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24시 국회를 만드는 사람들 쨎정창모 의사경호 심의관
여의도 24시 국회를 만드는 사람들 쨎정창모 의사경호 심의관
  • 전성무 기자
  • 입력 2010-03-16 10:07
  • 승인 2010.03.16 10:07
  • 호수 829
  • 11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입법기관 국회를 지키는 파수꾼…“법과 질서를 지키다”

“공무집행을 제대로 하면 욕을 먹는 부서가 의회경호과입니다”

지난 3월 9일 오전, 국회에서 만난 정창모 의사경호 심의관은 기자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일을 제대로 하면 왜 욕을 먹는 것일까. 정 심의관에게 이유를 물었다.

정 심의관은 “상황에 따라 의원들을 강제 진압해야 할 때가 있다”면서 “국회의원 한분 한분을 헌법기관이라고 봐야 하는데 이럴 때 정말 난감하다”고 말했다.

질서유지권이란 국회의장과 의원 간 또는 위원회 위원장과 의원 간 기본질서를 위반했을 경우 국회의장이 취할 수 있는 조치다. 보통 질서 유지권은 여·야가 정치적인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며 폭력사태로 이어졌을 경우 국회의장 권한으로 발동된다.

질서유지권이 발동되면 경호과 직원들은 진압 대상이 된 의원들을 강제로 해산해야 한다. 진압된 의원들은 소속 당에서 과잉진압이라며 강하게 비판할 것이 뻔하다. 의회경호과 직원들은 항상 정치적인 상황과 공무집행 의무 사이에서 불안한 마음이다.

정 심의관은 “지난해 의원 3명이 의장실을 점거한 일이 있었다”면서 “그 때 헌정사상 최초로 의회경호과 직원들이 직접 의원들을 끌어내렸다. 그 이후 과잉진압이라며 욕을 먹었는데 이래서 우리가 맡은 일을 제대로 수행하면 욕을 먹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일 잘하면 욕 먹는 부서 의회경호과에는 어떤 사람들이 모여 있을까. 국회는 민감한 정치적 이념이 충돌하는 곳이다. 몸싸움도 잦을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의회경호과 직원들은 기본적으로 무술 유단자를 중심으로 선발된다. 현재 의회경호과에는 경호 업무를 담당하는 경위 70명, 청사 경비를 담당하는 방호요원 200여명 등 모두 270여명의 직원들이 근무한다.

이런 의회경호과 직원들의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가 의회경호 심의관이다. 의회경호 심의관 보직은 의사국장 업무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지난해 1월부터 출범했다.

정 심의관은 지난 1981년 7급 국회공무원 공채를 통해 국회에 들어와 지난해 9월 의회경호 심의관으로 발령 받았다. 그동안 입법조사국부터 예산정책처 총무팀장 등 요직을 거쳤다.

정 심의관은 직업군인에서 국회 공무원으로 전향 한 특이 케이스다. 그는 국회에 들어온 계기에 대해 설명하며 “50~60년대는 국가에서 공고와 상고를 장려했다. 나 같은 경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설립한 경북 구미의 금호공고를 다녔는데 적성이 안 맞았다”면서 “고교 졸업 후 군 하사관으로 5년 동안 복무했지만 어릴 때부터 꿈이었던 공무원이되기 위해 행정고시 공부를 군대에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정 심의관은 이어 “그러다 군 제대를 하고 일단 시험부터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행정고시가 아닌 7급 국회공무원 시험에 응시해 국회에 들어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 심의관은 그동안 경호 업무를 총괄하며 애환을 하나 털어놨다. 국회에는 야간 회의가 많다. 각 상임위원회 같은 경우 자정까지 회의가 진행되는 경우도 잦다. 이럴 때 직원들은 회의가 끝날 때 까지 철야근무 하는 것이 원칙이다. 정 심의관은 이런 부서 업무 특성상 직원들의 노고가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 심의관은 “지난해 말 예산안이 12월 31일 까지 처리돼야 하는데 그게 안됐다”며 “직원들과 함께 3일 저녁을 침낭에서 자며 밤샘 근무를 했고, 이 때 국회 본회의장에서 제야의 종소리를 의원들과 함께 들으며 회의장을 지켰다”고 말했다. 그래서 정 심의관은 국회 경호 업무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신념을 가지게 됐다. 정 심의관은 “우리는 최고의 기관에서 최고의 사람들을 경호한 다는 것이 항상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