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히 외로웠다!
박세리는 지난 해 너무나 힘든 시즌을 치러야 했다. 특별한 이유를 찾지 못한 채 ‘슬럼프’에 빠졌다. 최고의 퍼팅감각을 자랑하던 그의 실력도 옛말인 듯 싶었다. 언론은 많은 말들을 쏟아내며 박세리를 구석에 몰아넣기에 바빴다. 박세리는 “정말 힘들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많이 울기도 했고, 혼자 방에 앉아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도 자주 가졌다고 털어놨다. 자신을 향한 팬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것도 사실 부담이 됐다. 연습 벌레로 익히 소문난 박세리였지만 일부 언론에선 자만심에 빠져 연습을 게을리 한 탓이라고 쓴 소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시간들이 자신에겐 더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박세리는 이제 평정심을 많이 되찾았다고 했다. 감각과 느낌을 찾기 위해 아예 골프채를 손에서 놓고 마음껏 쉬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아예 백지 상태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각오다.그래서일까. 박세리는 “너무나 편안하다”고 말했다.
편견은 버려주세요!
“싸가지 없다는 얘기, 많이 들었죠(웃음).”‘언론에 비호의적’이라는 비난을 받아온 박세리는 “절대 그런 것이 아니다”라며 “제발 오해를 풀어 달라”고 각별한 부탁을 곁들였다. “골프는 정말 집중력 싸움이거든요.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다보니 굉장히 신경이 예민해지죠. 만약 게임이 잘 풀리면 인터뷰 할 때도 웃을 수 있는데 그렇지 않으면 인터뷰 요청에 응하기가 쉽지 않아요. 상황이 그러면 기자분들은 ‘어~요것봐라~많이 컸네’하시면서 괘씸해하시고 싸가지 없다고 말들을 하세요. 그럴 땐 속상하죠. 속마음을 보여드릴 수도 없고….”특히 국내 언론의 경우, 조금만 서운하게 대한다거나 취재 여건이 불편하기라도 하면 이내 불평이 섞여 나온다며 그 부분은 조금 아쉽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팬들을 위해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하지만 가끔은 선수들의 마음도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고.
새해 목표는 ‘나’를 이기는 것!
박세리는 현재 유성C.C에서 독한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놓아두었던 골프채를 최근에 다시 잡고 하루 5시간 이상씩 연습에 몰두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동안의 목표였던 ‘명예의 전당 입성’을 이뤘으니, 이젠 또 다른 목표를 위해 뛸 생각이다.‘세계 최고의 골퍼가 되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아직 지키지 못했다는 박세리는 애니카 소렌스탐같은 최고의 골퍼가 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그가 생각하고 있는 라이벌은 애니카 소렌스탐이 아니다. 바로 박세리 ‘자신’. 많은 프로선수들이 내뱉는 흔한 접대성 멘트 같겠지만 박세리는 오히려 이렇게 고백했다. “난 골프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릅니다. 만약 여기서 실패한다거나 골프를 그만두면 뭐하고 살아야 할지 막막한 사람이에요. 그런 제가 할 수 있는 건, 내가 자신있어 하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뿐이겠죠.”박세리는 올해 첫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다시 한 번 생애 그랜드 슬램에 도전한다. 훨씬 여유로워진 그의 표정에서, 그리고 많이 성숙해진 그의 말투에서 올해 ‘필드의 여왕’으로 거듭날 모습이 벌써 기대된다.
박세리가 밝히는 ‘나의 스트레스 해소법’
“컴퓨터 게임·삼겹살에 수다”박세리의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법은 바로 ‘컴퓨터 게임’이다.모 인터넷 게임 중 ‘맞고’ 프로그램을 제일 좋아한단다. 실력도 프로급. 일단 ‘쳤다 하면’ 절대 잃는 법이 없을 정도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얼마나 재밌는데요~! 한 번 치면 몇 시간씩 게임을 할 때도 있어요. 실제 돈이 오가는 게 아닌데도 잃으면 아쉽고, 또 따면 기분 최고죠. 아무 생각없이 스트레스 풀 때는 그게 최고인 것 같아요. 그렇다고 도박을 좋아하는 건 아니니까 오해하시면 안돼요!”아주 가끔이지만, 수다가 떨고 싶을 땐 후배 골퍼들을 괴롭힌다. 그나마 몇 안 되는 친한 친구들이 모두 결혼해 함께 ‘놀아 줄’ 사람이 없기 때문.
“만나서 삼겹살 구워 먹어요. 노릇노릇하게 구운 삼겹살에 수다를 안주삼아 먹을 때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죠. 보기보다 소박하죠? 남들은 제가 특별하게 사는 줄 아는데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아직까지 용돈 타서 쓰는 걸요!”박세리는 당분간 자신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로또’같은 대박 찬스도 바라지 않지만 만약 그런 행운이 온다면 그 돈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쓰고 자신은 삼겹살에 수다 떨며 스트레스를 풀고 싶단다. 물론 인터넷 고스톱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자기와 맞고 칠 사람은 언제라도 환영이라면서.
정소현 coda031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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