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사 신천지 개척했다
프로야구사 신천지 개척했다
  • 조성민 
  • 입력 2004-04-28 09:00
  • 승인 2004.04.2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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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메이커 부재라는 그늘이 드리워져 있던 한국 프로야구에 새로운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박종호가 세운 연속안타 아시아 신기록이 바로 그것.박종호의 기록행진은 시큰둥해진 국내 야구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삼성 박종호(31)가 마침내 연속안타 아시아 신기록을 돌파해 한국 야구사는 물론 아시아 야구역사에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 박종호는 13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04 삼성증권배 프로야구 LG와의 경기에서 32경기연속안타를 때려내며 23년째에 접어든 한국프로야구사에서 그 누구도 밟지 못했던 고지를 점령한 것을 시작으로 아시아 신기록 도 갈아 치웠다.신기록에 대한 부담감에 첫 타석을 유격수 플라이로 물러났던 박종호는 이날 5-1로 뒤지던 3회말 첫 타자로 나와 볼카운트 1-2에서 LG 선발 김광삼의 4구째를 밀어쳐 3루수 김상현의 글러브에 맞고 나오는 내야 강습안타를 만들었다.

김광삼의 142㎞의 직구가 바깥쪽에서 벗어나 가운데 낮은 쪽으로 쏠려 볼은 박종호의 스윙궤도에 그대로 걸린 것. 정확하게 맞지는 않았지만 타구는 3루수 홍현우의 글러브에 들어갔다가 튀겨나와 대망의 신기록 축포가 대구구장을 수놓았다.박종호가 쓴 새 역사는 지난해 8월 29일(당시 현대 소속) 수원 두산전에서 7회 이재영으로부터 좌전안타를 빼앗는 것에서부터 잉태되었다. 그 해 9월 29일 광주 기아전까지 23경기연속안타로 상승세를 이어간 그는 올 시즌에도 쉼 없이 안타행진을 계속했고, 마침내 지난 99년 롯데 박정태가 세운 31경기연속안타 기록을 넘어섰다.당시 현대 소속이던 그는 7회 5번째 타석에서 두산 이재영으로부터 좌전안타를 빼앗으며 대장정에 돌입했다.나머지 12경기에서는 근근이 1안타씩을 뽑아내며 대기록 수립에 따르기 마련인 모진 시험을 치렀다.

박종호는 98년에도 트레이드돼 이 여파로 보잘것없는 성적을 남겼지만 현대가 한국시리즈에서 두 번째 우승을 일군 2000년에는 121경기에서 441타수 150안타(0.340) 10홈런 58타점으로 수위타자에 오르며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지난해에도 131경기에서 502타수 147안타(0.293) 6홈런 61타점을 올려 국내 최고의 2번타자 겸 2루수라는 평가를 재확인한 뒤 11월 26일 삼성과 대형 프리에이전트(4년간 총액 최소 17억원에서 최대 22억원) 계약을 맺고 유니폼을 갈아입었다.삼성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이후 올해는 지난 4일 롯데와의 개막전부터 13일 대구 LG전까지 9경기연속안타를 쳤지만 고비의 연속이었다. 기록이란 의식하기 시작하면 어려워지기 마련.신기록이 눈앞으로 다가오면 당사자는 심리적으로 쫓기고 주변에서도 눈치를 보느라 함부로 숨소리마저 못 내는 법이지만 박종호가 연속 안타행진을 거듭하는 동안 삼성 덕아웃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지난 9~11일 한화와의 대전 3연전이 분수령이었다.

9일 첫 경기에서는 세 차례 타석에 서는 동안 볼넷과 중견수 플라이, 유격수 쪽 병살타로 헤매다 9회 마지막 타석에서 언더핸드 정종민에게서 가까스로 중전안타를 뽑아 기사회생했다. 박종호도 이 경기가 가장 힘들었다고 고백했다.이튿날인 10일 경기에는 한화 선발로 송곳같은 제구력을 자랑하는 송진우가 등판했다. 고전이 예상됐지만 1회 첫 타석 우전안타로 대기록의 발판을 마련했다.11일 경기에서도 4회까지 세 차례의 타석에서는 모두 범타였지만 다행히 팀 타선이 일찌감치 폭발한 덕에 6회 네번째 타석에서 좌완 박정진을 상대로 풀스윙을 해 좌중월 솔로아치를 그려냈다. 이로써 마침내 지난 99년 롯데 박정태가 달성한 31경기연속안타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박종호는 전형적인 대기만성형으로 평가되고 있다.성남고를 졸업한 지난 92년 LG에 입단할 때만 해도 계약금 1,200만원짜리 신인으로, 눈길을 끌 만한 선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프로 데뷔 이듬해인 93년부터 서서히 진가를 드러냈다. 그해 91경기에서 316타수 83안타(0.263)로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이어 94년 105경기에서 335타수 87안타(0.260) 6홈런 56타점 21도루를 기록하며 LG의 두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2루수 골든글러브도 그의 차지였다. 군복무 관계로 95~97년 부진한 시간을 보낸 그는 98년 7월 31일 좌완투수 최창호와 맞트레이드돼 현대로 팀을 옮겼다. 스위치타자로 본격 성장한 것도 현대로 이적한 뒤 김용달 타격코치와 재회하고 나서다. LG 시절이던 93년 국내 처음으로 좌우 타석에서 번갈아 홈런을 쳤던 그는 김 코치의 지도로 국내 최고의 스위치히터로 성장했다. 김 코치는 박종호를 LG에서부터 스위치히터로 키운 사부다.박종호는 2번 타순에서 찬스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박종호는 타격의 정확성을 갖춘 것은 물론 스위치 히터로 투수를 가리지 않아 팀의 작전 구사에도 매우 유용한 선수로 개막전 이후 타선의 고리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김응룡 감독이 “작년 FA 중에서는 처음부터 박종호와 정수근(롯데)을 데려오고 싶어했다”는 것이 박종호의 가치를 느끼게 하는 대목.한편 일본 다카하시 요시히코(79년 3월 31일 작성)가 세웠던 아시아 기록(33경기연속안타)이 깨진 현시점에서 역사는 박종호에 의해 앞으로 계속 다시 쓰여질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라면 메이저리그에서 41년 조 디마지오가 수립한 56경기연속안타의 최고 기록까지도 기대해 볼만하다.

조성민  mi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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