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득할만한 이유를 찾지 못한 그는 한나라당에 입당, 2000년 16대 총선에서 영등포갑에 출마해 또 낙선했다. 세 번의 도전 끝에 성공한 지난 4·15 총선. 고 의원은 17대 국회 정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학법 장외투쟁’으로 한나라당은 무엇을 얻었는가’에 대한 당내 이견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일각에선 재개정 논의의 명분을 얻었다는 평가와 함께 연금개혁, 양극화 해소, 감세증세논란 등 산적한 민생현안과 인사청문회, 황우석 파문, 윤상림 사건 등에 대한 연구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한나라당이 장외투쟁을 접고 국회에 등원, 만 하루가 지난 2일 고진화 의원을 만났다. 고 의원 입장에선 당연한 결과다. 줄곧 “장외투쟁 반대 의원이 과반에 육박한다”면서 “사학법을 이념문제와 결부시킨 것은 어불성설이며 지지층 결집을 위한 장외투쟁 전략은 오류”라고 목소리를 높여왔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라도 이념 논쟁이 아닌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실질적·정책적 논의를 할 때”라고 사학법 강행 처리 이후 벌어졌던 일련의 과정을 정리했다. ‘40대, 고진화의 역할’에 대해 물었다. 전당대회를 앞둔 열린우리당 40대 의원들과 설전을 벌였던 터다. 고 의원은 “‘도전’에 대한 비판이 아닌 국민에 필요한 또 관심을 끌 수 있는 노선정책의 차별성이 있는가,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국가경영을 맡길 수 있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는가가 ‘40대 기수론’에 대한 비판의 요지였다”면서 “광속의 속도로 변하는 사회, 세계가 하나로 통합된 사회에 당면해 국가가 궁극적으로 가고자하는 방향, 국가적 과제에 따른 정책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40대 기수론’은 선거를 위한, ‘출마의 변’을 위한 일회성 도전이 아닌 국가가 일류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있어 국민의 공감대를 얻어가는 과정이라는 것. 고 의원은 이어 “우리 세대는 창조적 사고와 개방적 네트워크에 기초해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면서 “나 역시 40대로서 책임감과 소명감을 갖고 있으며, ‘회피’할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 의원은 지난 연말 한 인터넷매체에서 국회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로 인해 ‘열심히 일하는 보좌진’을 둔 국회의원이 됐다. 국감을 끝내고 고민이 많았다는 고 의원. 한국 정치의 물줄기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국민의 기대에 과연 부응하고 있는가가 그것이다. “1년반의 의정활동을 마감하면서 상임위 활동뿐만 아니라 ‘시대적 요구’에 대한 고민과 함께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른 아침부터, 또는 밤늦도록 보좌진들과의 잦은 ‘회의’가 이어졌다.
보좌진들에게 미안하기도 하지만, 젊은 친구들이 국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좋은 시기이기도 해 함께하고 있다.” 때문에 논란을 빚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과 ‘386 참모’들의 회의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결국 일에 대한 욕심이라는 것. 고 의원은 “예전과 같이 틀에 박힌 정형화된 회의로는 급속히 변하는 사회에 대응할 수 없다”면서 “따라서 386 참모 회의는 논란의 문제가 아니라 필요한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미혼인 고 의원은 설 연휴를 어떻게 보냈을까. 지역 민심을 전해 듣느라 외로울 틈은 없었다. 하지만 미혼인 탓에 그는 스캔들 아닌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고 의원의 대학교 후배이기도 한 영화배우 문소리씨와의 핑크빛 소문. 고 의원의 보좌진들이 ‘고진화 의원과 어울리는 여성 스타일은?’이라는 설문을 실시, 네티즌의 48%가 문씨를 이상적인 상대로 꼽은 것이다. “‘결례’가 될까 해서 공개하는 것에 대해 망설이기도 했지만, 영화를 대하는 모습, 사회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입장표명 등을 높이 평가한다.
시대 흐름에 맞게 한국 여성은 적극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늘 생각해 왔으며, 그런 면에서 문소리씨의 모습은 여성이 주도하는 사회의 전주곡이다.”지난 의정활동을 정리하면 아쉬움이 더 많이 남는다. ‘소신’을 지키는 것보다 ‘다수’로 만들어 현실화시키는 게 필요함에도 그러지 못한 데 대한 부족함이다. 대표적인 문제가 ‘이라크 파병’. 고 의원은 ‘꼬마 민주당’ 시절을 회상했다. “노무현 제정구 이부영 등 선배 정치인들과 함께 했던 당시, 선배들의 온몸으로 부딪치는 정치가 ‘투박’하게만 보였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몸으로, 가슴으로 하지 않으면 기존 정치를 변화시킨다는 게 쉽지 않다.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순간순간 대응하지 않으면 작은 변화도 이끌 수 없다.”
# 모 남성의원의 경처(京妻)? 사건
17대 국회 바뀐 풍경 중의 하나는 지역구를 지방에 둔 남성의원들이 국회 앞 오피스텔을 마련해 독신 아닌 독신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진의원들의 대거 불출마 선언으로 초선의원들이 급증한 데 따른 것. 정치자금도 충분하지 않은데다가, 자칫 공수한 돈으로 아파트라도 마련하려면 눈치 봐야 할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 서울에서 혼자 지내고 있는 모 남성의원에 관한 ‘경처(京妻)’ 사건이 알려져 국회는 화기애매(?)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어느 지방 내로라하는 가문의 자제로서 60이 넘어 초선에 당선한 모 의원의 연로한 부친이 연말연초를 맞아 국회 나들이차 상경했다. 대학교 총장까지 지낸 아들의 늦은 독신생활이 안쓰러웠던 탓에 부친은 바로 서울을 떠났다. 자택에 도착한 부친은 아들과 며느리를 앉히고 말했다. ‘경처’가 절실하다는 것. 바뀐 17대 국회가 낳은 또 하나의 해프닝이다. <정치부>
이금미 nick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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