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태 프로야구 연봉 ‘킹’
정민태 프로야구 연봉 ‘킹’
  • 조민성 
  • 입력 2004-02-19 09:00
  • 승인 2004.02.19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억 4,000만원의 대박을 터뜨린 정민태 선수.프로 스포츠사상 최대연봉 계약의 성사 여부를 놓고 모두가 주목하는 가운데 그 주인공 정민태(34·현대)는 2일 밤 서울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현대 김용휘 사장과 은밀히 만났다.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은 그 동안의 오해를 풀기 위해 대화의 장을 열었다. 그 결과 마침내 정민태가 올해 연봉계약을 백지위임하고 구단이 제시한 금액 7억2,000만원을 받아들이기에 이르렀다.다음 날인 3일 현대는 “정민태가 연봉을 백지위임했다”고 발표하여 사실상 7억2,000만원으로 확정된 듯했다. 정민태도 이날 오전까지 자신의 연봉을 7억 2,000만원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현대 측은 전날 정민태와 합의 본 7억 2,000만원에서 2,000만원을 더 올려 주는 깜짝쇼를 연출했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7억 4,000만원에 연봉 계약을 맺게 된 것. 구단의 뜻에 따라준 데 대한 일종의 보답 차원이었다. 김용휘 사장은 이에 대해 “정민태는 현대가 세 차례나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구단안을 수용해줘 이에 걸맞은 대우를 했다”고 밝혔다.또 정민태는 “아침 운동장에 나올 때까지 몰랐는데 10시쯤 전화 받고 알았다. 신경 써 준데 감사드리고 팀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까지 정민태는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고액 연봉인 8억원을 요구했으나 현대구단 측에서는 7억 2,000만원을 제시하며 입장차를 보여 현대와 정민태는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대립해 왔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양측의 대립이 실리보다는 명분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한발씩 양보해 최후에는 7억5,000만원 선에서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었다.

1992년 당시 최고액인 계약금 1억6,000만원, 연봉 1,2000만원을 받고 태평양(현대 전신)에 입단했던 정민태는 2000년 처음으로 연봉 3억원 시대를 열며 연봉왕 자리에 오른데 이어 4년 만에 왕위를 되찾았다. 한편 정민태의 연봉 7억 4,000만원은 1982년 프로야구 출범시 최고액 연봉(2,400만원)에 비해 30배 이상 상승한 액수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정민태 연봉 보다 무려 2억4.000만원이나 오른 금액이다. 이는 프로축구 김도훈(성남·4억5,000만원), 프로농구 서장훈(삼성·4억원) 등 다른 종목 최고 연봉자를 크게 앞지르는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고액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9경기에 나가 17승2패를 기록한 정민태로서는 등판할 때마다 대 기업의 대졸초임 연봉 수준인 2,552만원을 받는 셈이다. 177이닝 동안 2,769개의 공을 던졌으니 공 1개당 26만7,000원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그러나 최종 낙찰된 연봉액 7억 4,000만원은 ‘선 백지위임, 후 보너스 지급’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아쉬움을 남겼다.이 같은 결과는 현대와 정민태가 강하게 밀어붙인 것과는 별도로 내심 합의점을 도출키 위해 눈치를 살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정민태는 지난해 말 옵션과 보너스를 포함해 총액 10억원을 요구하다 여론을 의식, 8억5,000만원에서 서서히 요구액을 낮추다 결국 8억원에 이르렀다. 반면 현대는 처음 6억5,000만원을 제시하다 이후 7억원에서 다시 7억2,000만원으로 카드를 바꿔 들었다.양측은 전지훈련 출발 전날인 지난달 26일까지도 팽팽하게 대립하다 계약에 실패, 결국 정민태가 전지훈련에서 제외되기에 이르렀다. 자존심 때문에라도 더 이상 입장을 변경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그런 정민태가 김용휘 사장과의 접촉 후 별안간 태도를 바꾼 것이다. “8억원에서 절대 양보할 수 없다”던 강경책을 버리고 구단의 뜻에 따랐고 현대도 “협상이 늦어진다고 제시액을 바꿀 수는 없다”고 밝혔던 명분을 저버렸다.

이를 놓고 한 야구 관계자는 “마치 연인들의 사랑싸움 같다”고 상황을 묘사했다.서로 갑작스럽게 자존심을 꺾은 탓에 코믹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정민태는 이에 대해 “돈 때문에 감정 싸움하는 것으로 비춰져 팬들에게 죄송하다. 하지만 구단과 선수간의 신뢰 문제로 기분이 상했었다”며 “오해했던 부분이 말끔하게 해결돼 연봉계약은 백지위임으로 맡기고 하루 빨리 전지훈련에 합류해 팀에 도움이 되어야겠다”고 말했다. 또 오해의 부분에 대해 “구단이 그 동안 어려웠기 때문에 지난해 연봉을 양보하고 옵션 계약했다. 그걸(이번 협상과정에서) 구단이 몰라준 것 같다”고 말했다. 계약 후 정민태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연봉이 턱없이 높은 것 아니냐는 일부 지적에 대해 “그동안 열심히 피땀 흘려 노력한 결과”라며 이해해줄 것을 당부했다.

최고의 연봉에 대해 올해도 최고의 성적을 거둬 팀의 한국시리즈 2연패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정민태는 그 동안 연봉협상을 타결짓지 못해 팀의 미국 전지훈련에 참가하지 못하고 원당 현대야구장에서 훈련해왔으나 연봉협상 타결로 훈련지인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다.협상이 길어지는 바람에 정민태는 지난달 27일 미국 플로리다 전지훈련장으로 출발한 팀 동료들에 합류하지 못했지만, 그 동안 경기도 원당구장에서 김재박 감독이지시한 프로그램대로 충실히 연습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민태가 연봉 7억원대를 돌파하면서 내년 시즌에 8억원의 벽이 누구에 의해 깨질지 주목된다.

조민성  min@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