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지에 불붙었다!
지난달 23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 삼성과 SK와의 경기.자유투를 성공시킨 서장훈의 포효가 터져 나왔다. 단순히 골을 골대에 넣었다는 기쁨의 환호성이 아니었다. 서장훈의 정규리그 통산 7,000득점 돌파를 알리는 자유투였기 때문이다. 포효가 터져 나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프로농구연맹(KBL) 사상 두 번째이자 국내 선수로는 첫 기록이다. 지난 9일 설날에는 오리온스와의 홈경기에서 7,106점을 쏘아 정규리그 통산 개인 최다득점 금자탑도 쌓았다. 서장훈은 이날 36점을 쏟아 부었다.종전 1위였던 조니 맥도웰의 7,077점을 넘어선 득점. 서장훈은 299경기 만에 이 같은 기록을 달성해 맥도웰(317경기)보다 훨씬 빨리 기록에 도달했다.
‘기록의 꽃’인 득점 부문에서 외국인 선수로부터 1위를 탈환해 왔다는 의미도 추가했다. 또한 서장훈은 이 경기로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을 포함한 통산 개인득점에서도 7,770점이 되면서 조니 맥도웰(7,746점)이 갖고 있던 종전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제 그는 매 경기 KBL 개인 통산 최다득점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자신감이 회복된 것은 당연하다. 아니 오히려 투지에 더욱 불이 붙었다. 마른 장작에 기름을 붓고 불을 붙인 셈이다. 7,000득점을 돌파한 뒤 서장훈은 “KBL 통산 기록은 토종 선수의 몫”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야말로 ‘용병의 판’인 국내리그에서 국보급 센터의 위상을 당당히 선언한 셈. 그는 이날 참으로 오랜만에 화사한 웃음을 선보였다.
신문 보기가 두렵다
하지만 서장훈이 이런 변화를 갖기까지 상당한 시련을 겪은 것이 사실이다. 부진한 팀 성적과 맞물려 서장훈에게 비판의 초점이 맞춰졌던 것. 팀플레이가 미흡하다는 지적과 함께 최근 ‘3점슛 외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도 팽배했다. 코트 매너에 대한 지적도 적지 않았던 상황. 그는 “팬들이 내 코트 매너에 대해 안 좋게 얘기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 “경기에 나갈 때마다 ‘웃자’고 다짐하고도 파울을 당하면 그만 잊어버리고 얼굴을 찡그리게 된다”고 했다.‘TV와 신문보기’가 취미였지만 그때 같아선 아예 취미를 바꾸고 싶었을 정도다. 서장훈은 “언론의 비난에 맘고생이 심했다”면서 “잘 할 때는 ‘최고’라는 찬사를 아낌없이 보내다가도 조금이라도 성적이 저조하면 금세 ‘문제아’로 찍혀 버린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또 “심판에게 항의하는 것도 농구의 일부”라면서 “그래도 비신사적인 행동을 한 적은 없다. 워낙 ‘욱’하는 성격이라”라고 덧붙였다. 매 경기가 중요하지만 좀 더 선수 입장에서 생각해 달라는 게 그의 부탁이다.
도전은 계속된다
그는 “시즌개막 전 입은 허리부상 때문에 컨디션이 안 좋았는데 최근엔 체력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즌 초 우승후보로까지 거론되던 팀 부진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짊어지며 힘겨워할 때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 서장훈의 밝아진 모습은 그간의 고민을 모두 털어버리고 새 출발을 다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했다. 자신감이 살아난 서장훈의 플레이는 확실히 달라졌다. 팀 속공에도 적극 가담할 뿐 아니라 악착같은 수비로 상대 공격을 무력화시키면서 팀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공격에 나서면 가장 늦게 가세해 볼을 달라고 소리치고, 또 공격이 실패할 때 백코트하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아 있곤 하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서장훈의 이러한 변화는 팀 승리에 중요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플레이오프 6강에 빨간 불이 들어온 삼성팀 역시 서장훈의 변화가 반갑기만 하다. 지금 기세대로라면 플레이오프 6강 티켓을 거머쥐는 것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장훈은 통산 1만 2,000득점 고지도 바라보고 있다. 그가 앞으로 5년간 더 뛸 수 있게 된다면 1만 2,000득점 고지까지 밟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기록에 연연하거나 특별한 목표를 가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앞으로 길게 보면 5년간은 더 뛸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1만 2,000득점은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기록달성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또 “매 경기를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하고 뛰고 있다”면서 “계속 저조한 모습을 보여 팬들에게 죄송했다. 컨디션이 살아난 만큼 남은 경기에서라도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장담했다. ‘국보급 센터’ 서장훈. 변화된 그의 ‘국보급’ 플레이가 자못 기대된다.
정소현 coda031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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