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또다시 삭발’
박찬호 ‘또다시 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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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5-03-04 09:00
  • 승인 2005.03.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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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32·텍사스 레인저스)가 또다시 삭발을 했다. 박찬호는 2월18일 시작된 스프링캠프에서 머리를 빡빡 밀고 나타나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을 놀라게 했다. 한국에서는 야구선수들이 각오와 다짐을 표현하기 위해 종종 삭발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문화에서 삭발은 곱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박찬호를 제외한 김병현 최희섭 서재응 등은 파르라니 깎은 머리를 보여준 적이 없다. 박찬호는 삭발을 한 뒤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진작부터 짧은 머리를 하고 싶었는데 원형탈모 탓에 하지 못했다. 모두 밀어버려 시원하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절치부심하던 지난해에도 4승7패 방어율 5.46에 그쳐 스트레스성 탈모 증세를 보였었다. 박찬호는 그동안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내며 삭발을 계속해왔다. 박찬호의 ‘삭발의 추억’은 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찬호는 98년 대망의 15승을 거두며 메이저리그 특급 선발투수로 우뚝 섰다. 99년에도 전반기에만 6승을 거뒀지만, 후반기가 시작되자 9경기에서 5패만을 기록했다.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간 박찬호는 느닷없이 삭발을 하고 나타났고, 거짓말 같은 7연승을 내달렸다. 이때부터 박찬호의 삭발은 연례행사가 됐다. 악재가 겹치고 슬럼프가 길어진다 싶으면 어김없이 삭발을 통해 기분전환을 했다.

LA 다저스 시절에는 신통하게도 삭발의 효과가 나타났고, 이를 신기하게 여긴 동료들이 박찬호의 삭발에 관해 많은 호기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물론 동료들 중에는 “이해할 수 없다. 머리를 깎는다고 야구를 잘 한다면 누구나 그렇게 하지 않겠느냐”고 비아냥거린 선수도 있었지만. 그러나 박찬호의 ‘삭발 투혼’도 텍사스와는 궁합이 맞지 않았다. 이적 첫해인 2002년, 박찬호는 부진이 계속되자 시원하게 머리카락을 밀어버렸지만, 아무런 효험을 보지 못했다. 이번에는 예전의 삭발과 다른 점이 있다. 이전까지 삭발은 시즌 중 피칭이 제대로 풀리지 않을 때 내려졌던 ‘처방’이었지만, 이번에는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행한 ‘예식’이다.

아직 출발선에 선 박찬호는 속으로는 이미 치열한 전쟁 중인 것이다. 박찬호는 텍사스와 5년 총액 6,500만 달러(약 650억원)에 초특급 계약을 하고도 3년간 14승밖에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곳곳에서 “올해도 못하면 방출해야 한다”며 박찬호를 윽박지르고 있다. 박찬호가 시즌 전 삭발을 통해 심리적 배수진을 친 이유가 여기에 있다. 99년부터 이어진 박찬호의 삭발. 그가 앞으로 몇 차례나 더 삭발을 할지, 또 이번 삭발은 훗날 어떤 결과를 낳았다고 기억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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