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너무 일찍 도착한 탓인지 그곳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다시 덕아웃 근처의 필드로 돌아와 이만수 코치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뒤 화이트삭스 유니폼을 입은 한 단단한 체구의 키 작은 선수가 커다란 가방을 둘러메고 불펜으로 향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아직 화이트삭스 선수들은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 취재진은 그가 이만수 코치라는 걸 직감했다. 이에 곧장 불펜으로 달려가 한 구석에 앉아 훈련을 위해 장비를 꺼내고 있던 이만수 코치와의 인터뷰에 성공했다. 이 코치는 공식인터뷰가 끝난 이후에도 특유의 구수한 입담으로 자신의 야구철학, 힘든 이민 생활, 그리고 과거 현역 시절 이야기 등을 털어놨다.
- 영구결번의 영광을 얻은 것에 대해 축하한다. 토론토에 온 소감은.
▲ 토론토가 참 아름다운 곳이라고 느꼈다. 특히 토론토에 오면 유학생들이 야구 경기를 관람하러 많이 오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 질 젊은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여가를 즐기는 모습이 매우 보기 좋았다.
- 메이저리그에서 코치 생활도 이젠 4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아직도 어려운 점이 있나.
▲ 늘 어렵고 아직까지 적응이 잘 되지 않는다. 미국에 온지도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편치 않다. 고향생각, 친척들 생각이 간절하다.
-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특별히 주목하고 있는 선수는.
▲ 내가 불펜 코치이다 보니 우리 팀의 좌완 투수인 마크 벌리에게 애정이 많다. 젊은 선수지만 성격도 좋고 앞으로 팀을 이끌어갈 투수로 기대가 많다.
- 지금 한국인 메이저리거 중 특별히 눈여겨보고 있는 선수나 좋아하는 선수는.
▲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텍사스의 박찬호이다. 그러나 박찬호는 현재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현지의 잘못된 보도나 일부의 따가운 시선으로 무척 힘들어하고 있다. 우리 팬들이 그가 재기에 성공할 수 있도록 많은 성원을 해줬으면 한다.
-만약 이 코치가 현역 때 메이저리그에 왔다면 어느 정도의 활약이 가능했으리라 보나.
▲ 원래 젊은 시절 꿈이 메이저리거였다. 좀 더 일찍 오지 못했던 것이 아쉽다. 만약 선수로 뛰었다면 장담은 못하지만 중간 이상은 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 개인적으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타자와 투수는 누구라고 생각하나.
▲ 투수로는 뉴욕 양키즈의 로저 클레멘스, 그리고 타자로는 켄자스시티 로얄스의 1루수 마이크 스위니를 꼽고 싶다. 스위니는 매우 성실한 선수로 내가 무척 좋아한다.
- 메이저리그를 체험하면서 한국 프로야구가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우리나라 프로야구 역사는 20년에 불과하다. 기술은 향상되었지만 많은 젊은 선수들이 프로의식을 가지지 못한 것은 아쉽다. 프로 의식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겉모습이 아닌 메이저리거들의 정신력을 배웠으면 한다.
- 이 코치의 국내 복귀 루머가 있다. 사실인가.
▲ 일부 소문이 와전된 것 같다. 내가 국내로 복귀한다는 건 나 자신도 잘 모르는 일이다.
- 이승엽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견해는.
▲ 이미 지난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그의 미국 진출 의사가 확고함을 알게 됐다. 잘 됐으면 한다. 그러나 이승엽 선수가 한국에 남아 각종 기록을 이어가고 한국 프로야구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mlbpark 정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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