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 大戰’ 박근혜 vs 이재오-정몽준-정운찬 파워게임

6월 정국이 요동칠 전망이다. 당장 2주 앞으로 다가온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본격적으로 선거정국에 돌입했다. 여야는 광역 및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후보들을 속속 공천하면서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후에는 6·11 남아공 월드컵이 시작된다. 그리스전에서 대한민국이 승리할 경우 2002년 월드컵 열기가 재현될 공산이 높다는 분석이다. 월드컵 전후로 정치권은 그동안 군불을 지피던 개헌 논의를 공론화하겠다는 복안이다. 개헌은 차기 잠룡들의 이해관계와 얽혀 있는데다 선거구제 개편과 맞물려 예측하기 힘든 사안이다. 특히 권력구조를 재편한다는 점에서 민감할 수밖에 없다. 여야별 계파별 대선주자별 개헌을 고리로 한 ‘짝짓기’ 계절을 맞이해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개헌에 대해 적극적인 진영은 단연 친이 진영이다. 김형오 국회의장을 비롯해 정몽준 대표, 안상수 전 원내대표, 안경률 전 사무총장 등 개헌에 대한 당위성을 쉼없이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친박 진영에서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경우 개헌에 찬성이지만 아직은 구체적인 방식과 시기와 관련해선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일단 청와대와 여당 주류 진영에선 대통령-외치, 총리-내치를 골간으로 하는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반면 박 전 대표와 친박 진영에서는 ‘4년 중임·정부통령제’로 맞서고 있어 여당내에서조차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의 대선후보군은 ‘4년 중임제’를, 일반의원들은 이원집정부제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국회에서 제안한 개헌안 중 1안인 이원집정부제안은 국회에서 선출되는 국무총리가 치안, 경제, 국방, 외교, 안보 등 내외치를 담당하고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 발생 시 긴급한 조치를 명령할 수 있는 긴급 명령권, 계엄선포권, 총리 제청에 따른 국회 해산권을 행사하도록 했다. 의회는 내각 불신임권을 내각은 국회 해산권을 보장받는다.
‘이원집정부제 vs 4년 중임제’ 정치권 이합집산?
반면 대통령 4년 중임제안은 정·부통령제를 도입하고 대통령이 군통수권, 긴급명령권, 해외파병권 등을 행사하도록 했다. 또 정부 법률안 제출권을 삭제하는 등 정부 권한을 축소하는 대신 국회 예산 편성권을 보장하고 회계 감사 기능을 국회로 이관하는 등 국회 권한을 강화했다.
이렇듯 이원집정부제가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축소시킨 반면 4년 중임제는 대통령의 권한이 현행 단임제와 비슷하게 유지된다는 점이 차이가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유력한 대권주자가 있는 친박 진영에서는 대통령제를 군소 후보가 존재하는 친이 진영과 민주당에서는 이원집정부제에 관심을 더 두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친박 진영에서는 주류 진영이 이원집정부제를 통해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하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로 2002년 대선을 4개월 앞둔 시점에 신당을 추진하고 있던 민주당에서는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전제로 개헌론이 일었다. 신당에서는 노무현, 정몽준, 박근혜 전 대표까지 참여하는 신당 대통령후보 국민 경선을 통해 1위 당선자를 대통령 후보, 2위 당선자를 총리 후보로 확정한 뒤 집권에 성공하면 즉각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해 권력을 양분한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당시 국회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내 반대론자들로 인해 무산됐다.
하지만 주류측에서는 현재 정치적 상황은 그때와 다르다는 주장이다. 일단 한나라당 의석수는 169석으로 과반의석을 훌쩍 넘는 상황이다. 또한 뚜렷한 친이 진영내 후보가 없다는 점에서 군웅할거 시대를 맞이할 공산이 높은 정치 환경이다. 정몽준 대표를 비롯해 정운찬 총리,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등이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박근혜 대항마’로 부족하다는 여론이 중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친이 진영에서는 이원집정부제로 개헌이 성공한다면 2012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박 전 대표가 1위를 하더라도 친이 후보가 총리직을 맡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견제론’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개헌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친이재오계 일각에서는 오세훈 서울 시장 카드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오 시장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에도 임기 중반에 대선 후보로 나서게 함으로써 ‘박근혜 대항마’로 키우고 총리직을 ‘친이 후보’가 맡게 한다는 ‘오세훈-이재오 밀약설’이 그럴듯하게 퍼지고 있다. 최근에는 친박 진영에서 이런 기류를 감지해 역으로 ‘박근혜-오세훈 연대설’을 퍼트리면서 사전 정지작업에 나서는 배경이다.
오 시장측으로선 이래저래 나쁠게 없다는 판단이다. 박 전 대표가 차기 대권의 권좌에 오를 경우 임기중 서울시장직을 관두는 오 시장으로선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다. 친이와 손 잡든 친박과 손잡든 이래저래 차기 대선주자로서 입지는 확보한 셈이기 때문이다. 물론 오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재선이라는 ‘대권 9부능선’을 넘어야 한다는 전제가 존재한다.
똥줄 탄 친이 잠룡-느긋한 박근혜·오세훈 대조
문제는 친이 주도의 개헌 움직임이 국회와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여기에 국회의원의 이해관계가 걸린 선거구제 개편과 맞물려 국회 통과가 난망할 수 있다. 여당내 야당인 친박 진영의 찬성을 얻지 못하고 야권이 가세할 경우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친박에서 탈박한 김무성 신임 원내대표가 주류측의 전폭적인 지지로 합의 추대된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6·30 전당대회에서 친이 강경파와 친이 온건파, 그리고 친박 진영 후보들의 개헌에 대한 입장에 따라 표가 분산될 전망이다. 일단 6·30 전당대회 출마군으로는 친이 정몽준 대표를 비롯해 안상수 전 원내대표, 홍준표 전 원내대표가 친박 인사로는 권영세 서울시당위원장, 서병수·진영 의원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친박 인사들을 제외한 친이 3인방은 개헌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권력 구조 역시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호해 이원집정부제가 유력한 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반면 친박 3인방은 ‘4년 중임제’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향후 전당대회에서 개헌에 대한 입장이 변수로 작용될 공산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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