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월드컵 4강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2위인 한국축구가 최악의 졸전끝에 120단계 아래인 몰디브와 치욕적인 무승부를 기록하자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 경질론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10월 아시안컵 2차 예선에서 대표팀이 약체 베트남과 오만에 0-1, 1-3 연패를 당했을 때 재워진 폭약에 불이 당겨진 격이다.현체제로는 아시안컵(7월17일∼8월7일) 우승은 물론 독일월드컵 예선통과마저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마저도 감돌고 있다. 빗발치는 비난을 등에 업고 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대표팀이 귀국한 2일 회의를 열어 몰디브 졸전에 대한 책임규명 등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이번 원정경기에서 코엘류 감독은 월드컵 전사 9명을 소집해 놓고도 내부경쟁을 등한시하는 등 지도력에 문제점을 드러낸데다 선수 및 협회와의 커뮤니케이션 부재로 졸전을 초래할 수밖에 없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현재 코엘류 감독은 선수들과 접촉할 기회를 갖지 않아 기량을 파악하지 못했고 월드컵 멤버에만 집착, 눈에 보이는 선수 기용으로 대표팀이 경쟁력과 투지를 잃게 돼 전력이 감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FC서울 조광래 감독은 “코엘류 감독은 취임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애초 지도스타일이나 성격이 한국선수에게 맞지 않았다”며 “코엘류 감독을 데려온 것은 첫 단추를 잘못 채운 실수”라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 코엘류, 카리스마 부족 월드컵 전사 9명이 나서고도 무기력한 경기를 펼침에 따라 코엘류 감독은`지도력에 심각한 오점을 남겼다. 그는 올해 초 “시행착오를 통해 한국축구를 완전히 파악한 만큼 올해는 색깔을 보여주겠다. 포지션 경쟁을 통해`태극전사들의 분발을 유도, 전력향상을 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과는 ‘빛 좋은 개살구’였다. 개인기와 체력 등 모든 면에서 비교되지 않는 몰리브를 상대로 그는 어떤 전술적 변화도 보여주지 못했다. 카리스마의 부재도 문제다. 주장 김태영 등이 심판 판정에 항의하며 초반 쓸데없는 파울로 공격의 흐름을 끊는 데도 선수들을 장악하지 못했다.
▲ 무너지는 정신력 자만심에 빠진 대표 선수들의 해이해진 정신력에 대한 비난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신문선 SBS해설위원은 “선수들이 자만심에 빠져 집중력이 떨어졌고, 컨디션사이클을 최대로 못 맞춘 것도 패인이었다”고 분석했다. 선수들이 보여준 질질 끄는 듯한 플레이는 팬들로 하여금 짜증마저 불러 일으켰다. 편파적인 심판 판정에 집중력이 떨어진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안정환은 “이런 식이면 레알 마드리드가 와도 골을 못 넣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일부 지나친 편파 판정을 제외하고는 밀집수비와 무더위 그리고 낯선 경기장 등은 이미 예고된 상황이었음에도 선수들의 플레이는 이런 외부 조건에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여기에 긴장감 마저 상실, 스스로 무너졌다. 이때 선수들의 분위기를 이끌 수 있는 리더의 부재는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 협회 및 기술위의 문제 해외파 선수들의 관리에도 구멍이 뚫렸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한국인 코칭스태프와의 커뮤니케이션도 원활치 못했다. 코칭스태프별로 선수를 분담해 관리하기로 했지만 그마저 실패한 것이다. 대표팀은 기본 엔트리인 18명도 채우지 못하고 경기에 나서야 했으니, 경기 전에 이미 졸전은 예고돼 있었다. 특히 차두리가 발등뼈에 금이 간 것도 모르고 독일에서 불렀다가 합류한지 하루만에 돌아간 것은 대한축구협회의 의사소통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차두리는 이미 독일에서도 부상으로 훈련도 중단한 상태였고 소속팀 감독이 팀의 긴박한 상황 때문에 벤치에만 앉아있게 해달라고 요청해 출전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팀이 0-3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 다급해진 감독은 차두리를 무리하게 출전시켜 부상악화를 불러왔다.그런 이유로 차두리는 이번 몰디브전에 뛸 수가 없는 처지였던 것이다.
또 경기 전 몰디브가 유독 홈경기에 강한 팀이라고 이미 알려졌는데도 2년 전 비디오로 전력을 분석하는 등 자료수집에서부터 준비가 되지 않은 것 또한 협회 기술위원회가 대표팀 관리를 소홀히 하고있다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 기술위원회가 유기적인 연락망을 갖추고 충분한 대비를 했더라면 이러한 사태들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기술위원회는 업무태만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됐다.하지만 더 큰 문제는 “졌지만 창피한 결과는 아니다. 아무리 강팀이라도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는 패장 코엘류 감독의 안일한 현실 인식이라는 지적이다. 팬들은 이미 쿠엘류 감독에 대한 신뢰를 잃은 상태여서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질’하는 것이 옳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임기는 아시안컵까지 보장돼있다. 협회에서 경질 문제가 논의된 적이 없다”며 가능성을 일축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올해는 아시안컵, 월드컵 예선 등이 열리는 대단히 중요한 시기인 점을 감안, 현재 재빠르게 기술위를 소집해 대응책 논의를 준비하는 등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한편 쿠엘류 감독을 경질하지 않을 경우 차후 경기 결과에 따라 모든 책임을 떠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축구협회가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조민성 mi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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