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카드는 오세훈 뿐”

이명박 정권 탄생의 한축을 담당했던 국민성공실천연합(이하, 국실련)이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이 진행되는 가운데 오세훈 현 시장을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국실련은 지난 4월 6일 서울지역 중앙위원·대의원 대표 90여명이 서울시내 모처에 모여 회의를 개최해 이같이 결정했다. 이로써 한나라당은 경선 흥행을 통해 본선에서 경쟁력을 높이려는 계획이 사실상 물거품됐다. 특히 이 결정과정에는 ‘천안함 사태’가 한몫했다는 게 정설이다. 40여명 넘게 우리군이 사망해 사회적으로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선거만 열중하는 집권 여당의 모습이 자칫 국민들로부터 역풍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감이 한 몫했다는 후문이다.
국실련(회장 이영수)은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박영준-김대식 선진국민연대와 함께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일조한 당원·대원 조직이다. 박창달 자유총연맹 회장이 이끌었던 ‘한국의 힘’ 조직의 후신이다.
회원수 35만명에 전국적으로 16개 지부, 252개 지회를 갖고 있는 국실련이 주목을 받는 것은 3000여명에 육박하는 대의원이 등록돼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후보 경선, 당 대표 선거, 광역단체장 경선 등 당내 굵직굵직한 경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출마하는 후보들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단체다.
6·2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에 뛰어든 후보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조직을 흡수하는 인사가 경선에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창달 자총회장 역시 MB 복심을 읽는 인사로 알려진 상황에서 국실련의 지지는 곧 MB의 ‘의중’의 한 단면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인 셈이다.
이런 국실련이 지난 6일 서울지역 대표자들과 모여 향후 서울시장 경선에서 역할을 어떻게 할지를 논의했다.
비공식으로 열린 이 자리에는 공동 대표인 이범래, 김선동, 유정현 의원을 비롯해 강석호, 이종혁, 배은희, 박준선, 이춘식 의원 등 현역 의원들까지 대거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함 사건, 피해자는 원희룡·나경원?
이 자리에서 이범래 의원과 유정현 의원은 오세훈 현 시장을 지지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천안함 사태’, ‘여당의 한계’ 등을 들어 ‘화합’차원에서 오세훈 현시장으로 힘을 몰아주기로 하면서 김 의원이 수긍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실련 한 관계자는 “국가적으로 천안함 사태로 인해 국민들이 침울한 가운데 집권 여당이 선거에 몰입하는 모습은 국민들로부터 역풍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감이 높았다”며 “경선보다는 본선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고 전했다. 나아가 그는 “최소한 5월초까지 천안함 사태가 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선 흥행을 통해 후보를 띄워야 하는 게 정상이지만 지금으로서는 뾰족한 해법이 없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는 국실련 임원 89명이 참석해 1명을 제외한 88명이 모두 오 시장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해야 된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영수 회장은 이와관련 “정치 역사상 원내와 원외 인사가 합의체를 이뤄 특정 후보를 지지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원내외 연결조직으로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자평했다.
한편 오 캠프 진영에서는 일단 안도의 모습을 보이면서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선이 시끌법석해 흥행몰이가 되고 본선에서 ‘조용하게’ 치루기를 내심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 캠프 한 인사는 “경선에서 오 후보가 앞서 있기 때문에 패배에 대해선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며 “하지만 ‘하나 마나한 경선’으로 흐르는 게 오 후보에게 유불리한 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경계의 빛을 내비쳤다.
반면 원희룡 캠프와 나경원 캠프는 믿지못하겠다는 모습이다. 실제로 경선 초반에 국실련 조직은 원 의원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무상 급식 발언’으로 인해 청와대와 한나라당 보수 진영으로부터 ‘정체성’에 의심을 받은 이후 기류는 나 의원쪽으로 기울기도 했다. 그러나 나 의원이 흥행몰이를 하기직전 ‘천안함 사건’이 터지면서 한나라당 경선뿐만 아니라 모든 정치 일정이 블랙홀처럼 ‘천안함 사태’로 빨려 들어가 바람을 타지 못했다. 원 의원이 나 의원을 상대로 ‘후보 단일화’를 제안한 배경이기도 하다.
결국 모든 정치 및 선거 일정이 천안함 사태로 흡수되면서 서울시장 선거는 당내 경선보다는 본선에 더 치중하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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