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부상자명단에 올려라”
“영원히 부상자명단에 올려라”
  • 조민성 
  • 입력 2004-06-08 09:00
  • 승인 2004.06.0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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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지역 언론의 ‘박찬호 죽이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부진에 대한 비난을 뛰어넘어 아예 인신공격이다. 찬호의 아픈 등을 칼로 찌르라는 등 도를 넘어선 망언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텍사스 유력 일간지 중 하나인 ‘포트워스-스타텔레그램’의 랜디 갤러웨이 기자는 29일자(이하 한국시간) ‘박찬호가 부상자 명단에 있어서 좋은 백만가지 이유’라는 기사에서 박찬호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이 기자는 ‘박찬호가 2년 반 사이에 5번째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며 ‘이제 할 수만 있다면 텍사스가 박찬호를 영원히 부상자 명단에 올려 뒀으면 좋겠다’는 비난으로 기사를 시작했다. 이어 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청부업자를 시켜 자신의 라이벌 낸시 케리건을 습격한 피겨스케이팅 선수 토냐 하딩을 예로 들면서 ‘청부업자나 혹은 하딩이 직접 박찬호의 아픈 등을 여러번 찔렀으면 좋겠다’는 극언을 서슴지 않았다.

갤러웨이 기자는 또 ‘사랑스러운 텍사스 구단주 톰 힉스에게 돈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박찬호를 계속 부상자 명단에 두라’고 조언했다. 보통 메이저리그 장기 계약 선수가 90일 이상 부상자 명단에 머물 경우 보험회사에서 연봉의 70%가량을 지급하는 것을 염두에 둔 말이다. 그는 ‘박찬호를 마운드에 올리지 말고 산이나 해변으로 보내버려라. 그러면 텍사스는 남은 2년 반 동안 2,000만달러를 건질 수 있다’고 밝혔다.이어 나름대로 두가지 해결방안이라는 것을 내놓았다. 첫 번째는 ‘박찬호를 포기하고 방출하는 것이 가장 좋은 아이디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힉스 구단주에게 너무 많은 손해를 끼치기 때문에 거의 실현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리고는 두 번째 방법이 박찬호를 찔러 죽이는 것이다.그 동안 현지 언론의 박찬호에 대한 비난 기사는 여러 차례 나온 바 있다.

하지만 대부분 부진에 대한 비난이었을 뿐, 이 기자처럼 드러내놓고 인신공격을 한 경우는 없었다. 인권 침해나 분쟁의 소지마저 다분하다. 그러나 다행히 박찬호는 부상이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조만간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허리통증으로 지난 27일(이하 한국시간) 부상자명단(DL)에 오른 박찬호(31·텍사스)가 다행스러운 검사 결과를 받았다. 박찬호는 28일 텍사스 팀닥터 키스 마이스터에게 부상부위 검진을 받은 결과 알려진 대로 허리근육통 판정을 받았으며 심각하지 않다는 진단이 나왔다. 허리 통증으로 15일짜리 부상자명단(DL)에 오른 박찬호가 DL에서 해제되는 6월5일(이하 한국시간) 선발 로테이션에 정상 복귀할 전망이다.검진 결과 별 이상이 없다는 판정이 나옴에 따라 박찬호는 일단 선발 한 차례를 거르고 6월5일 양키스 원정경기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박찬호는 팀 합류 전까지 아메리퀘스트필드에 나와 피칭을 위한 훈련을 정상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박찬호의 계획에 따르면 29일부터 불펜피칭을 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잡혀 있다.그러나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판정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텍사스가 과연 1주일 뒤에 박찬호의 복귀를 결정할지는 미지수다. 박찬호는 텍사스에서 지난해까지 총 4차례 DL에 머무는 동안 15일만 딱 채우고 25인 로스터에 복귀한 적이 한 번도 없다. 평균 51일이 소요됐다.이와 관련해 28일자 댈러스모닝뉴스는 팬들과의 e메일 문답코너에서 박찬호의 처리방안을 놓고 DL 등재 후의 재활 지정등판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내다봤다. “텍사스가 박찬호를 방출하고 마이너 유망주를 불러올려 팀을 꾸려나갈 계획은 없냐”는 질문에 에반 그란트 기자는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 텍사스는 박찬호의 계약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긍정적인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지난해처럼 DL에 올린 뒤 재활 지정등판을 지시할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하나의 변수는 박찬호 대신 30일 토론토전에 등판하는 유망주 후안 도밍게스의 활약 여부다. 도밍게스가 어떤 성적을 보여주느냐가 박찬호의 복귀시기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로 보인다. 텍사스는 지난 27일(한국시간) 박찬호를 ‘15일 부상자명단’에 올렸다. 26일 훈련투구 도중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예정된 선발 등판이 취소되더니 끝내 ‘칼날’을 피하지 못한 것.이번 부상자명단행은 가장 최근 등판(20일 캔자스시티전) 다음날인 지난 21일로 소급 적용됐기 때문에 산술적으로는 6월5일 뉴욕 양키스전부터 복귀가 가능하다.데뷔 후 5번째(마이너 포함 6번째)인 이번 부상자 명단행은 실제 부상 정도가 커서라기보다는 예방의 성격이 짙다. 

박찬호는 “현재로서는 부상자명단에 올라 완벽한 몸을 만드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벅 쇼월터 감독도 “과거 전력이 있는 만큼 안전이 최고”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박찬호는 조기 복귀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앞으로 8일 정도만 쉬면서, 1∼2차례 선발 등판만 거르면 된다”고 밝혀 순순히 부상자명단행에 동의한 결정적인 이유가 ‘소급 적용’이었음을 암시했다.그러나 코칭스태프가 여전히 양키스전 투입을 꺼려한다면 본인의 희망과는 달리 6월8일 피츠버그전으로 복귀가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조민성  mi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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