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기관 국회를 지키는 파수꾼…“법과 질서를 지키다”

“공무집행을 제대로 하면 욕을 먹는 부서가 의회경호과입니다”
지난 3월 9일 오전, 국회에서 만난 정창모 의사경호 심의관은 기자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일을 제대로 하면 왜 욕을 먹는 것일까. 정 심의관에게 이유를 물었다.
정 심의관은 “상황에 따라 의원들을 강제 진압해야 할 때가 있다”면서 “국회의원 한분 한분을 헌법기관이라고 봐야 하는데 이럴 때 정말 난감하다”고 말했다.
질서유지권이란 국회의장과 의원 간 또는 위원회 위원장과 의원 간 기본질서를 위반했을 경우 국회의장이 취할 수 있는 조치다. 보통 질서 유지권은 여·야가 정치적인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며 폭력사태로 이어졌을 경우 국회의장 권한으로 발동된다.
질서유지권이 발동되면 경호과 직원들은 진압 대상이 된 의원들을 강제로 해산해야 한다. 진압된 의원들은 소속 당에서 과잉진압이라며 강하게 비판할 것이 뻔하다. 의회경호과 직원들은 항상 정치적인 상황과 공무집행 의무 사이에서 불안한 마음이다.
정 심의관은 “지난해 의원 3명이 의장실을 점거한 일이 있었다”면서 “그 때 헌정사상 최초로 의회경호과 직원들이 직접 의원들을 끌어내렸다. 그 이후 과잉진압이라며 욕을 먹었는데 이래서 우리가 맡은 일을 제대로 수행하면 욕을 먹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일 잘하면 욕 먹는 부서 의회경호과에는 어떤 사람들이 모여 있을까. 국회는 민감한 정치적 이념이 충돌하는 곳이다. 몸싸움도 잦을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의회경호과 직원들은 기본적으로 무술 유단자를 중심으로 선발된다. 현재 의회경호과에는 경호 업무를 담당하는 경위 70명, 청사 경비를 담당하는 방호요원 200여명 등 모두 270여명의 직원들이 근무한다.
이런 의회경호과 직원들의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가 의회경호 심의관이다. 의회경호 심의관 보직은 의사국장 업무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지난해 1월부터 출범했다.
정 심의관은 지난 1981년 7급 국회공무원 공채를 통해 국회에 들어와 지난해 9월 의회경호 심의관으로 발령 받았다. 그동안 입법조사국부터 예산정책처 총무팀장 등 요직을 거쳤다.
정 심의관은 직업군인에서 국회 공무원으로 전향 한 특이 케이스다. 그는 국회에 들어온 계기에 대해 설명하며 “50~60년대는 국가에서 공고와 상고를 장려했다. 나 같은 경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설립한 경북 구미의 금호공고를 다녔는데 적성이 안 맞았다”면서 “고교 졸업 후 군 하사관으로 5년 동안 복무했지만 어릴 때부터 꿈이었던 공무원이되기 위해 행정고시 공부를 군대에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정 심의관은 이어 “그러다 군 제대를 하고 일단 시험부터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행정고시가 아닌 7급 국회공무원 시험에 응시해 국회에 들어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 심의관은 그동안 경호 업무를 총괄하며 애환을 하나 털어놨다. 국회에는 야간 회의가 많다. 각 상임위원회 같은 경우 자정까지 회의가 진행되는 경우도 잦다. 이럴 때 직원들은 회의가 끝날 때 까지 철야근무 하는 것이 원칙이다. 정 심의관은 이런 부서 업무 특성상 직원들의 노고가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 심의관은 “지난해 말 예산안이 12월 31일 까지 처리돼야 하는데 그게 안됐다”며 “직원들과 함께 3일 저녁을 침낭에서 자며 밤샘 근무를 했고, 이 때 국회 본회의장에서 제야의 종소리를 의원들과 함께 들으며 회의장을 지켰다”고 말했다. 그래서 정 심의관은 국회 경호 업무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신념을 가지게 됐다. 정 심의관은 “우리는 최고의 기관에서 최고의 사람들을 경호한 다는 것이 항상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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