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카드 ‘독(毒)인가 약(藥)인가’
김무성 카드 ‘독(毒)인가 약(藥)인가’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0-05-06 10:40
  • 승인 2010.05.06 10:40
  • 호수 836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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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vs 박근혜 ‘김무성 우산론’ 동상이몽

김무성 의원이 한나라당 원내사령탑을 맡았다. 한때 ‘박근혜의 남자’로 잘 알려진 김 의원이다. 하지만 세종시 원안을 고수하는 박 전 대표에 대항해 ‘수정안’에 찬성입장을 밝히면서 탈박 인사로 낙인찍혔다. 무엇보다 친이 진영의 전폭적인 지지로 원내사령탑에 올라 그 배경에 해석이 분분하다. 친이 진영에서는 ‘김무성 활용론’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된 반면 친박 진영에서는 ‘적전 분열책’이라며 불쾌해하고 있다. 하지만 친박 일각에서는 친이 성향의 의원들이 월박하는데 디딤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김무성 카드’를 둘러싼 친이-친박간 고도의 정치 방정식을 따라가 봤다.

4선의 김무성 의원(58)이 집권 여당의 원내사령탑이 됐다. 배경에는 친박 보다는 친이 주류측의 전폭적인 지지가 한몫했다. 외형상 친박 진영은 ‘못마땅하다’는 반응이다. 친이 친박간 갈리는 민감한 현안을 두고 친이 진영에 휘둘리다 박근혜 전 대표의 운신 폭만 좁힐 것으로 우려했다. 무엇보다 청와대 및 친이 진영의 전폭적인 지지속에 ‘김무성 카드’를 선택한 것은 ‘적전 분열’을 위한것이라는게 친박측의 반응이다. 실제로 친이 진영에서는 향후 세종시 수정안, 개헌, 지방행정개편, 한미FTA 등 굵직굵직한 현안을 여야 및 ‘여당내 야당’인 친박 진영과 풀어야할 숙제다.

무엇보다 친이 친박간 첨예하게 부딪히는 현안에 대해 ‘김무성 역할론’을 기대하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의 경우 김 의원이 친박 진영을 설득하거나 최소한 반대하지 못하도록 만든다면 통과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인식이다. 또한 청와대 및 집권 여당에서 주도하고 있는 개헌 카드 또한 풀어야할 현안이다. 현재 한나라당은 6월 지방선거이후 국정 주도권을 유지하기위해 개헌카드를 꺼낼 심산이다. 하지만 권력구조 개편안을 둘러싸고 여권내 단일화가 안된 상황이다.


김무성 카드, 친이·친박 ‘약이냐 독이냐’

차기 대선 후보로 ‘박근혜 대항마’가 마땅치 않은 친이 진영에선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하고 있다. 내치는 총리가 맡고 외치는 대통령이 맡는 권력구조다. 권력의 분산이 핵심이다. 반면 박 전 대표를 비롯해 친박 진영에서는 ‘4년 중임제’를 주장해왔다. 친박 진영에서는 ‘정치적 목적’으로 인해 개헌카드를 꺼낼 경우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개헌’이 자칫 ‘제 2의 세종시’가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의 향후 풀어야 할 과제는 여권내부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해당 상임위만 통과하고 본회의 상정을 못하고 있는 한미 FTA 비준안 역시 대야 협상력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지방행정 개편안 역시 국회의원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첨예한 현안이다. 당장 국회 지방행정특위가 합의한 2014년까지 구의회 폐지안 역시 국회 안팎에서 반발을 사고 있는 형편이다.

친이 진영에서는 김 의원이 여당내와 여야간 민감한 현안을 원만히 해결할 경우 집권 3년차를 맞이하는 MB정권으로서는 크게 부담을 덜게 되는 셈이다. 최소한 친박내 강한 안티 정서 무마용으로 김 의원의 원내대표 추대는 의미가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김 의원이 친이와 친박사이에서 ‘갈지자 행보’를 보일 경우 ‘중도사퇴’ 등 압력을 통해 친이 강경파 인사로 교체하면 된다는 사고도 깔려 있다.

반면 친박 진영에서는 ‘못마땅하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하지만 친박 일각에선 ‘김무성 우산론’도 제기했다. 한 마디로 중립 성향의 의원 및 친이 일부 의원들을 김 의원이 규합해 친박 진영으로 말을 갈아타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김무성 원내대표론’에 찬성하는 친박 진영의 한 인사는 “김 의원이 친이에 시집가서 옥동자를 낳아 오면 좋은 것 아니냐”고 풀이했다.


박근혜 ‘우산’ 벗어난 MS ‘우산론’ 대응

또 다른 친박 인사는 “앞으로 대통령의 권력누수가 가속화되고 마땅한 대선 후보를 갖고 있지 않는 친이 진영에선 월박하려는 인사들이 존재할 것”이라며 “친이에 있다가 바로 친박으로 오는게 부담스러운 인사들이 김무성 우산으로 왔다가 친박으로 말을 갈아타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울 수 있다”고 관측했다. 김 의원이 친박으로 월박하는 친이 의원들의 ‘가교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6.30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출마가 확실시 되는 권영세 서울시당위원장의 경우 출마선언과 함께 공식적으로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내부적으로 친박 성향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중립으로 분류돼 있던 권 의원이었다. 하지만 이번 커밍아웃으로 친박 의원으로 공식화해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처럼 중립지대 의원들뿐만 아니라 친이계내 비주류 인사들 역시 박 전 대표를 지지하려는 움직임과 맞물려 김 의원의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한편 김 의원 본인으로서도 ‘박근혜 우산’에서 벗어나 독자세력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원내대표가 당직을 임명할 수 있는 인원도 40여명에 육박한다. 원내부대표단을 비롯해 상임위원장, 정조위원장 등 ‘김무성 사단’을 꾸릴 수 있다.

한편 김 의원은 올해 58세다. 4선의 중진의원으로 YS 사람이다. YS 정권 시절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거쳐 내무부 차관까지 올랐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비서실장, 원내부총무를 거쳐 박 전 대표 시절에는 사무총장을 지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그늘에 쌓여 그동안 ‘박근혜 남자’로 운신의 폭이 좁았다.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성향 또한 ‘2인자’를 허락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한계가 존재했다. 그러나 김 의원이 민감한 현안에서 친이와 친박사이에서 살아남을 경우 ‘홀로 서기’도 가능하게 된 상황이다. 또한 친박 일각의 관측처럼 ‘우산론’이 성공할 경우엔 김 의원은 명실상부한 친박내 2인자로 등극할 수 있다. 또한 ‘포스트 박근혜’의 자리를 넘볼 수 있다는 점에서 ‘대망론’까지 나오고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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