 마린스)도 “일본에서 사는 것이 외롭기는 하지만, 야구하는 환경 만큼은 최고다”라고 말한 바 있다.그러나 일본 선수들은 하나둘씩 천국을 떠나고 있다. 하나같이 ‘꿈’을 이야기하며 개척자처럼 미국으로 발걸음을 옮긴다.가장 화제를 모았던 선수는 지난달 LA 다저스에 입단한 나카무라 노리히로였다.

그는 긴테쓰 버팔로스에서 통산 307홈런을 때렸고, 3루수 골든글러브를 3차례나 수상하는 등 퍼시픽리그를 상징하는 타자였다. 지난해 연봉도 5억엔(약 50억원)이나 받았다.나카무라는 자유계약선수(FA)도 아닌 신분으로 공개입찰에 나서 다저스에 입단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뛴다는 보장이 없는 마이너리그 계약이었다. 연봉도 지난해 10% 수준인 50만달러(약 5억원)에 그쳤다. 로스터에 들지 못한 나카무라는 초청선수 자격으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했고, 그마저도 비자 발급이 늦어져 며칠 동안 발이 묶이는 등 수모를 겪었다.다저스 주전 3루수는 호세 발렌틴이 철옹성처럼 버티고 있다. 유망주 안토니오 페레즈도 백업 3루수로 쑥쑥 커나가고 있다. 나카무라가 메이저리그에서 뛸 가능성은 상당히 낮은 셈이다.

나카무라는 그저 “난 싸우기 위해 미국에 왔다. 연봉이 줄어드는 것 따위는 개의치 않는다. 최선을 다해 주전으로 도약하겠다”며 이글거리는 눈빛을 쏘았다.일본 요미우리의 에이스 우에하라 고지는 FA 자격이 없는 상태에서 메이저리그행을 고집했다. 우에하라는 99년 입단해 6년 동안 85승33패를 기록한 요미우리의 기둥이다. 우에하라는 입단 당시 계약금 1억5,000만엔(약 15억원) 중 6,600만엔(약 6억6,000만원)을 토해낼 테니 자신을 놓아달라고 떼를 썼다. 우에하라는 FA가 아니기 때문에 구단의 허락을 받아야 빅리그 진출이 가능하다. 때문에 5년전에 받은 돈까지 내놓겠다며 미국행을 고집했다.우에하라는 요미우리와의 계약을 거부한 채 자비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하는 등 열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요미우리가 워낙 강경하게 반대하자 “내년 이후 다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고 고개를 숙여 사태는 일단락됐다.

노모 히데오가 95년 LA 다저스에 입단해 신인왕과 탈삼진왕을 차지하자, 일본 선수들은 메이저리그에 대한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 사사키 가즈히로(2000년) 이치로 스즈키(2001년ㆍ이상 시애틀 매리너스), 마쓰이 히데키(2003년ㆍ뉴욕 양키스) 마쓰이 가즈오(2004년ㆍ뉴욕 메츠) 등 20여명이 꿈을 좇아 메이저리그로 향했다.이들은 대부분 일본을 대표하는 슈퍼스타들이다. 계속 뛰었다면 웬만한 메이저리거보다 많은 돈을 벌고, 전국민으로부터 영웅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반면 메이저리그는 일본에서 최고 선수였던 노모와 이치로에게 신인상을 주는 등 아직도 일본 야구를 얕잡아 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일본에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을 모두 버리고 오직 꿈만을 좇았다.간절한 꿈을 품으면 맹목적으로 노력하고, 도전하는 법이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메이저리그에서 일본에서보다 더 큰 성공을 이뤘다. 노모의 성공에 자극받은 이치로와 마쓰이가 꿈을 가졌고, 이치로와 마쓰이가 메이저리그를 정복하자, 후배들이 꿈을 키우고 있다. 꿈이 전염되는 것이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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