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필수 준비물은 비디오 녹화 테이프
전지훈련지는 일본과 미국이 인기다. 이번 전지훈련에서는 대부분의 구단이 막바지 실전 연습 장소로 일본을 선택했지만, 체력훈련은 보통 미국이나 호주 등에서 치러질 계획이다. 비록 짧은 시간동안 머무는 것이라 하더라도 타국 땅에서의 생활은 괜한 ‘향수병’을 불러오기도 한다. 이때 선수들이 가장 애용하는 방법은 바로 ‘비디오’다. 국내에서 방영 중인 인기 드라마 녹화비디오 테이프를 현지 비디오 숍에서 빌려 보는 것. 한 선수가 비디오 테이프를 빌려오는 날이면 그날은 ‘단체관람 데이’가 될 정도. 대부분의 선수들이 한 방에 모여 드라마를 ‘관람’하는 진풍경이 벌어지는 것이다. 특히 고된 훈련을 치른 선수들에게 ‘웃음’이 최고의 보약. 그 때문일까. 최근에는 ‘개그콘서트’나 ‘웃찾사’ 등 인기 개그 프로그램을 녹화해 뒀다가 짐가방에 ‘소중히’ 담아 챙겨가는 선수도 있을 정도라고.
2. 김치가 최고라지만…
음식과 관련된 해프닝도 빈번하게 발생한다.요즘은 해외 어딜 가든 한국 음식을 쉽게 접할 수 있고, 또 식단 자체도 선수들 입맛에 맞는 음식들로 구성된다. 하지만 몇몇 입맛 까다로운 선수들은 직접 밑반찬 등을 준비해와 ‘특별식’을 즐기기도 한다. 문제는 ‘냄새’. 청국장, 젖갈류, 김치류 등은 잘못 관리하면 ‘독특한’ 냄새가 진동해 동료 선수들에게조차 눈총을 받는다. 과거, 전지훈련에 처음으로 참여하게 된 한 선수는 “외국에 나가면 김치가 없을 테니 반드시 싸가야 한다”며 기필코 김치를 챙겨주신 어머님 덕분(?)에 곤욕을 치러야 했다. 김치를 비닐로 몇 겹이나 둘러 꽁꽁 싸맸지만 비행기 화물칸의 온도가 높아지면서 발효돼 포장이 터지고 말았던 것이다. 결국 공항에 도착, 짐을 넘겨받았지만 이미 김치 국물이 새어버린 탓에 짐가방 속에 있던 많은 물건들은 김칫국물로 염색이 됐다. 냄새는 말 할 것도 없다. 김치 냄새에 익숙지 않은 외국인들이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땠을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하지만 더 억울했던 건 그날 저녁 식단이 고추장, 불고기, 김치 등 한국 음식들로 가득했다는 사실이다.
3. 오뉴월 감기는 뭣도 안 걸린다는데…
따뜻한 남쪽나라라고 감기에서 안전할까. 과거 김인식 감독 시절, 하와이에 전지훈련장을 차렸던 두산 캠프에는 때아닌 ‘독감’이 유행처럼 번져 선수단 전체가 한바탕 고생을 치러야 했다. 당시 김경문(현 두산 감독) 유지훤 김평호 코치를 비롯, 심재학 등 대부분의 선수가 줄줄이 콜록거렸다. 정상적인 훈련이 이뤄질리 만무한 일. 게다가 문제는 하와이 병원에서 의료보험이 안돼 매번 고액의 치료비를 내야만 하는 이중고를 겪었다. 그 후로 두산은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부터 “감기 조심하라”는 특별 명령을 내린다. 훈련에서 ‘왕따’를 당하고 싶지 않다면 건강관리에 각별히 신경쓰라는 엄포와 함께 말이다.
4. 야구선수라고 야구만 하나?
컴퓨터에 능숙한 선수들은 휴식시간의 대부분을 PC와 함께 보내기도 한다. 인터넷으로 국내신문을 검색하거나 e-메일을 주고받기도 하지만 ‘게임 삼매경’에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스톱 게임, 스타크래프트, 테트리스 등이 변함없는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여러 명이 팀을 이뤄 내기 오락이라도 벌어지는 날엔 동료 선수들의 응원전도 볼만하다. 최근엔 ‘골프’ 게임이 인기 상종가다. 특히 현대 김재박 감독은 골프 오락에 있어 수준급 실력을 자랑할 정도다. 지난해엔 훈련이 끝나면 강준원 운영팀 사원의 방을 찾아 매일 플레이스테이션2로 골프 게임을 즐겼을 정도. 실제 골프 실력도 80대 초반에서 70대 후반을 치는 싱글이지만 오락 골프에선 그 이상의 기록이 나오기도 한다고.
5. 그들의 뜨거운(?) 밤
외국생활이 주는 자유로움과 해방감에 도취돼 종종 ‘사고’를 치는 선수들도 있다. 현지 여성들과 ‘은밀한 밤’을 보낸 뒤 다음날 훈련 시간에 늦거나, 제 시간에 참석한다 하더라도 정상적인 훈련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 물론 훈련이 없는 날 선수가 밤늦게 사라져도 코칭스태프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잡아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 하지만 일년농사의 기초라고 할만큼 중요한 시기인 전지훈련기간에 나태한 모습을 보이는 선수를 그냥 둘 수는 없는 법. 훈련이 끝나면 ‘특별 호출’이 이뤄지고, 문제의 선수는 간밤과는 또 다른 ‘뜨거운(?) 시간’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게 된다. 과거 삼성은 이런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 전지훈련지에 기혼 선수들의 가족들을 초청,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우기도 했다. 미혼 선수들은 며칠 동안 배앓이를 했지만 오랫동안 가족들과 떨어져 지냈던 기혼 선수들은 모처럼 신바람나게 훈련에 임할 수 있었다고.
정소현 coda031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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