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알아서…' VS 김무성 ‘마이 웨이’

꼬박 1년만이다. 작년 5월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이 나온 이후 5월 3일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재차 ‘김무성 카드’가 부상하고 있다. 1년전에는 박근혜 전 대표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만은 다르다는 게 김무성 의원측의 입장이다. 박 전 대표가 과거처럼 드러내놓고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친이측의 입장도 확고하다. 청와대를 비롯해 이상득 의원,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김무성 카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친이 소장파로 불리는 정두언 의원을 비롯해 정병국 사무총장까지 적극 거들고 나섰다. 김 의원측은 ‘합의 추대’가 안되더라도 ‘경선 불사’ 카드까지 꺼내 원내사령탑에 도전할 태세다. 바야흐로 친이 친박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분열의 씨앗’이 될지 김무성 의원의 리더십이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친박에서 탈박을 시도한 4선의 김 의원이 고민에 빠졌다. 5월 초 원내 대표 선거를 앞두고 청와대를 비롯해 친이 강경, 온건, 소장파에서 이구동성으로 원내 대표 출마를 종용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21일에는 의원회관내 공개된 자리에서 김 의원을 비롯해 친박 유기준 의원과 친이 정병국 사무총장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목도되면서 김 의원의 ‘합의추대론’이 친이, 친박 등 계파를 떠나 논의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두고 보자’는 입장이다. 평소 원내 대표를 내심 원했던 그로써 이번 만큼은 쉽게 원내 대표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결의마저 엿보인다.
김무성 카드, 주류측의 ‘다목적 카드’
현재 원내 대표 출사표를 던진 인사들을 보면 친이계의 이병석(4선), 정의화(4선), 고흥길(3선) 의원, 중립 성향의 황우려, 이주영 의원 등이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다. 또한 지난 4월 21일에는 친이계의 또 다른 후보인 안경률(3선) 의원이 원내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준비했다가 연기했다.
특히 안 의원은 기자회견문까지 다 작성했지만 이날 보류해 여타 경쟁 후보자들이 그 배경에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안 의원이 출마 기자회견을 유보하기 직전 김 의원실을 방문해 따로 만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무성 합의 추대설’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김 의원이 이처럼 주류 진영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데에는 친이계의 다양한 포석이 깔려 있다는 게 친박 진영의 분석이다.
일단 ‘박근혜의 남자’로 불릴 정도로 한때 친박 좌장 역할을 해왔다는 점이 우선적으로 꼽힌다. 김 의원이 움직일 경우 그를 따르는 친박 성향의 의원들이 함께 움직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다. 이는 곧 친박 진영의 분열을 꾀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또한 지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세종시 수정안’을 두고 찬반으로 나뉘어 칼끝 대치를 벌일 때에도 수정안 찬성이라는 소신을 밝혀 정부편을 들어준데 대한 ‘보은성 성격’이라는 분석마저 나왔다. 나아가 개인적 요인으로 4선의 정치적 경륜과 함께 추진력, 대야 협상력까지 갖췄다는 점 역시 ‘김무성 합의추대론’에 한몫하고 있다.
또한 친이 주류측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개헌, 행정구역 개편 등 현안이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내 야당인 친박 의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김 의원의 카드가 매력적으로 부상하고 있다.
친박, “김무성 카드? 더 이상 박을 팔지 마라”
하지만 문제는 박근혜 전 대표의 반응이다. 박 전 대표는 최근 사석에서 기자들이 ‘김무성 합의 추대론’을 묻는 질문에 ‘침묵’으로 대응해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박 전 대표는 여전히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탐탁치 않게 보고 있다는 반증이다.
한 친박 인사는 “우리는 ‘합의 추대’라는 말 자체가 불쾌하다. ‘원내 대표 줄테니…’ 아니면 ‘원내 대표가 됐으니…’ 친박 역할론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김 의원이 원내대표가 좋다면 그럼 알아서 하라는 것이지 박 전 대표의 이름이 언급되는 게 이해안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다”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한편 ‘김무성 합의 추대론’에 찬성하는 또 다른 친이 인사가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다. 이 위원장은 ‘왕의 남자’로 불릴 정도로 대통령의 복심을 잘 아는 인사다. 이 위원장은 ‘7월 재보선 출마’와 전당대회 연기론이 현실화될 경우 ‘당 대표 출마설’까지 받고 있다.
현재 이 위원장이 7월 은평을 재보선 출마를 할 경우 친박 인사 출현에 바짝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8대 공천 당시 친박 진영에서는 공천 학살 주범으로 ‘이재오-이방호-정종복’ 3인방을 지목한 바 있다.
특히 박사모의 경우 이 위원장이 출마할 경우 ‘이재오 낙선 운동’을 공언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칫 한나라당 표가 분산될 경우 ‘제 2의 이방호 정종복’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김무성 합의 추대론’이 성사된다면 향후 7월 재보선에서 친박 후보 출현을 김 의원과 사전에 조율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오는 6월 30일로 예정된 전당대회가 연기될 경우 이 위원장이 당권 도전에도 명분이 있다는 관측마저 나왔다.
이 위원장이 국회에 입성한 다음 전당대회가 치러질 경우에 ‘친이 당대표-친박 원내대표’를 주장하면서 당권에 도전할 수 있는 명분이 있다는 전망이다. 이미 이 위원장은 2006년 전반기때 박 전 대표가 당 대표 시절 이 위원장이 원내대표를 함께 수행한 바 있다.
반면 ‘김무성 출마 불가론’ 또한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일단 박 전 대표의 ‘추인’이 없는 김무성 카드가 얼마나 당내 유효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다.
친이 안경률 출마 여부, MS 선택 ‘리트머스’
당내 ‘화합의 전도사’가 아닌 친이 친박간 ‘분열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감 역시 존재한다. 또한 김 의원이 원내대표가 된 이후 여야별 계파별 입장이 확연히 부딪히는 정국 현안에 대해 제대로 조율을 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감도 존재한다. 자칫 친이, 친박 양 진영으로부터 양면 공격을 받아 ‘김무성 무용론’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일부 친이 강경파 인사는 여전히 MB 정권 3년차를 힘있게 출발해야 권력누수 현상을 사전에 방지할수 있다며 충성도 높은 친이 인사가 원내사령탑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추대론’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당내 최대 친이 계파 모임으로 70여명의 현역 의원이 참석하고 있는 ‘함께 내일로’의 대표이자 김 의원의 강력한 라이벌인 안경률 의원의 출마 여부가 ‘리트머스’로 작용하고 있다. 안 의원이 출마 선언은 일단 보류된 상황이지만 출마를 결심할 경우 김 의원이 친이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기 힘들어 포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의원측 역시 안 의원의 출마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형편이다.
김 의원의 한 측근은 “일단 우리는 원내 대표 도전에 나설 것이다”며 금명간 출마 여부를 분명히 밝힐 것임을 시사했다. 또한 ‘합의 추대’를 바라지만 안될 경우 경선을 거치더라도 ‘정면 승부’를 해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박 전 대표가 이번에는 지난 원내대표 선거때처럼 드러내놓고 반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마저 내놓았다.
이 인사는 “이번은 작년과 상황이 다르다”며 “박 전 대표가 적극 반대하기보다 관망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래저래 재차 ‘김무성 합의 추대론’이 부상하면서 김 의원은 본인의 리더십과 함께 친박, 탈박, 친이 등 논쟁속에서 본격적으로 정체성 검증을 받을 전망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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