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에서 플로리다는 김병현(보스턴) 대신 호세 콘트레라스(뉴욕 양키스) 영입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일단 김병현을 영입할 가능성은 없어졌다.켄 로젠탈 폭스스포츠 칼럼니스트는 9일(한국시간) ‘플로리다가 유망주를 내주고 캔자스시티로부터 카를로스 벨트란을 영입한 뒤 벨트란을 다시 양키스에 주고 콘트레라스를 받는 삼각 트레이드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플로리다가 콘트레라스의 2006년까지 잔여연봉 2,000만달러를 보전해주는 조건으로 이 트레이드를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플로리다는 마무리 아만도 베니테즈를 받쳐줄 중간계투 영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김병현 영입에 관심을 보인 것도 팔꿈치 부상을 당한 중간계투 채드 폭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조치였다.
로젠탈은 ‘내셔널리그 팀방어율 12위에 머물고 있는 플로리다가 콘트레라스를 중간으로 활용하면 불펜이 훨씬 강화될 것’이라며 ‘플로리다가 외야수 아브라함 누네즈와 투수 제이슨 그림슬리 등을 내주면 실현 가능한 트레이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스턴이 김병현을 처분(?) 하는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연봉이다. 김병현에게 2년간 1,000만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보스턴으로선 이 연봉 처리문제가 큰 고민거리다. 제대로 된 협상을 시작하기에 앞서 상대팀이 “연봉의 대부분을 책임지라”며 목소리를 높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김병현 영입에 미련을 보이는 팀들은 하나 같이 “몸값 상당액을 대신 부담하라”며 배짱을 부리고 있어 교섭은 계속 난항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이 상황은 각 팀들에 있어 조금만 고자세로 나가면 통산 30승 86세이브의 투수를 헐값에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인식을 심어 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보스턴구단 고위층의 공식 발언들에는 여전히 김병현에 대한 애정이 묻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야구 전문가들은 보스턴 사장 래리 루치노가 김병현(25)에 대해 “김병현은 검증된 선수이고 부상에서 복귀하기를 기다린다” 고 한 말을 두고 고도의 술책일 뿐 진심은 아니라고 분석하고 있다. 보스턴 구단의 속내를 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보스턴글로브 이데스 고든 기자는 9일(이하 한국시간) 다시 한번 김병현에 대한 독설을 서슴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독자들과의 채팅코너에서 그가 언급한 내용을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고든은 채팅에서 “나도 김병현을 거의 포기한 사람 중 한 명”이라며 “김병현은 어떤 충고도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 탓에 동료들이나 코칭스태프와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구속 저하를 초래한 자신만의 훈련방법이 바로 그런 사례”라고 주장했다.
고든은 또 “김병현이 트레이드 시장에서 가치가 떨어진 것은 구단 책임보다 김병현의 성적과 행동, 부상 등에 직접적인 원인이 있다”며 “한국에 가 있는 그에게 연봉은 계속 지급되고 있다”고 비아냥거렸다. 고든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병현은 보스턴에서 설 자리가 별로 없다. 트레이드도 시간 문제로 보인다.보스턴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아주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김병현의 팀내 입지가 상당히 좁아진 게 사실이다. 특히 애리조나 시절, 김병현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커트 실링이 이적해 오면서 상황이 많이 악화됐다”는 충격적인 얘기를 전해줬다.그는 또 “재활 치료를 놓고 구단과 갈등을 빚은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인 것 같다”면서 “김병현은 ‘동양인과 서양인은 다르다. 동양인에 맞는 훈련과 치료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정황을 고려할 때 구단 고위층의 미사여구는 허상일 공산이 크다. 많은 야구 전문가들의 결론도 현재 상황은 김병현이 보스턴에 있어서 득 될 게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김병현이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자신의 고집을 먼저 꺾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팀 융화 문제를 비롯, 코칭스태프의 지시를 수시로 어기며 자기만의 방식을 고집하는 행태도 그가 애리조나 시절부터 지적 받아온 내용이다. 99년 20세의 나이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을 때는 ‘어린 탓’이란 변명거리도 있었지만 25세의 빅리그 6년차 선수에게 여전히 ‘감상적 대접’을 기대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트레이드 되든, 보스턴에 잔류하든, ‘기아’에 입단하든 김병현도 이제는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조민성 mi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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