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세탁 “전문가 뺨칠 정도”
돈세탁 “전문가 뺨칠 정도”
  • 정은혜 
  • 입력 2006-02-15 09:00
  • 승인 2006.02.1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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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의혹을 받고 있는 황우석 교수의 돈세탁방법이 전문가 뺨칠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져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감사원의 조사결과 황교수는 정부지원금 186억원과 민간후원금 60여억원 중 72억여원을 개인 은행계좌를 통해 관리해온 것으로 밝혀졌다.이 중 횡령의혹을 받고 있는 돈은 25억원 정도이다.그런데 감사원은 황교수 지원금의 용처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애를 먹었던 것으로 전해진다.실제로 조사에 참여한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용처파악이 안되는 경우가 많아 조사과정에서 혼선을 빚기도 했다”고 말했다.


‘차명계좌’ 통해 연구비 빼내

따라서 감사원은 횡령·유용 여부에 대한 판단은 내리지 않은 채 사용처가 불분명한 돈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검찰은 지금까지 황 교수에게 지원된 연구비와 후원금의 사용 전모를 밝히고 여기에 개입된 불법 부문을 규명한다는 입장이다.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르면, 황 교수는 정부 연구비 186억원 중 10여억원을 부당하게 개인계좌로 관리하며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황 교수는 ‘광우병 내성 소 개발’ 등 4개 연구과제를 2002년 2월부터 진행하면서 연구원 65명 중 53명의 연구비를 빼돌렸다. 수의과 대학에서 이들의 개별계좌에 인건비를 입금시키면 이를 현금으로 찾아 본인계좌에 입금시킨 것이다.

황 교수가 직접 고용한 개인비서가 53명의 인감과 통장을 보관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렇게 챙긴 돈이 무려 8억1,600여만원. 황 교수는 이 입금액을 연구원 인건비, 숙소 임차료 등으로 사용했다고 진술했으나 증빙자료는 없는 상태다.재료비는 횡령 혐의가 보다 분명히 드러났다. 황 교수팀은 수의대에서 2004년부터 6차례에 걸쳐 실험용 돼지 494마리와 송아지 2마리를 2억여원에 구입했다. 그런데 농장주에게 입금된 돈이 다시 황 교수 계좌로 들어갔다. 감사원 조사결과 수의대에서 돈을 보낸 농장주는 수의대 소속 교수가 가르치는 대학원생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농장주 명의만 다를 뿐 사실상 황 교수가 경영하는 농장”이라고 말했다. 이는 농장주 명의의 계좌에서 돈을 인출한 사람이 바로 황 교수 개인비서였기 때문에 일종의 ‘차명계좌’인 셈이 된다.

민간후원금 개인계좌 관리

‘황우석 후원회’에서 모금해 과학재단을 통해 지원한 민간후원금 18억8,700만원 중 14억7,800여만원도 횡령 의혹 대상이다. 황 교수는 이 중 7억원을 지난해 10월 7일 1년 만기 정기예금에 넣었다. 이 시기는 PD수첩 팀에서 황 교수팀의 연구성과에 대한 검증작업을 하던 때였다. 때문에 이런 거액을 예치한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당장 쓸 돈이 아니었기 때문에 운용 차원에서 정기예금에 넣어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감사원측은 횡령 의도로 보고 있다.

또 황 교수는 김선종 연구원 등 미국 피츠버그대에 파견된 연구원에게 5만 달러를 제공했고, 일부 자금은 수십 명의 정치인에게 후원금으로 수십만 원씩 지원한 것으로 감사원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외국 학자들을 초청할 경우 1만 달러이상 체류비와 거마비 조로 사용하는 등 필요한 용도로 사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개인 비자금 형태로 연구비를 운용한 혐의가 짙다는 게 안팎의 시각이다. 또 황 교수는 후원한 정치인 명단 진술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비 관리규정 어겨

황 교수는 서울대 연구비 관리규정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모든 연구협약은 총장명의로 체결하고, 연구비는 서울대 연구처 계좌로 입금 받도록 돼있다. 하지만 황 교수는 2000년 9월 S기업과 ‘체세포 핵이식법을 이용한 생명공학 신기술 개발’에 관한 공동연구협약을 본인 명의로 체결했다. 연구비 30억원도 개인계좌로 받아 임의 집행했다. 또 2004년 2월부터 1년간 D건설회사 등 5개 건설회사로부터 고속철이 가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비 3억5,100만원을 받았지만, 이 역시 학교에는 보고도 하지 않고 마음대로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확한 사용내역 규명 한계

하지만 감사원의 감사는 황 교수 연구비·후원금에 대한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지 못했다. 특히 정확한 사용 내역 규명에 한계를 보였다.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황 교수의 개인계좌에는 정부지원금, 민간후원금 등 다른 돈이 뒤섞여 정확한 인건비 지출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계좌 간 입출금도 빈번했을 뿐 아니라 이를 대부분 현금으로 인출해 구체적인 사용 내역을 확인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조사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결국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검찰의 몫으로 넘겼다. 이에 따라 황 교수 연구비·후원금 실체는 검찰수사에서 좀 더 자세히 드러날 전망이다.

정은혜  kkeunna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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